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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Jul 14. 2019

구르는 돌처럼 감사하며 살자

황기자 그 기사 빨리 써라~ 국장님이 퇴근하기 전에 말했다. 


빨리 쓸 수가 없다. ㅇ기업으로부터 자료를 받아야 기사를 쓸 수 있는데 아직도 안 주고 있다.  


시간이 정해져 있는 사업이라 기업 담당자에게 쪼아도 "기자님 조금만 봐주세요~ 우리 사장님이 골프친다고 바쁜 분이 아닙니다" 이라는데 내가 우째할 수가 없다. 


아씨. 국장님한테 또 깨지겠군. 중간에 끼여서 이게 무슨 일인가? 복날 저녁에 친구들과 모여서 맛있는 삼겹살을 먹으면서도 계속 걱정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것들이 다 뭐라고 내가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기사 늦으면 국장님한테 혼나기밖에 더하겠나? 아니, (최악의 경우) 일 그만두면 되지 왜 이런걸로 하루종일 걱정만하고 있는지. 단순히 이런 마음가짐만 이렇게 고쳐먹어도 행복해질 수 있었는데.. 어차피 걱정한다고 해결되지도 않는건데. 


이런 기사쓰는 일 따위가 어제 하루의 행복을 가져갔던 것이다.  조금만 노력해서 생각을 바꾸면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 우리가 불행한 이유는 게을러서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다 혹시나 해서 이 사업 담당자보다 더 높은 팀장에게 전화했다. 


"이러이러해서 자료가 늦어지는데요, 이거 언제까지 해야되나요?"

"아 기자님 주말에 이렇게까지 전화를 주시고~ 편하게 생각하세요. 천천히 하셔도 됩니다" 


모든 걱정이 한방에 날아갔다. 진작에 알아볼걸. 어제 내가 했던 걱정은 다 뭐란 말인가? 내가 조금만 더 부지런래서 미리 물어봤더라면 어제 친구들과 맥주에 취해서 삼겹살을 더 맛있게 먹었을텐데.. 


역시 불행은 내가 나태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내 행복이 일신의 편함보다 더 못한 것이란 말인가? 


오늘 내가 쓴 기사중에 ㅋㅋ 경남전자고등학교 학생들이 마산 오동파출소 경찰들에게 머그컵을 선물했다. 


집에는 설거지거리가 쌓이기 시작했다. '쓸모인류'책의 빈센트는 밥 먹자마자 바로 설거지를 하라고 했지만 진짜 귀찮았다. 설거지거리를 미루고 미루다가 한번에 하면 더 효율적이지 않는가? 왜 굳이 그렇게 안해도 되는 노동을 해야하는가?  


전에 ㅇㅇ씨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의 감사함은 당연한 것이 아니에요,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렇다. 굳이 삶에 감사하지 않아도 우리는 잘 살 수 있다.  솔직히 감사하는 것도 귀찮다. 잉여적이다. 왜 안해도될 것 같은 감사를 해야하는가?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의 즐거움' 책에는 걱정거리가 있으면 몰입이 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우리는 가만히 있으면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솟아오른다. 생각을 안하면 부정적인 감정들도 생기지 않는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 


그러면 가만히 있지 않으면 된다. 구르는 돌처럼 끊임없이 어떤 행동을 하고 있으면 부정적인 생각도 들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운명은 이끼가 끼지 않는 돌처럼 계속 굴러가는 삶일 수도 있다. 


이 세상에 감사할 거리는 많다. 그 모든 것에 감사해보자. 그러면 부정적인 생각을 할 틈이 없다. 감사할 시간도 부족한데 걱정할 시간이 있겠는가? 우리 친구, 부모님, 내게 주어진 행복은 절대 당연한 것들이 아니다. 


몰입의 즐거움에 나오는 매사에 적극적인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는 걱정거리가 없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감사해야한다. 그러면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이불부터 개고 싶을 수도 있다. 


기사를 쓴다는 것 자체는 어쩌면 행복한 일이 될수도 있다. 그것을 멋지게 완성했다고 해보자. 얼마나 보람된 일인가? 하지만 어제 그런 생각은 1도 하지 않았다. 오로지 '아씨 왜 이렇게 중간에 끼여서 이런 상황이 된거야'하고 불평만했다. 


내가 만약 어제 쓸데없는 것에 걱정하는 대신, 친구들에게 감사했다면, 그 주어진 시간동안 걱정과 생각을 하지 않았을 테고, 그러면 나는 행복한 상태에서 내게 주어진 기회에 대해서 새로운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결국엔 매사에 감사하는 것이 좋은 것에 몰입하는 것의 전제조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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