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Collection Privée - Come Aguiar
Come Aguiar의 곡 'Collection Privee'를 들을 때마다, 나는 무언지 모를 감정이 떠오른다. 아니, 뛰쳐나온다고 할까? 제목 그대로 '개인 소장품(Private Collection)'이라는 단어가 시야에 마법을 거는 듯,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들이 마치 이 세상의 귀한 예술품처럼 컬렉션의 일부로 소중하게 느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감각은, 이 곡이 삽입된 다큐멘터리 《L'Amour fou》 (2010)의 핵심 서사와 깊이 맞닿아 있다. 이 영화는 전설적인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과 그의 오랜 연인이자 사업 파트너였던 피에르 베르제가 50년간 공유했던 '광적인 사랑'과 삶의 기록이다.
나에게 이 영화는 각별한 인연으로 다가왔다. 지금은 고인이 된 사진가 보리(이보경) 실장님과 공동의 지인이었던 또 다른 사진가 솔레의 결혼사진을 함께 찍던 그때, 이 영화를 처음 알게 되었다. 당시 보리 실장님이 사진 외에도 인디영화 수입하는 일에도 힘쓰고 있다는 이야기에, 선배의 모습이 마냥 멋있고 부러워했던 시절에 접한 영화였다. 그때 알게 된 이 영화와 그 안의 음악은 지금까지도 깊은 무드가 필요하다 생각하면 바로 꺼내 듣는 소중한 컬렉션이 되었다.
프랑스 출신 아티스트 Come Aguiar가 작곡한 이 OST는, 베르제의 담담한 회고에 깊은 감성을 더한다. 특히 'Collection Privee'는 두 사람이 평생을 바쳐 모았고 결국 경매로 흩어지게 된 방대한 예술품 컬렉션을 직접적으로 상징한다. 따라서 'Collection Privee'의 선율을 들을 때, 나는 단순히 풍경을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이브 생 로랑과 피에르 베르제가 소유했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의 마지막 순간을 공유하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이는 결국 피에르 베르제에게 헌정하는 'Quattuor Pour Pierre'의 쓸쓸한 정서와 연결되며, 소유와 상실의 경계에서 탄생한 가장 아름다운 테마곡이 된다.
트랙의 순서는 L'Amour Fou - Collection Privee - Quattuor Pour Pierre 순서대로 듣는 것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이 음악이 소중한 이유는 영화 자체의 이야기도 좋지만, 사진으로 생계를 꾸리고 벌어드린 돈으로는 취향 좋은 자기만의 영화를 수입하는 일에 투자하던 그녀를, 저 멀찍이 떨어져 걸어가는 그녀의 우아한 모습을 닮고자 했던 그때의 내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https://youtu.be/wEXCcahReTI?si=RVcROGxpu1RLhYbQ
https://youtu.be/vBzxPTOJ4dM?si=4s5J87oQHUDrrBGR
https://youtu.be/Pg7aaPkrU8Q?si=A9X-fRU58iN-hCR1
https://youtu.be/Vcz4_C5movk?si=C8FRVPiBiNFPSVG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