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nyl Sleeve Stories
Ampex. 이 이름은 20세기 중반, 아날로그 시대를 지배했던 기술의 거인 이었다. 마그네틱 테이프 녹음 기술을 세상에 알리고, 세계 최초의 비디오테이프 레코더(VTR)를 개발했죠. 빙 크로스비(Bing Crosby)의 투자 덕분에 스튜디오 녹음의 표준을 확립했던 그들이었다. 이토록 '도구'의 혁신가였던 Ampex가 1970년대 초, 갑자기 음반 제작 및 유통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자기들이 만든 테이프로 '콘텐츠'를 직접 팔아보겠다는 야심이었다. 자신들의 강력한 8 트랙 카트리지와 카세트테이프 유통망을 믿고, 기존의 딱딱한 레코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셈이다. 짧았지만 강렬했던, Ampex Records의 음악적 외도.
Ampex가 없었다면 현대 음악 녹음 방식은 달랐을 것이다. 1950년대 멀티트랙 녹음 기술 덕분에 아티스트들은 스튜디오에서 무한한 실험이 가능했고, 1970년대 Ampex는 그들이 장악한 카세트 유통망이 음악 시장에서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 시험해보고 싶었다. 그들은 이 유통 채널을 활용하기 위해 젊고 패기 넘치는 레이블들을 끌어들여 'Ampex Family of Records'라는 연합체를 형성했다. 기존의 대형 음반사 유통 구조가 아닌, Ampex의 새로운 테이프 유통망을 직접 이용하고자 했던 신생 레이블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 패밀리에는 Big Tree Records, Bearsville Records, 그리고 Lizard라는 세 개의 자회사 레이블이 있었다.
Ampex Family 내에서도 Big Tree와 Bearsville는 흥미로운 이중 구조를 가졌다. 빅 트리 레코드 (Big Tree Records)는 훗날 유니버설 뮤직 그룹(UMG)의 수장이 되는 더그 모리스(Doug Morris)가 1970년에 설립했다. 모리스는 팝 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자 했고, Ampex의 강력한 유통력을 통해 빠르게 대중 시장을 공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싱어송라이터 로보(Lobo)를 발굴하여 "Me and You and a Dog Named Boo" 같은 히트곡을 터뜨렸다. Big Tree의 성공은 Ampex 유통력이 팝 시장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 보였다. 로고 역시 이름처럼 크고 웅장한 나무를 시각화하여, 성장의 야심을 드러냈다.
베어스빌 레코드 (Bearsville Records)는 전설적인 매니저 앨버트 그로스만(Albert Grossman)이 뉴욕 우드스톡 인근에 설립한 레이블이자 스튜디오 복합체였다. Big Tree의 팝적인 성향과는 정반대로, 이곳은 프로듀서 토드 룬드그렌(Todd Rundgren)을 필두로 진보적인 록과 실험적인 포크 아티스트들을 집중적으로 발매하며 예술성을 추구했다. 룬드그렌의 초기 프로젝트인 Runt 등 음악적 실험성이 강한 아티스트들이 이곳에서 나왔다.
귀여운 곰 로고가 상징하듯, 우드스톡의 자연 친화적이면서도 아늑한 스튜디오 분위기를 반영한듯하다.
기술력과 예술적 패기가 결합된 Ampex의 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음반 제작과 아티스트 관리, 마케팅이라는 '문화 콘텐츠' 영역은 단순히 '도구'를 만드는 기술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듯하다. 복잡한 시장 역학과 기존 음반사들의 권력 구조를 신생 기술 회사가 극복하기란 쉽지 않았고, 결국 Ampex Records는 1973년경 짧은 도전을 마무리하고 음반 사업에서 철수하게 되었다. Big Tree와 Bearsville는 곧바로 Warner Bros 와 Atlantic Records 같은 대형 유통사로 갈아탔다.
Ampex Records의 역사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아무리 최고의 기술력을 가졌더라도, 문화 산업에서는 '도구'와 '콘텐츠'를 다루는 역량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짧았지만, 1970년대 음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으려 했던 Ampex의 용감한 외도였다.
https://youtu.be/KMSnhCuQVjU?si=J7sYRO3VLOBsHtmq
https://youtu.be/dlWBul-x1wc?si=43oP7gE_YKJVeH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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