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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Dec 29. 2018

주제도 모르고

우울감이 커져 고통으로까지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더는 방법이 없다. 나는 집으로 와서 김태리가 나오는 리틀포레스트(이 영화는 욕심을 비우게 하는 묘한 힘이 있다)를 다시 다운받았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계속 그걸 보기만 했다. 그제야 숨을 쉴 것 같았다.


지겹도록 반복되는 패턴이다. 나는 체력도 안 되면서 회사를 마치고 저녁엔 방송을 하려고 했다. 그러다 또 죽을 것 같아서 내려놓기로 했다. 그저 영화를 보고 그 순간에만 집중하려고 했다. 역시 행복은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내 계획대로 되는 일이 없어서 불평만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이면도 봤다. ‘이제 적어도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적어도 주말에 내 맘대로 밥을 먹고 글을 쓰고, 책을 읽을 수 있다. 일주일에 단 이틀이라도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다는 게 어디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지금은 힘들지만 이런 경험이 나를 더 강하게 할 것이고, 이것 또한 글쓰기 소재가 될 것이다. 그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자기 주제를 알아야 한다. 법륜스님은 “사람들이 자기가 지은 업을 알면 이 정도 고난에는 감사해야한다”고 했다. 우리는 우리가 지금보다 쭉 잘 돼야 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나는 원래 예전에 이미 아파서 죽었어야 할 운명일 수도 있다. 지금 이렇게 살아서 멋있게 기자를 하고, 책 한 줄이라도 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해야한다.


불평 가득한 것은 눈에 잘 띈다. 하지만 그 이면의 장점은 보이지 않는다. 그건 우리가 직접 찾아서 자신에게 증명해줘야 한다.



거제에 있는 정토회를 찾아갔다. 사람들은 부지런히 절을 하고 있었다. 나보고도 아침 5시에 일어나서 108할 것을 권했다. 과연 내가 새벽에 일어날 수 있을까 ㅋㅋ 수행을 하는 사람들은 다들 이렇게 열심히 산다. 법륜스님도 매일 새벽에 일어나 정진하신다. 어쩌면 행복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이 정도는 돼야하지 않을까? 행복엔 정말 이런 물리적인 노력이 필요한 걸까?


피곤해서 감사일기를 못 썼는데, 다시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아무리 피곤해도 하루에 하나라도 감사거리를 찾아야 한다. 그건 해야만 하는 ‘일’이다.


일기를 쓰는 것도 습관이고, 감사하는 것도 습관이다.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눈에 보이는 대로, 나도 모르게 불평하고, 욕심을 낸다. 그것도 습관이다. 1cm 간격 두 줄의 이어지는 평행선도 약간만 각도가 틀어져도, 시간이 지나면 그 간격은 엄청나게 벌어진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작은 습관 하나가 엄청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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