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입원 중이었던 아들이 태원 해 친정 부모님 손에 안겨서 왔다.
반가운 마음에 버선발로 뛰쳐나갔는데 나는 아이를 안아주지 않았다.
먼저 함께 지내던 딸과 다른 생김새 인큐베이터에 있는 동안 씻지를 못해 온몸에서 독한 냄새가 진동을 했었고 무엇보다 울음소리가 너무나 내 귀에 거슬렸다.
그렇게 기다리던 아들이 퇴원하고 온 그날 밤부터 나에게 산후우울증이 찾아왔다.
밤마다 아이들을 다시 뱃속에 집어넣고 싶다고 울면서 내가 낳은 아이가 아닌 것 같다고 힘들다고 울었다.
그런 날 보면서 친정엄마는 엄마가 되어서 못하는 말이 없다고 다그치시기만 하셨고 남편은 아무 말 없이 안아주기만 했다.
차츰차츰 관계가 회복되어 갈 때쯤 이번에는 딸아이가 밤낮이 바뀌어 밤에는 잠을 들지 않았고 아침 해가 떠야 잠이 들었다.
쌍둥이이다 보니 친정집에서 친정엄마와 내가 한 명씩 돌아가면서 아이들을 봤었는데 유독 밤낮이 바뀐 딸과 있을 때 너무 힘들어하시는 엄마를 위해서 내가 딸아이를 전적으로 맡아 캐어했고 친정엄마가 아들을 캐어 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서는 안되었었는데 말이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100일이 가까워질 때쯤 딸아이도 차츰 밤에 잠이 들기 시작했고 이제 숨을 좀 돌리나 하던 때에 아이들이 딸은 나에게 아들은 친정엄마께 애착이 생겨 버렸다.
아들은 내가 안으면 친정엄마가 안아주실 때까지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똑같이 품고 낳은 아이인데 내 품을 싫어했다.
큰 고민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시부모님께도 의견을 묻고 했었지만 너희가 알아서 선택하라고 하셨고 더 이상의 말씀은 없으셨다.
그러다 결정한 것이 아들은 친정에 맡기고 딸은 내가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당시 친정집이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다.
아침 남편 출근 때 딸아이와 함께 나와서 친정으로 향하고 오후가 되면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일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쌍둥이 육아 카페에 가입해 나처럼 분리 육아일 때의 조언을 구하고자 알아봤지만 한결 같이 엄마가 되어서 힘들어도 둘을 다 품어야지 왜 떨어져서 지내냐고 나무라기만 했다.
친정엄마는 할머니가 아무리 키워도 크면 엄마만 찾는 게 아이라고 너무 걱정 말라고 하셨지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초조함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그러다 옹알이를 시작하고 사물을 보고 얼굴을 구분할 수 있을 때부터 엄마가 누구인지 아빠가 누구인지 알기 시작하면서 걱정이 줄어들기는 했다.
그때 생각했다.
그 많은 육아서적을 파고들어도 육아카페에 자문을 받아도 결국에는 내가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고 아이들 성향마다 다르기 때문에 그 많은 서적과 자문들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정말 육아의 노하우는 경험에서 얻어지는 것 같다.
첫돌이 지나고 또래보다 조금은 늦게 걷기 시작하고 말도 조금씩 하기 시작한 20개월이 되었을 무렵..
우리는 친정 옆을 떠나 이사를 갔다.
남편과 나 둥이들과 함께.
드디어 아들이 우리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이사 첫날 아들은 밤에 눈도 뜨지 않고 울면서 할아버지를 찾았었다.
그런 아들을 안아주며 나는 달래기보다 자꾸 이렇게 울면 다시는 할아버지 못 만나게 할 거라고 해버렸다.
어떡해보면 정말 아이에게 나쁜 말을 한 것일 수 있는데..
아들은 달래면 달랠수록 더 우는 아이였기 때문에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나에게 그 말 듣고서 조용히 다시 잠이 드는 아이를 보며 엄마 말 들어줘서 고맙다고 잘 자라고 또 인사를 하니..
정말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다.
함께 지내면서 아들은 자연스럽게 생활리듬도 딸아이와 같아지게 되었고 덕분에 나도 육아가 조금은 더 수월 해졌던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