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참새 May 16. 2019

쓸모인류 _ 행복은 이불개기부터  

60대 할배 빈센트는 아침부터 커피를 내리고 사람들에게 못난이 빵을 만들어준다. 요가동작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고장난 차도 고칠 줄 안다.


그의 집에는 사람들이 서슴없이 드나드는데 특히, 20대 여성들이 놀러오기도 한다. 그의 이웃인 작가는 이런 모습이 부러웠던 것이 틀림없다. 쓸모인류의 쓸모란 타인을 이롭게 하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저렇게 사람들이 꼬일까? 빈센트는 ‘약간 넘치는 사람’이었다. 


나는 배가 고파서 요리를 하고, 밥을 먹기 위해서 설거지를 하고, 비만 때문에 운동을 하고, 출근때문에 일어난다. 도저히 발 디딜틈이 없을 때 방청소를 한다. 딱 필요한 만큼만 한다. 다 나처럼 사는 줄 알았다. 


하지만 빈센트는 배고픈 것을 뛰어 넘어 건강을 위해 요리를 하고, 청결을 위해 청소를 하고, 별의별 계획을 위해 일찍 일어난다. 그의 정리정돈은 ‘필요’를 넘어 ‘미학’이 목적인 것 같다. 그의 이런 잉여가 남들을 배려하는 여유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45세의 작가는 인생이 헛헛해졌다고 했다. 그는 뭔가 대단한 것을 위해 달려왔지만 직장에서 자신의 한계를 봤다. 이제 남은 인생에서 더 성취할 것이 있을까? 늦잠을 자고 인생을 멍때리며 보내는 일이 많아졌다. 


반면, 빈센트는 매일매일 새로운 레시피로 요리를 시도하고, 실패도 하고, 가방과 의자를 손수 만들며, 공부 계획을 세우면서 하루를 채운다. 그에게 낭비하는 시간은 없다. 



빅터프랭클은 ‘죽음의 수용소’에서 삶의 의미가 있는 사람이 행복하다고 했다. 서은국 교수는 ‘행복의 기원’에서 행복은 빈도라고 했다. 그런 면에서 삶의 매 순간 의미가 있고 그 빈도도 높은 빈센트는 행복한 사람임이 분명하다. 


내 삶을 반성했다. ‘나는 똑똑한 것 같은데 왜 성공 못하고 있는거지?’ 하며 조급해했다. 이불을 발로 걷어차고 책상을 어지럽히며 눈앞의 길을 지루한 등산로라 여기며 빨리 정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가하게 쉬는 사람을 보며 이럴 시간있나? 빨리 성공 안할거가ㅋㅋ 하며 한심하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내게 삶의 의미는 이불을 반듯하게 하거나, 옷가지를 정리하거나, 책상을 치우는 것에는 1도 없었다. 그런 행동이 쓸모가 있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빈센트는 느리게 사는 사람, 과정을 사는 사람이 더 행복하고, 어쩌면 효율적인 삶을 사는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나는 그동안 미래를 기대하고 실패하기를 반복해서 겪으면서 그 말을 드디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쩌면 진정한 행복은 우리 삶의 의미를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쉽게 닿을 수 있는 것의, 당연한 듯한 작은 변화에서, 내가 먼저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빈센트의 주변을 소소하고 부지런한 행동은 분명 타인 또는 나를 이롭게 하는 것이고, 하나의 쓸모이다. 현재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명상이며, 몰입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경애의 마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