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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Sep 11. 2018

오직 할 뿐

나는 유명한 칼럼리스트가 책을 소재로 방송을 하고 영화평론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친구에게 말했다. 그건 남의 콘텐츠로 먹고사는 것이 아니냐고. 자기 생각을 하고 자기 글을 써야지, 왜 남의 작품이 이렇다, 저렇다고 평가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생각이 바뀌었다. 이미 유명한 작품을 소재로 이야기를 해야 내가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런 과정을 거친 뒤에 자기가 직접 작품을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다.


혹시 나에게 필요했던 것은 작은 성공이 아닐까? 생각해보니 10년 정도 나는 계속 실패만 경험한 것 같다. 참 지지부진했다. 성공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 그래서 무기력이 쌓였던 것일까? 힘이 나질 않았다. 유투브 방송이나 팟캐스트도 꾸준히 했었으면 작은 성과라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항상 조금 하다 말고를 반복했다. 왜냐하면 그것은 근본적으로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진짜로 되고 싶었던 것은 법륜스님처럼 어떤 진리를 깨우치고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것이었다.


어떤 학자는 자기가 진짜 하고싶은 학문을 잠시 보류하고, 예능 방송에 나와서 대중들과 소통하기도 한다. 그것이 자신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기도 하고, 그런 즐거움이 있어야 지치지 않고 자기 본래의 일을 더 잘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때로는 세속적으로 행동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도 이제 그렇게 해야겠다.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이것이 더 좋다고 해도, 내 무의식은 세속적인 것을 더 좋아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자신의 완벽한 이상을 추구하는 것도 내 욕심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목표를 위해 돌아서 갈 줄도 알아야 하는 것 같다. 내가 당구 칠 때 3쿠션으로 완벽하게 하고 싶은데, 처음 당구를 배울 때부터 너무 전문적으로 하려면 마음이 지칠 수도 있다. 처음 당구를 배울 때는 4구부터 천천히 배워나가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래야 작은 성공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답답할 수도 있지만, 그런 과정도 지켜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가을이 되면서 작년에 입었던 옷을 하나씩 꺼냈다. 여름옷은 단조롭고 멋이 안 난다. 긴팔 옷을 입기 시작하면서 좀 생기가 돌 것 같다. 기분이 좋았다. 옷이 바뀌는 것일 뿐인데 내 컨디션까지 올라가는 것 같다. 옷이 주는 기쁨이 확실히 있다. 하지만 그것이 본질적인 것이 아니란 것을 안다. 옷은 그냥 옷이다.


한때 나는 좋은 옷을 입거나, 외모를 꾸미거나, 결과에 집착하거나, 작은 성공에 기뻐하는 것을 지나치게 피한 적이 있다. 그것이 본질적인 행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그러지 않기로 했다. 이젠 그냥 이것들을 놔두기로 했다. 거기에 집착하지도 않고 피하지도 않고. 그냥 해줄 뿐이다. 때로는 거울을 흘깃 보면서 자신의 외모에 만족해하거나, 작은 성공에도 기쁨을 느껴도 된다고 생각한다. 안전한 범위 안에서 말이다.


내가 그런 것들에 만족해서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생길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성과적인 것보다 자연적인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명상을 충분히 하고 있고, 나의 길을 잘 알고 있다. 한 번의 성과적인 행복을 느낀다면, 두 번의 자연적인 행복을 느낄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을 통제할 수 있다. 그리고 성과적인 행복이나 작은 성공은 나의 수단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것을 알고 있기만 하면 된다.


나는 본래의 행복을 위해서 성과적인 행복을 이용할 것이다. 그래서 유튜브, 팟캐스트 방송도 다시 할 것이고 새옷도 살 것이다. 책도 쓸 것이다. ‘오직 할 뿐’이란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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