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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감싸던 종이들 12>

Vinyl Sleeve Stories

by JDC

이 글을 [소리를 감싼 종이들]의 후속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브런치북의 전체 내용을 보시려면 [https://brunch.co.kr/brunchbook/sleeves]를 참고하세요


12. 구름을 뚫고, 1970년대 팝의 분출구 – Rocket Record Company


The Rocket Record Company Sleeve, 1970's


더 로켓 레코드 컴퍼니(The Rocket Record Company)의 45rpm 싱글 슬리브는 1970년대 초반, 전 세계 음악계를 지배했던 팝과 글램(Glam) 시대의 시각적 명함이었다. 1973년, 팝의 아이콘 엘튼 존(Elton John)이 그의 작곡 파트너 버니 토핀(Bernie Taupin), 매니저 존 레이드(John Reid), 프로듀서 거스 더전(Gus Dudgeon) 등과 함께 주축이 되어 설립한 이 레이블은, 전통적인 디자인의 제약에서 벗어나 음악이 지향하는 자유와 판타지를 완벽하게 구현했다.


이 슬리브의 디자인은 단순하면서도 상징적이다. 로열 블루 색상의 바탕에 흰색 구름들이 레코드 중앙의 구멍에서 바깥으로 나선형으로 뿜어져 나가는 그래픽은, 마치 음반에서 발사된 음악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로켓의 궤적을 연상시킨다. 이는 레이블의 이름인 'Rocket'뿐만 아니라, 엘튼 존의 히트곡 'Rocket Man'에서 차용한 여행, 탈출, 그리고 몽환적인 상상력이라는 주제를 시각화한 것이다.


엘튼 존의 축포: 1973년의 호화로운 론칭 파티

로켓 레코드 컴퍼니의 탄생은 설립자 엘튼 존의 화려하고 즉흥적인 면모를 그대로 반영했다. 1973년 4월, 레이블 론칭 파티를 위해 엘튼 존은 런던 패딩턴역에서 코츠월즈의 작은 마을 모튼-인-마쉬(Moreton-in-Marsh)까지 특별 전세 열차를 띄웠다. 200여 명의 기자와 손님들을 태운 이 기차 안에서는 무료 바(Free Bar)가 운영되었으며, 기차가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는 취주악단이 이들을 맞이하는 호화로운 이벤트가 펼쳐졌다. 이 성대한 축포는 로켓 레코드가 단순한 레이블이 아닌, 70년대 팝 문화의 폭발적인 에너지와 흥행성을 상징하는 거대 프로젝트임을 천명하는 순간이었다.


이 슬리브가 탄생하고 활약했던 1970년대 중반은 음악 산업이 거대한 변화를 겪던 시기였다. 1960년대의 진지한 록 음악이 개인의 해방과 화려함으로 무장한 글램 록(Glam Rock)과 소프트 록(Soft Rock)으로 옮겨가던 때였다. 이 시대는 스타의 이미지와 패션이 음악만큼이나 중요해졌고, 레코드 커버나 슬리브 같은 시각 요소 역시 음악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강력한 도구가 되었다.


로켓 레코드 컴퍼니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며 팝의 화려한 면모를 대표했다. 이 슬리브에는 엘튼 존이 발굴한 아티스트들의 성공 스토리가 담겨 있다. 특히 닐 세다카(Neil Sedaka)가 이 레이블을 통해 화려하게 재기하며 "Laughter in the Rain" (1974)과 "Bad Blood" (1975) 같은 빌보드 1위 히트곡을 만들었고, 키키 디(Kiki Dee) 역시 "I've Got the Music in Me"를 히트시키며 레이블의 명성을 높였다.


https://youtu.be/jZNIhySugSA?si=TpvED20LP8ykzunj

Neil Sedaka - Laughter In The Rain (In Concert: Neil Sedaka, April 26th, 1975)


https://youtu.be/LkvBJJXMzRc?si=2gwA-Zo2res4gAms

Kiki Dee Band - I've got the music in me- 1974

로켓 레코드 슬리브의 깨끗하고 동화적인 디자인은, 1970년대 팝 음악이 추구했던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의 절묘한 균형을 보여준다. 구름과 하늘을 모티브로 한 이 디자인은 음악을 통해 일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세계로 비상하려는 청춘들의 염원을 상징한다. 이 슬리브는 팝 음악이 단순히 청각적인 즐거움을 넘어, '로켓'처럼 대중문화 전체를 견인했던 1970년대를 상기시키는 소중한 기록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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