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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쩜영이 Jul 26. 2017

청년들은 '왜' 농촌으로 갔을까?

삶의 가치를 찾아 유랑하는 청년들의 'YOLO 라이프'

[메인사진-'소원이 이뤄지는 섬 강화*'의 청년농업인들]  *청년농부 5인과 귀촌청년디자이너 1인. 귀농청년쉐프1인으로 구성된 청년창업체 조직. 강화에 '어서 오시겨'라는 자체 로컬푸드카페와 농촌관광모델을 개발했다. 당시 이들의 평균 나이는 27살.


최근 청년들의 농촌행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귀농( 歸農)'이란 농사를 짓기 위해 농촌으로 돌아간다는 말이지만 사실 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스타 청년농업인들 중에는 돌아갈 농촌라는 고향이 있었던 것이 아닌 '도시 청년'들도 '시내'·'읍내'에서 자란 '소도시 청년'들도 매우 많습니다. 엄연히 말해 귀농이 아닌 '농촌유입'인 거죠. 청년들의 농촌행은 지난 중장년층 귀농붐과 달리 '농촌'을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청년들이 유입되는 만큼 역귀농의 우려도 큽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농촌으로 가게 되었을까요?

오늘은 먼저 2014년 중장년층의 역귀농 상황을 살펴보고, 도시 청년들의 농촌행 이야기를 통해 청년들의 생태계를 가늠해 볼까 합니다.



[고향의 푸근함 찾아 떠난 중장년층, 그들은 이미 도시인이었다]

지난 2010년~ 퇴직 후 인생의 제2 서막을 올리는 도전이 붐을 이뤘던 적이 있습니다.

바로 중장년층의 귀농-귀촌 붐입니다.

농림축식품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귀농인의 평균 연령은 53.5세에 달했습니다.

퇴직금을 가지고 고향이나 인근 농촌에 내려와 농사를 짓거나(귀농), 여가를 보내기(귀촌)로 한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죠!

 

그러나 이러한 붐은 결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농촌생활에 관심(30.4%), 퇴직 노후대책(23.4%), 전문적으로 하싶어서(13.6%), 실직 및 사업 실패(12.3%), 가족의 농사를 승계 키 위해(11.0%),  주로 귀농-귀촌을 선택했던 이들이 경제적 문제, 지역민과의 마찰, 기술 부족 등으로 이유로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역귀농을 택했기 때문입니다.


2016년 당시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50만 원 미만(16.5%), ~100만 미만(12.8%), ~300만 원 미만(23.3%), 300만 원 이상(2.8%)

그리고.. 소득이 없는 귀농-귀촌인 무려 27.3%로 가장 많았습니다.


"귀농-귀촌, 낭만이 밥 먹여주나?"라는 기사가 나 올 정도였죠.



그들은 농촌에서 태어나 자란 세대였지만 청년기부터 도시에서 살며 지내다 보니

귀농-귀촌을 위한 100시간 교육 수료에도 불구하고 작물과 토양, 기후 등에 이해가 부족했고

매년 낮아지는 연 소득에 역귀농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그렇다면 100% 도시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의 귀농은 '붐'이 아닌

정착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5년 차 청년 농업인, 연매출 100억 원? '만나 CEA 전태병·김아론']

카이스트 출신 농업인 만나CEA 전태병, 박아론 대표. 조선일보 기사 이미지

만나 박스로 알려진 청년 농부 만나 CEA 대표들은 명확히 말해 귀농인이 아닌 '청년 농유입자'입니다. 만나 CEA는 카이스트 08학번 전태병 씨와 김아론 씨가 공동 창업해 본인들의 전공을 활용해 전자동 제어 스마트팜을 만들어 화제를 모았죠.  그리고 이를 활용한 유기농 채소, 유기농 샐러드는 만나 박스라는 이름으로 절찬리 판매되고 있습니다.   


최근 전태병 씨는 청년들에게 농업에 대한 비전과 희망을 제시하는 '飛(비)상 토크콘서트*'의 연사로 섭외되는 등 청년농업인의 희망전도사로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그는 올해만 해도 7월 기준으로 벌써 6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해 놀라움을 샀습니다.


