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nyl Sleeve Stories
컬렉션에 잠들어 있는 그 소리들은 단순한 음반을 넘어, 한 시대의 기술과 예술, 그리고 거대 자본의 역사를 담고 있다. 바로 머큐리 레코드(Mercury Records)의 이야기이다. 이 레이블은 단순한 음반 회사를 넘어, 음악 산업의 지형도를 바꾼 '움직이는 혁신' 그 자체였다. 머큐리 레코드는 1945년 시카고에서 설립되었다. 후발 주자였던 이들은 기존의 대형 음반사들을 따라잡기 위해 상상을 초월하는 전략과 혁신을 감행했다. 'Living Presence' 스테레오와 오버더빙 머큐리는 1940년대 후반, 패티 페이지의 곡에 백 보컬을 덧입히는 오버더빙(Overdubbing) 방식을 상업적으로 성공시키며 녹음 방식의 혁명을 가져왔다. 1950년대 중반, 3개의 마이크만 사용해 실제 현장의 소리를 극대화하는 'Living Presence' 녹음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클래식 음반의 사운드와 입체감을 극대화하여 현재까지도 최고의 오디오파일 기준으로 통용되고 있다. 1964년에는 재즈 거장 퀸시 존스를 부사장으로 임명하며 미국 메이저 음반사 최초로 흑인 경영진을 배출, 인종적 장벽을 허무는 데 선구자 역할을 했다.
머큐리 레코드의 로고는 레이블의 이름처럼 로마 신화의 전령 신 '머큐리(Mercury, 그리스 신화의 헤르메스)'에서 영감을 얻었다. 날개 달린 신발(Winged Foot) 또는 날개 달린 투구 모티프는 '속도', '정보', '전령'을 상징하며, 신생 레이블로서 빠르게 음악을 전파하고 기술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머큐리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은 거대 자본과의 결합이다. 폴리그램으로의 편입 (1960년대 초 ~ 1972년) 머큐리는 1960년대 초 네덜란드의 필립스(Philips)사에 인수된다. 이후 1972년, 필립스의 음반 부문이 독일 지멘스 소유의 도이치 그라모폰과 합쳐지면서 폴리그램(PolyGram)이라는 거대 음반 지주 회사가 탄생했고, 머큐리는 그 핵심 레이블로 자리 잡았다. UMG 산하 1998년, 폴리그램이 유니버설 뮤직 그룹에 합병되면서 머큐리는 UMG 산하로 편입되어 현재까지도 머큐리 내슈빌 등 전문 레이블로 활동하며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머큐리는 재즈, 클래식, 록 등 모든 장르를 포괄하며 시대를 대표하는 명반들을 남겼다. 사라 본 (Sarah Vaughan)의 Lullaby of Birdland (1955)는 산하 재즈 레이블 에마시(EmArcy)를 통한 재즈 보컬의 정점을 보여줬고, 안탈 도라티 지휘로 미니애폴리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1812 Overture (1958) 앨범은 'Living Presence' 기술의 기념비적 작품이다. 실제 대포와 종소리를 오버더빙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클래식 스테레오 녹음의 표준을 제시한 '오디오파일(Audiophile)들의 성배'와 같은 앨범이다.
본 조비 (Bon Jovi)의 Slippery When Wet (1986) 또한 머큐리-폴리그램 시절의 글로벌 메가 히트 앨범이기도 합니다. 머큐리 레코드는 기술적 혁신과 유연한 장르 포용력을 바탕으로 80년의 시간을 넘어 여전히 울려 퍼지고 있다.
https://youtu.be/6c4DNLChMCA?si=rlMQAn0ezXLcl5ah
https://youtu.be/C9aYWZfN_Fo?si=8EnKSUSzLYZ5zD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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