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보다는 최선을
2주 넘게 잡고 있었던 기사를 다음 주에는 송고할 것 같다. 퇴근 후에는 집에 가서 넷플릭스를 봤다. 그만큼 조급해하지 않고 시간 될 때마다 조금씩 썼다.
우리 회사는 기사를 빨리 쓰라고 조으지도 않는데, 그동안 나 혼자서 이건 최소한 언제까지는 끝내야해! 하면서 강박적으로 글을 썼던 것 같다. 내가 만약 억지로 기사를 썼다면 조금 더 스트레스 받으면서 좀더 빨리 썼을 것이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해결하지 못한 복잡한 일이 있으면 기분이 시원치 못했다. 빨리 해치우고 싶고, 빨리 결과가 나오기를 바랐다. 어제 완성을 못했다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그 찝찝함을 안고 커피숍이나 도서관에 가서 비비고 있을 때 스트레스가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가닥을 잡고 결과가 나오기 시작할 때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며 커피 한잔을 즐겼다.
매번 거의 모든 순간을 스트레스만 받는 것 같아, 이젠 다르게 살기로 했다. 그냥 과정 글 쓰는 과정 자체를 즐겨보려고 노력했다. 기사야 어떻게 되든, 나는 그냥 열심히 고민하고, 글을 쓰고 또 쓸 뿐이다. 커피숍에 앉아 고민하는 그 순간의 나를 관찰해보기로 했다. 그런 나의 모습도, 있는 그 자체로 멋있기도 했다. 그래, 그 대부분의 순간을 음미하면 어떨까?
고등학교 때 내가 모든 면에서 완벽한 존경하는 친구가 있었다. 우연히 그 친구의 노트에서 한 구절을 발견했다.
‘최고보다는 최선을’
나는 공인인증서 발급하는 일 따위를 싫어했다. 매번 아이디를 까먹고, 비번을 기존에 내가 자주 쓰는 것과 다르게 설정해야한다는 것도 스트레스였다. 숫자 기호 포함해서 10자리 이상 하라는 것도 짜증났다. 그런데 이젠 인내를 가지고 해보기로 했다. 비번도 참신한 것을 생각했다. 결국 다시 만들었다. ㅋㅋ 나는 이제 공인인증서 유저다.
우리는 매사에 최고를, 빠르고 좋은 결과를 생각한다. 그래서 거기에 못 미치거나, 과정이 복잡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 최선을 다할 때 오는 행복도 있을 텐데, 실패하더라도 말이다.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있으니, 오늘 안 되면 내일 하면 될 텐데 말이다. 조금 늦게 하는 것이 뭐가 큰 문제인가? 우리는 좀더 빠르고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산다. 그것보다는 여유 있고 행복하면서 조금 늦은 성과가 더 낫지 않나?
가끔 인생에서 수단과 목적이 바뀌었단 생각이 든다. 우리는 진짜 뭐가 중요한지 모르고 산다.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 결과나 성과들이 진짜 중요한 걸까? 어쩌면 우리의 매 순간이, 과정들이 더 가치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지금 무엇을 바라고 있을까? 나는 이 세상에 두 가지 행복이 있고, 그것은 완전히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 두 가지는 최고를 바라는 마음과 최선을 바라는 마음이다. 이것은 무의식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라 우리가 의식적으로 체크할 필요가 있다.
자기 전에, 그리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계속해서 우리 자신에게 세뇌해야 할 것이다. ‘나는 지금 과정을 바라고 있다, 매 순간을 바라고 있다’고. 그렇게 해도 충분히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복잡한 과정이 싫어서 포기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포기만 안했다면 나는 지금 훨씬 더 성공했을 것이다. 그 과정에, 때로는 실패의 순간에 살겠다고 마음 먹으면 내가 계속 발전할 것이다. 우리 과정·순간을 결과 때문에 희생할 필요가 없다.
미래를 걱정하면서 보낸 시간을 생각해보자. 아깝지 않은가? 합리적인 걱정들도 아닌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