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사람 사는 곳이다
로마에서의 택시 사기와 거스름돈 던지기, 식당에서의 차별과 동시에 네이버 카페에서 본 로마 에피소드들로 예민함과 긴장감이 극에 달한 상태였다.
숙소에 귀가해서 일찍 잠들었는데 새벽녘에 오토바이인지 시끄러운 소리가 나서 깼는데,
창문을 자세히 보니 완벽하게 막힌 창문이 아니라 틈이 있는 창문이었다.
아니, 창문에 틈이 있으면 어쩌자는 거지 싶고 예민한 상태라 창문도 나를 무시하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아님)
다음 날, 피렌체로 출발하기 위해 일찍 나왔는데 숙소 사장님이 꼭 조식을 챙겨서 가라고 일러줘서 동생과 나는 과일 하나씩 집어서 집을 나섰다.
택시 사기로 인해 더 이상 택시를 타기 싫어서 버스와 지하철 중 뭘 탈지 고민하다가 지하철이 빠르다고 구글맵이 알려줘서 어깨가 잔뜩 굳은 상태로 지하철을 탔다.
운이 좋았던 건지 이른 아침이었어서 그랬던 건지 민망하게도 아무 불편한 일도 없이 기차역에 도착했다.
피렌체행으로 가는 이딸로를 탔고, 캐리어 보관함이 꽉 차서 머리 위에 짐을 올리려고 끙끙대고 있었는데
어떤 분이 짐 올리는 게 힘들어 보였는데, 대신 짐을 올려주셨다.
그라찌에 몰타!!!!
긴장된 며칠을 보내니 누군가는 작은 친절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인류애가 가득히 충전되는 고마운 순간이었다.
한숨 자고 나니 피렌체에 도착해 있었고, 피렌체의 첫 느낌은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전형적인 유럽의 마을이었다.
숙소도 지인에게 추천받아서 간 곳이었는데 신식 엘리베이터도, 방도, 조식도 지금까지 갔던 곳 중에 가장 좋았다.
랜드마크는 꼭 찍고싶어서 여러 도시를 짧은 일정으로 가도록 계획했는데,
긴장감이 컸던 탓인지 로마보다 피렌체에 오래 있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