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 (Little Forest, 2018) 리뷰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그린 영화, 리틀 포레스트 시사회에 다녀왔다. 이미 일본 버전의 영화를 본 기억이 있기에 스토리에 대한 기대는 없었고, 한국 감성의 리틀 포레스트는 어떻게 리메이크 되었을지 궁금했다. 사실 일본판 리틀 포레스트의 영상미가 너무도 출중했던 나머지,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풍부한 영상미에 놀랐다. 무엇보다 여주인공 혜원역과 김태리의 분위기가 아주 잘 맞아떨어졌다.
취업에 실패하고, 상한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떼우며 편의점 알바로 간간이 살아가는 혜원. 20대 청춘들의 고충과 현실을 투영하고 있는 인물이다. 절망적인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혜원은 자신의 고향 집으로 내려온다. 눈치 없는 고향 친구 은숙은 아픈 곳만 골라서 찌르며 혜원이 내려온 이유를 묻는데, 혜원은 "배고파서 내려왔어"라고 대답한다. 은숙은 코웃음쳤지만, 이 대답이 실은 혜원이 내려온 '진짜'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건강한 음식 한 번 제대로 먹기 힘들고, 뭐 하나 제대로 되는 일은 없고, 청춘도 사랑도 그리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몸도 마음도 텅 빈 것처럼 허기가 진다. 지금 내 상황과 별다를 것 없는 혜원에게서 나는 동질감을 느꼈다. 배가 고파서라는 말의 의미를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직접 농작물을 키우고, 엄마가 알려준 레시피로 건강한 한 끼를 만들어 먹는 혜원을 보며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은 이 시골에서, 사랑하는 친구와 맛있는 음식과 함께 하는 소소한 일상이라니.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되는 삶, 치열하게 살아도 되지 않는 삶, 내가 늘 꿈꾸던 삶이었다.
리틀 포레스트를 보면 시골 생활에 대한 로망이 뿜뿜하지만, 사실 영화이기 때문에 연출된 장면도 많다. (현실 시골집에서 저렇게 모던하고 일본스러운 식기를 쓸리도 없으며, 오래 방치된 집이 저렇게 깨끗할리가 없을테니 말이다..) 시골의 밤은 언제나 빨리 찾아오고 도시와 상반된 그 적막함은 견디기 힘들다. 게다가 농사 일이 보통 일이던가. 하룻밤 폭우에 재하네 사과가 다 떨어져 버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어디에서 어떻게 살든지 나만의 방식이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내가 뭘 원하고 잘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왜 도망치고 싶은지. 이유를 알고 대처하는 법을 아는 것. 나를 알고 혜원처럼 나만의 숲을 만드는 것. 그것이 나의 행복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건강한 청춘, 맛있는 행복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