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9. Be Be Your Love · Rachael Yamagata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떤 장면이었는지 이제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당신의 사랑이 되어줄게"라고 애절하게 노래하는데 정작 화면 속 주인공들은 너무나 외로워 보이던 그 아이러니한 감정만큼은 선명하다. 그 장면 하나 때문에 이 노래를 검색하게 되었던 것 같다.
파리에서 두 달간 머물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 내 플레이리스트에는 이 노래가 있었고, 파리의 좁은 골목골목을 걸을 때마다 이 목소리가 함께했다. 누군가에게는 드라마의 OST였겠지만, 나에게는 그해 파리 여행의 가장 완벽한 배경음악이 된 셈이다. 당시 한국 팬들의 <그레이 아나토미>에 대한 사랑이 컸던 만큼 그녀의 음악도 큰 사랑을 받았고, 그녀 역시 한국을 매우 특별하게 생각했다. 그 인연으로 앨범 [Chesapeake]의 한국 한정판 자켓은 고(故) 김중만 작가의 아트워크로 채워졌으며, 그녀는 2018년 [Porch Songs] 앨범을 통해 그에게 헌정하는 곡 'Jungman's Theme (Paris)'를 남기기도 했다.
둘 다 보고, 들어보시길 추천한다.
그녀는 자신의 곡들이 스스로 겪은 실제 경험담이라고 말하곤 했다. 한때 담배를 많이 피웠다는 이야기나 가사 속에 담긴 어두운 면면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노래로 다 하고 나면 후련해진다는 그녀의 말처럼, 우리에게도 그녀의 노래는 음악을 넘어 하나의 깊은 이야기로 들린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어느덧 나의 이야기로 치환되기도 한다. 우리가 각자의 삶, 그 결정적인 순간마다 그녀의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꺼내 드는 건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https://youtu.be/4Uyli38PzT8?si=WyR9kbgQ2NTs6kB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