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소리를 감싸던 종이들 14>

Vinyl Sleeve Stories

by JDC

14. 트라이앵글 패턴 슬리브와 팝 제국의 시작 - Warner Bros. Records

_MG_2450.jpg Warner Bros. Records: Triangle Circle Company Sleeve


이 낡은 종이 슬리브는 1964년 워너 브라더스 레코드(WB)의 7인치 싱글을 감싸고 있었다. '트라이앵글 써클(Triangle Circle)'로 불리는 이 디자인은, 당대의 새로운 팝 음악의 흐름처럼 발랄하면서도 지적인 매력을 동시에 품고 있다. 중앙 원형 주변을 붉은색 삼각형들이 고리 모양으로 반복하며 둘러싼 모습은, 미니멀한 기하학과 반복적인 패턴을 사용한 당대 시각 문화 트렌드와 궤를 같이한다. WB는 이 세련된 디자인을 통해, 자신들이 구시대의 영화사가 아닌, 새로운 시각 언어와 곧 도래할 음악적 변화를 포용하는 레이블임을 조용히 선언했다. 이 슬리브는 마치 대중음악의 지형을 바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그래픽 선언과 같았다.


1958년 후발 주자로 출발한 워너 브라더스 레코드는 이미 포화된 주류 팝 시장을 정면으로 공략하는 대신, '니치 마켓' 전략을 택했다. 니치 마켓이란, 특정하고 좁은 고객층의 독특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틈새시장을 의미한다. 워너는 이 전략에 따라 주류 레이블이 무시했던 코미디 앨범과, 지적인 젊은 층이 열광하던 포크 음악에 집중했다. 이러한 영리한 틈새 공략 덕분에 WB는 재정적, 문화적 기반을 단단히 다졌다. 곧바로 프랭크 시나트라의 리프라이즈 레코드(Reprise Records)를 인수하며 영향력을 확대했고, 이는 훗날 지미 헨드릭스, 닐 영 같은 록의 거장들을 품을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궁극적으로 이 시기의 성공과 확장은 워너 브라더스 레코드가 엘렉트라(Elektra)와 애틀랜틱(Atlantic) 레이블과 결합하여 WEA(Warner-Elektra-Atlantic)라는 글로벌 음악 제국의 핵심 축이 되는 결정적인 발판이 되었다. 이 슬리브는 거대 그룹의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시작을 상징하는 기념비가 되었다. 이 1964년 슬리브가 품었던 대표적인 아티스트는 피터, 폴 앤 메리(PP&M)였다. 밥 딜런의 곡을 대중에게 가장 성공적으로 전달한 이 포크 트리오의 싱글들은 이 '트라이앵글 써클' 슬리브에 담겨 대중에게 전달되었다. 워너는 PP&M을 통해 포크 리바이벌의 정점에 섰으며, 이는 워너 브라더스 레코드가 단순히 할리우드의 후광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영향력을 갖춘 음악 레이블임을 증명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 작고 붉은 패턴의 종이봉투는 단순한 포장이 아니라, 워너 브라더스 레코드가 미니멀리즘 디자인과 영리한 시장 전략으로 팝 음악의 판도를 바꾸기 시작한 순간을 담은 슬리브였다.



Tell It On The Mountain - Peter Paul & Mary, 1964


이 글을 [소리를 감싼 종이들]의 후속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브런치북의 전체 내용을 보시려면 [https://brunch.co.kr/brunchbook/sleeves]를 참고하세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소리를 감싸던 종이들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