그런데 많은 언론에서는 카카오에서 100억 원을 투자했다. 올해 수익은 100억 원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을 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춰 다양한 산업분야를 접목한다면 '농업'이 돈 되는 산업이 될 수 있음을 알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5년 만에 돈 되는 산업을 만든 이 두 명의 청년은 왜 농업을 선택했을까요?


[청년들의 성공의 기준은 '돈'일까?]

전태병 대표는 비상 콘서트에서 이처럼 말합니다.


"카이스트 재학 시절 자동차 무게를 감량하는 연구를 했죠. 아무리 노력해도 10kg줄이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러다 스마트팜의 도입 효율에 대한 연구 용역을 맡게 됐. 농사를 짓다 보니 새로운 무언가를 적용할수록 수확량이 5배, 10배, 20배로 늘더라고요. 노력한 만큼 결과치를 낼 수 있었어요."


이 대목에서 '노력한 만큼 인정받는 분야' 의 갈망.

이것이 그가 농사꾼이 된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또한 이 대목에서 '고소득자=농업인=그것이 내가 될 수 있다'는 언론의 이야기를 되짚어서 '청년들은 돈을 많이 벌 수 있어서 농촌행을 꿈꾸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깁니다.

 

정답은 '그렇다'와 '아니다'. 둘 다 맞습니다.

소비 니즈가 다양화, 세분화돼 듯 모든 이들의 생각은 다르기 때문이죠. 각기 다른 청년들의 '농촌행'에 대한 생각은 정부의 '청년 직불금'을 통해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청년 직불금이란,  청년을 농촌에 유입 키 위해서 정부에서 제시한 정책으로 만 40세 이하의 청년들이 농업에 종사 키 위해 농촌으로 올 경우 월 100만 원씩 지급한다는 것입니다.


YES>> “한 달에 100만 원 준다고 누가 농촌에 와요.”

한 청년 농업인은 “최저임금 수준의 청년 직불금은 도시 청년들을 농촌으로 유인할 수 없을뿐더러 자칫 현재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청년 농업인에 대한 오해를 낳을 우려도 있다”라고 하는데요.


정부는 귀농 청년들에게 연 2% 금리 조건으로 2억 원의 자금을 대출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청년 직불금은 2억 원의 대출이자를 갚는데 충당될 수 있겠죠. 다만 2억 원으로 스마트팜이나 시설을 도입해 농업을 시작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만나 CEA와 같이 여러 직접 기술을 개발 설비하지 않고는...)

농'업'은 하나의 산업이자 생산뿐 아니라 유통까지 고려해야 하는 매우 까다롭고 어려창업아이템입니다. 작물의 생리를 4년간 공부하고 실습한 농대생들도 간혹 '폐농'을 해야 할 정도로요.


이 때문에 많은 실패에 부딪히게 돼 대출 2억 원만으로는 접근할 수도 없고, 4000만 학자금 대출 시대의 청년들이 초기 자본을 투입하려면 '엄마 지갑 찬스'나 제 3 금융을 껴야겠죠. 그러나 간혹 일반인들로부터 정부의 지원금, 예산, 내 세금을 몽땅 가져가파렴치한으로 몰릴 수 있으니 이 청년농업인의 말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NO>> “괜히 요즘 세대를 욜로족이라고 하는 게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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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청년 직불금은 어떤 청년들을 농촌에 유입할 수 있을까요?

바로 현 청년들의 문화라이프인 YOLO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로란 인생은 한 번뿐(You Only Live Once)이라는 뜻으로, 현실을 피할 수 없으니 즐겨왔던 카르페디엠에서 한 단계 발전. 도피가 아닌 내 삶의 가치를 찾아가는 현 청춘들의 라이프 스타일입니다.


최근 엄청난 화제를 끌고 있는

청년들의 세계 농업 일주 다큐, 파밍 보이즈가 농업계에서 가장 청년들의 욜이프를 잘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지황 씨는 세계여행을 가자는 달콤한 말의

낚싯대로 권두현, 김하석 씨를 낚아(?) 올립니다.

