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참새 Sep 09. 2018

이미 행복한데 다른 행복을 찾다

어제는 하루 종일 드라마(미스터 션샤인, 김태리가 너무 좋다ㅠ)와 예능만 본 것 같다. 어떤 관점에서 보면 해야 할 일이 많았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하였다. 지금 빨리 책을 완성시켜야 하는데 끝맺음이 잘 안 나고 있다. 뭐 오늘 못하면 내일하고, 내일 못하면 그 다음날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살짝 나태하단 생각이 들었고, 내가 할 수 있는데 안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무엇보다 잠을 너무 많이 잔다.     


내가 성과적인 것(책을 빨리 완성하는 것, 취업에 성공하는 것 등)에 매달리면 계속 그 결과에 신경을 쓰게 되니깐 불행해질 것이란 것을 안다. 하지만 그런 의무들을 아예 안 할 수도 없다. 이것은 딜레마인 것 같다.     


공시생 때가 생각났다. 공부를 하다보면 자꾸 합격을 바라게 됐다. 그러면 또 경계에 시달리게 되고(법륜스님이 자주하는 표현), 현재를 느끼지 못하였다. 그때는 명상을 하거나 친구만나서 노는 시간과 공부하는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대로 움직였다. 억지로라도. 그래야 공부 안 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 들지 않으면서도 마음의 평화가 있었다. 어쨌든 휴식과 공부 두 가지를 다 했었다. 어쩌면 세상은 이렇게 자연적인 것과 성과적인 것을 이렇게 골고루 해줘야 하는 것은 아닐까? 놀 땐 놀고, 공부할 땐 공부하는 것이 인생에 있어서 답일까?     


지금 내가 그런 마인드가 필요한 것 같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지금 이 상태로도 충분하다는 생각도 있지만, 내가 성공을 위해 할 수 있는 부분만큼은 해줘야 하지 않을까? 그냥 성공 자체를 바란다기 보다 도서관에서 글이 써지든, 써지지 않든 일단 앉아라도 있으면 기분이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한편으론 내가 많이 움직이고 내 몸이 불편해야 내 마음이 더 밝아질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나태한 것보다 부지런한 것이 나은 것 같다.       


나는 요즘 옷을 잘 사지 않는다. 요즘 내가 패션에 신경을 써서 내 기분이 좋아질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는 편이 좋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가 거울을 보고 시간 보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고, 나이 들어서 외모에 집착하는 것도 싫다. 그것보다는 글 쓰고 사람들과 수준 높은 대화를 하는 것이 더 즐겁지 않을까? 하지만 돈도 있는데 일부러 외모에 신경을 안 쓰는 것도 이상하다. 외모에 신경은 쓰기 싫지만 그렇다고 아예 신경을 안 쓰는 것도 부자연스럽다. 이 세상은 정말 피곤한 것 같다.     


예전에 어떤 사람이 예쁜 사람하고 약혼하고 나서 했던 말이 생각났다. 갑자기 길 가에 난 꽃도 예뻐 보이고, 사람도 다정해보이고, 세상 전체가 아름답게 느껴졌다고 했다. 웃긴다. 결혼하는 것과 세상이 좋아 보이는 것이 어떤 관련성이 있을까? 세상이 그런 것 같다. 시험에 합격하는 것, 옷발이 잘 받는 것, 결혼하는 것 등 성과적인 것이 우리의 정서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우리가 성과적인 것에 집착한다면 세상이 우울해지지만 그 성과적인 것들로 인해서 세상이 아름다워지기도 한다.  

   

결론을 내렸다. 그런 성과적인 것들을 바라지 않고 그냥 해주자고. 나는 성과적인 것보다 지금 현재의 자연적인 행복에 더 관심이 많다. 하지만 그런 행복을 유지시키고, 더 큰 행복을 위해서는 성과적인 것들이 필요하다. 이렇게만 된다면 우리는 의무를 다하는 것이고 더 이상 아무 것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행복하다. 지금 이 현실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내가 억지로 뭔가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예전처럼 발렛파킹 일이 싫어서 다른 일을 알아보는 것이 아니다. 발렛 하는 것도 좋다. 거기는 여자들도 많다. 지금도 좋은데 더 행복하라고 다른 일을 하는 것이다. 다만 내가 바라지는 않지만, 책을 출판하거나 강의를 하는 것이 그것자체만으로 내 현실에 더 큰 기쁨을 주기 때문에 그 일을 하는 것이다.  

   

‘이미 행복한데, 더 큰 행복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행동을 한다’ 이 마음으로 살아볼까? 내 의식은 항상 현재의 행복에 있다. 미래의 일들을 내가 직접적으로 바라지는 않지만 그냥 해주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현재의 행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개념이 가능하다면 내가 미래를 위해서 억지로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가 불행해서 내가 어떤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지금 친구들과 노는 것이 좋고, 공원을 산책하는 것이 좋은데 그 좋은 느낌을 더 유지시키기 위해서 시험공부도 하고, 옷도 사입고, 글도 쓰는 것이다. 이렇게 ‘오직 할뿐’이란 마음으로 무슨 일이든지 해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침투적 생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