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nyl Sleeve Stories
1970년대 뉴욕을 기반으로 설립된 로드쇼 레코드(Roadshow Records)의 슬리브를 펼치는 행위는, 곧 디스코와 펑크(Funk)의 물결이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치솟던 역동적인 시대로 진입하는 경험 그 자체다. 프레드 프랭크(Fred Frank)와 시드 마우러(Sid Maurer)가 1972년에 창립한 이 레이블은, 거대 배급사였던 유나이티드 아티스트 레코드(United Artists Records)의 강력한 유통망을 타고 흑인 음악의 혁신적인 사운드를 전 세계 댄스 플로어에 전달하는 핵심적인 통로 역할을 수행했다.
로드쇼 레코드의 진정한 의미는 주류 시장이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장르, 즉 R&B, 펑크, 디스코를 결합한 새로운 그루브의 정체성을 구축했다는 점에 있다. 그들은 한 시대를 풍미한 사운드를 단순히 유행시킨 것이 아니라, 독창적인 아티스트들을 발굴하며 음악적 다양성을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1970년대 중반, 디스코 열풍이 절정에 달했을 때, 로드쇼는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상징적인 음악들을 선보였다.
B.T. 익스프레스(B.T. Express)는 로드쇼 레코드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 아티스트이다. 1974년 데뷔 앨범 Do It ('Til You're Satisfied)는 펑크의 단단한 리듬 섹션과 디스코의 화려한 편곡을 결합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들의 히트곡 "Express"는 단순히 댄스 음악을 넘어, 기차 소리와 같은 퍼커션 사운드를 삽입하며 질주하는 듯한 리듬감을 선사했다. B.T. Express가 ‘브루클린 트랜짓 익스프레스(Brooklyn Transit Express)’의 약자라는 별명처럼, 이 트랙은 뉴욕 대중교통의 에너지를 댄스 음악에 고스란히 담아냈다는 흥미로운 해석을 낳기도 했다.
이러한 폭발적인 펑크 그루브와는 대조적으로, 로드쇼는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출신의 소울 그룹 인챈트먼트(Enchantment)를 통해 부드러운 R&B 발라드의 영역도 놓치지 않았다. "Gloria," "It's You That I Need"와 같은 히트곡을 통해 인챈트먼트는 디스코 시대의 격렬함 속에서도 클래식한 보컬 하모니의 섬세함과 감미로움을 지켜냈으며, 레이블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서브 레이블인 코스트 투 코스트(Coast To Coast)를 통해서는 영국 디스코 디바 켈리 마리(Kelly Marie)를 발굴하여, "Feels Like I'm in Love"로 1980년대 초반 국제적인 디스코 히트를 기록하며 로드쇼의 지평을 유럽까지 확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로드쇼 레코드의 유산은 단지 과거의 기록으로만 남아있지 않다. B.T. 익스프레스의 음악은 수많은 힙합과 댄스 트랙에서 샘플링되며 현대 음악의 기초를 이루는 데 일조했고, 인챈트먼트나 켈리 마리와 같은 아티스트들의 세련된 사운드는 오늘날까지도 시대를 초월한 그루브로 회자된다. 이 레이블은 1970년대 후반에 막을 내렸지만, 그들의 레코드 슬리브에 새겨진 로고와 카탈로그 넘버는 펑크와 디스코의 황금기에 존재했던 과감하고도 생동감 넘치는 음악적 도전의 증거로 남아있다. 로드쇼 레코드의 역사는, 상업적 유통망과 아티스트의 순수한 열정이 만나 하나의 독특한 음악 시대를 어떻게 만들어냈는지 보여주는 완벽한 예시이다.
https://youtu.be/qWqYQcKkUKs?si=aeF6o4dpXz4OT-yo
https://youtu.be/8fiDIq8Vsq4?si=H9g1W4kKDJvcoB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