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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헨리 Oct 06. 2022

뉴욕에서 경험한 영국 BBC

BBC Worldwide와 함께한 경험

취업이 힘든 요즘... 첫 직장에 취직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2014년 6월 30살의 늦은 나이에 뉴욕주립대 Binghamton을 졸업했지만, 여느 유학생처럼 한국행 비행기를 고민하고 있었다.


유학생인 경우 OTP (Optional Practical Training)를 통해 미국 현지에서 구직을 도모하지만, 비자 스폰서십이 필요하기 때문에, 취업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지 않았다. 나 또한 미국 현지 채용에 맞게 이력서와 커버레터도 준비하고, 인터뷰도 준비는 했지만, 별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신중해야 할 때일수록 이상해지는(?) 성격 때문인지, 이때부터 갈 수 있는 회사가 아닌 가고 싶은 회사에 지원을 하게 되었다. 일단 스타트는 역시 Apple, Google, Coca-Cola, Pepsi, Nike, Adidas... 등등 이름만 대면 모든 사람들이 알만한 회사부터 지원하였고, Big 5 Consulting 회사들, 방송국 등 지원하였다.


웃기게 들리겠지만 ^^ 회사를 지원할 때마다, 그 회사에서 일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하니, 그 고통스러운 시간이 생각보다 지루하진 않았다. 그러나... "We appreciate to your interest, but...." 이런 이메일 받을 때마다 배신감이 컸을 뿐이다.


2주 지났을 때, BBC에서 연락이 왔고, 다음날 인터뷰 일정을 잡았다. (한국인의 근성, 일단 빨리 잡고 보자.)


새벽에 4시간 버스를 타고 뉴욕 빙엄턴에서 뉴욕시티 맨해튼에 오전 9시쯤 도착했고, 옷을 갈아입고, 인터뷰 준비를 간략하게 마치고 오피스로 향했다.


6th Ave 36th Street, BBC Worldwide Office

내 앞에 펼쳐진 어마어마 한 빌딩... 하나도 기대하지 않고, 이곳에 왔지만... 진짜 가고 싶다...라는 생각만 멤 돌았다.

BBC Worldwide 뉴욕오피스 로비

역시 방송국은 달랐다. 위압감을 주는 대형 스크린, 영국 회사 이미지에 맞는 고품격 가구들 그리고 러그 등등... 이곳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래서일까, 인터뷰를 보셨던 분은 미국인이었는데, 영국 EPL 이야기하며 엄청 열변을 토했다. 이러한 나의 열정을 긍정적으로 봐주셨고, 그날 저녁 빙엄턴으로 돌아오는 길에 합격 통지를 받았다.


BBC Worldwide는 BBC의 Public Service회사로써, 영국 방송 BBC에서 방송되는 콘텐츠에 대한 제작, 홍보, 세일즈, 저작권 보호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고, 나의 업무는 BBC 콘텐츠 중 DVD/Blu-ray, Digital Download의 영업과 마케팅을 예측하고 분석하는 일이었다.


1. 다양한 문화, Multi Culture


모든 팀이 그랬듯이, 우리 팀도 반 정도는 영국인이었고, 나머지 반은 대부분 미국인이었다. 동양인은 전체 직원의 10명 정도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이곳에서 가장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BBC 뉴욕오피스는 영국의 보수적인 성향과 뉴욕의 자유로운 성향, 이 두 성향이 아주 긴밀이 교차되는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가장 적응하기 힘든 부분이 이 부분이었던 것 같다.



2. 오픈된 회사 구조, Easy to Access


비록, Apple과 Google, Amazon 등의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은 이루지 못했으나, BBC에 들어와서 그들을 협력업체로 만나게 되었다. (어떤 식으로 꿈만 꾼다면, 진짜 이루어질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Open Desk

이 곳에서 가장 놀랍다고 느낀 건 Open Desk 형태의 업무 환경이다. 옆, 앞사람에게 쉽게 말을 걸 수 있고, 개방된 사무실 환경 때문인지, 일 할 때 굉장히 자유로웠다. 모르는 게 있으면 쉽게 물어볼 수 있고, 급하게 회의가 필요한 경우에도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굉장히 편리했다. 심지어, CEO 역시도 같은 형태의 데스크를 사용하였고, 실시간으로 CEO가 무엇을 하는지 볼 수 있었다.


3. 회식문화, Once a year

영국 BBC는 다른 회사에 비해 사적인 모임이 잦은 편이다. 그들도 고향을 떠나 새로운 지역에서 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고, 오픈된 회사 구조와, 높은 미혼율 때문인지, 밖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개인주의가 아주 강한 미국 회사에선 극히 드문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팀 전체 회식은 일 년에 한 번 밖에 하지 않았다. 우리 팀은 뉴욕시내에서 가장 큰 운동 시절을 겸비한 Pub에서 점심을 같이하고 탁구나 포켓볼 같은 운동을 가볍게 즐겼다. 또한, 수고한 팀에서 주는 선물도 잊지 않고 챙겨줬다.

BBC worldwide EVENT!


금요일 점심부터 퇴근시간 저녁 6시까지 회식은 진행되고, 술과 음식은 자유롭게 먹을 수 있었으면, 그동안 대화하지 못한 다른 팀원들과도 쉽게 대화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BBC HOME ENTERTAINMENT TEAM


4. 출퇴근 문화

출퇴근 문화는 한국처럼 규제가 심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눈치는 본다. 우리 부서는 9시 30분 출근 오후 6시 퇴근이고, 진짜로 웬만하여서는 야근을 하지 않는다. 야근이 필요 없는 6-9월에는 심지어 오후 6시 이후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으면 Access 가 자동으로 끊어져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6월-9월에는 출근시간이 30분 당겨지는 대신에 금요일에 오후 1시 퇴근을 하게 된다. 서머타임이라 그렇다고는 하지만, 금요일 일찍 퇴근해서인지 주말이 꽤 길다. 특히, 날씨까지 좋으면 퇴근 후 근처 브라이언 파크에서 그냥 앉아있어도 행복할 때가 많았다.


5. 다양한 세미나를 통해 동기부여

BBC에서 가장 좋았던 건 스스로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트위터, 핀터레스트, 펩시, 다큐멘터리 감독 등 다양한 사람들을 패널로 초청 해 그들과 생각을 공유하면서, 스스로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의 연설로 시작해서 연설로 끝나는 반드시 must-attended 미팅이 아닌 배울 수 있는 학교와 같았다. 회사를 다니면서 누군가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지만, 회사에서 이러한 시간과 노력을 마련해 주니, 스스로 뒤처지지 않게 더 노력하는 계기를 불러일으키곤 했다.


6. 해외 기업 vs 국내 기업

BBC에서 경험한 일 년은 지금 나의 큰 경험이고 자산이 되어, 새로운 일을 도전함에도 정말 두려워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러한 원동력은 내가 전혀 특별하거나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용기를 내어 말도 안 되는 기회조차 상상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에 아주 많은 사람들이 영국 BBC에서 일을 할 때, 어떻게 들어갔냐... 어떻게 하면 들어갈 수 있냐... 등등 회사 취직에만 물어보곤 했다. 해외기업이던, 국내 기업이던, 기회는 스스로 찾는 사람에게 주어지고, 그 기회가 늦게 올 지라도, 준비하는 자에게는 반드시 온다고 생각한다.


취업의 문턱에서 좌절하지 말고, 삼성이던 현대던, 공무원이던, 사업가던, 여러분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준비하고 막연하게 도전하면, 반드시 기회는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취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시작이 좋아야 끝도 좋단다. 참 쉬운 말이면서 어렵다. 그래도 한번 도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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