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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은요 Oct 11. 2019

직장인, 대학원에 가기로 결심하다.

샐러던트 라이프 #1.

직장인은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해

서른, 5년차. 루틴함을 깨고 아직 한창 성장하고 싶은 때

회사에 입사해 정신없이 배우는 시기는 한참 전에 지났다. 루틴한 나날에 무료해질 즘, 작년 초 새로운 팀에 합류했다. 막 만들어진 팀에서 새로운 일들을 바쁘게 벌리며 한 해를 보냈다.

새 팀에 합류한지 1년 반이 지난 지금, 팀도 안정되고 대부분의 업무를 익숙하게 해낼 수 있게 되었다. 또 다시 루틴한 시기로 들어섰음을 문득 깨달았다.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원했다. 내 생각보다 나는 배우는 속도가 빨랐다. 회사에서 어떤 업무, 산업이든 맡으면 6개월 내로 성과를 냈다. 그래서 1년에 한번씩은 새로운 일을 벌리고, 맡고, 만들어냈다.

그러다가 회사에서 배울 수 있는 것에 한계를 느꼈다. 내 역량을 향상시키는 양보다 소진시키는 양이 더 큰 것같았다. 지금 회사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계속해서 내고 있지만, 그건 이전 회사에서 배운 것을 잘 써먹고 있기 때문이지 결코 내 역량이 업무를 통해 크게 성장해서가 아니었다.

지금 회사에서 3년차, 이전 회사 연차까지 합치면 5년차. 그리고 서른.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했다.





직장인,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다

그 땐 몰랐지 왜 다들 말리는지

대학원 진학을 결심한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 새로운 전환점, 더 깊은 배움, 연구라는 것에 대한 궁금함, 커리어 내실 다지기 등등등...


그 많은 이유들을 가지고도 선뜻 도전하지 못했던 대학원에 원서를 쓰게된건 사실 주변사람들의 영향도 컸다.

올해 초에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 진학한 남자친구의 약진을 한 분기동안 지켜보면서 문득, 나도 공부을 더 하고싶었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회사 동료분이 박사과정에 진학했고 동 대학원을 강력하게 추천해주셨다. 자신이 석사를 어떻게 보냈으며, 그를 통해 지금까지 어떤 변화와 성장을 겪고 있는지 등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두루뭉실하게 상상만했던 석사라이프가 조금 모양이 잡히는 것 같았다.


몇 주 고민하던 나는 어느 새 팀장님과 상담을 해 직장과 학업을 병행하는 허락을 받고, 학업계획서와 추천서를 준비하고 있었다. 


스타트선에 서서 우물쭈물하던 것을 주변 사람들이 등을 톡, 하고 쳤을 뿐인데 우다다 달려나갔다.

자소서를 써본지도 오래인데 학업계획서라니. 회사에 취직하는 것과 학교에 진학하는 것은 엄연히 달라서, 어떤 내용을 써야할까 몇 날 며칠을 고민에 휩싸였다.


학사를 끝내고 오래지나 석사를 지원한다는 것은, 마치 신입사원 공채로 회사에 들어왔다가 이직을 위해 경력직 채용에 도전하는 기분이었다.

이 대학원에 진학해서 어떤 것을 하고싶은걸까,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무엇을 연구하고싶은걸까. 


고민을 거듭하며 구체화할 수록, 어서 대학원에 들어가 이 새로운 것들에 도전하고 싶다는 열망이 커졌다. 대학원에 다니며 연구방향을 좁혀가는 내 모습이 그려졌다. 눈빛이 반짝였다.


사족으로... 샐러던트가 되어 글을 쓰는 지금 든 생각이지만 원서를 쓰면서, 남자친구가 샐러던트가 되어 죽도록 힘들어하던 그 모습은 왜 안 떠올랐을까. 떠올렸다면 입학을 한 학기 미루는걸 고려해봤을텐데...

어쨌든 그렇게 학업계획서를 완성했고, 추천서도 2통 받았다. 영어성적 제출용으로 토익스피킹 시험도 봤고 급하게 친 시험이지만 만족스러운 성적이 나왔다.


총 준비기간 3달, 지원을 끝냈다.

서류를 제출하고 얼마 안 있어 결과가 나왔고, 2주만에 면접을 보러갔다. 면접결과가 나오는데에는 한 달정도가 걸렸다.


면접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굉장히 잘 봐서 뿌듯하게 면접장을 나왔는데. 당황스러움이 컸다. 나중에 알게되었는데, 풀타임이 많이 없어 가을학기 모집 때는 파트타임을 거의 뽑지 않았다고 한다.


조금 더 다듬어서 다른 대학의 대학원도 지원해볼까, 더 좋은 지원과 커리큘럼이 있는 학교는 어딜까, 다음 스텝을 고민해봤다. 깊게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내 정신없이 일을 시작했다.


잊고 있던 때, 추가합격 소식을 받았다. 

잠시 고민이 되었다. 작년과 달리 연말에 가까워지고 있음에도 업무량이 줄기는 커녕, 시드니 출장과 큰 컨퍼런스 준비까지 겹치고 있었다. 거기에 갑작스럽게 들어오는 요청들도 많았다.


만약 고민하던 그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내년 첫 학기에 도전하라고 말리고 싶지만, 나는 결국 등록을 했다. 등록하는 그 순간 가슴이 두근두근 했던 기억이 난다. 부모님이 지원해주시는 것이 아닌 내가 번 돈으로 직접 등록금을 입금하던 묘한 기분이 지금도 선명하다. 아, 그리고 순식간에 작아진 내 통장 잔고도.


새로운 시작이 주는 두근거림이 마음 한 켠에서 에너지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업무 속에서 잠시 내가 예비 대학원생이라는 것을 까먹다가도, 수강신청과 입학 오리엔테이션이 그걸 상기시켜줬다.


바쁜 일들이 살짝 지나가고, 9월 첫 등교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갔다.


내 앞에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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