두 친구가 여행길에 오르자 여행 장소로 소개한 곳은 다름이 아닌 농장!


이 영화는 12개국 35개 농장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며 어려운 농업 환경 속 전 세계의 청년 농부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몸소 체득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당시 가장 취준에 열 올려야 할 26~27살의 세 청년은 대한민국 대기업들의 공채 스펙이 아닌 자신의 가치관을 위한 스펙을 쌓은 것입니다.



유지황 코부기 대표. 중앙일보 매거진M

[농사를 짓고 싶다던 청년, 왜 '집'을 짓게 됐을까?]

이제 삼십 대 초반에 접어든 이 세 청년은 부모님의 가업을 이어 농업인(두현)이 되거나, 농업인이 어렵게 재배한 농산물을 잘 소비해주는 유통인(하석)이 됐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의아한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농사를 짓고 싶다던 열혈 귀농 꿈나무 '유지황' 씨. 그는 현재 농촌에 작은 소형 집을 짓는 '코 부기'라는 업체를 창업했습니다. 농업인이 되고 싶어 친구들을 모아 전국을 유랑한 청년은 왜 집을 짓게 됐을까요?


농사를 짓고 싶었지만 후계농이 아니었던 그는 12개국을 다니며 왜 우리나라 청년들은 농촌에 살 수 없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합니다. 여행을 시작한 이후 귀국을 해서 까지 4년간 고민 끝에 그는 답을 내리게 됩니다.


그의 답은 '주거난'


- 농촌에 오면 어디에서 살 수 있을까? 집을 어떻게 구하지. 개인의 공간을 마련해 프라이버시는 보호하되 함께를 꿈꾸는 공동체를 형성할 순 없을까? 청년은 원래 다양한 경험을 겪으며 유랑해야 하는 세대인데, 농촌은 이사를 자주 할 수도 없고..


아, 그러면 거북이 등껍질처럼
들고 다닐 수 있는 집을 만들면 되지!



그는 이 같은 4차원적인 생각을....

진짜 실행에 옮겼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코부기 1호

cooperation(협동)과 등에 등딱지라는 집을 지고 다니는 거북이에서 착안한 부기는 집 없는 청년들도 저렴하게 집을 지어 생활터전을 마련할 수 있는 대안주택을 짓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대학시절 거주하던 원룸 크기인 6~7평 정도로 만들어진 코 부기는 초경량으로 만들어져

지게차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여름이 되면 바닷가로 집을 옮겨 캠핑을 하고

가을은 단풍을 즐기기 위해 산기슭으로~

자유로운, 삶의 가치를 실현하고 싶은 청년들의 라이프스타일 '욜로'에 안성맞춤이죠!

코부기 2호

그는 청년들의 농촌 정착을 위해서는

청년의 마음과, 그들의 생태계를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합니다.


농촌은 청년, 나의 삶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거죠.


[내 인생철학을 공감해 줄 수 있는 멘토는 어디서 찾지?]

실제로 농경제 연구 공기관인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미 오래전부터 '가치 추구형 귀농-귀촌인'이 역귀농-귀촌 의향이 적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습니다. 정부는 이미 오래전부터 역귀농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청년들의 경우 중장년층과 달리  '농촌'에서 미래를 꿈꾸는 만큼 '농촌행'의 목적이 매우 상이하기 때문에 정부는 단순 고수익이 아닌 이러한 청년들에게 뚜렷한 자신만의 소신을 가지고 농촌행을 선택할 수 있도록 "나의 삶의 가치를 격려해주고, 미래를 제시해 줄 멘토"를 소개해줄 수 있는 청년 귀농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김재수 前 농림축식품부 장관의 이임사 중 일부로 오늘의 글을 마무리합니다.


농업과 농촌에는 희망과 비전이 있다.

희망과 비전을 가지고 농업은 아름답게 바라보라.

아름다움이란 보는 이의 눈에 달려있다.



이제 청년들에게 농촌과 자신의 삶의 아름다움을 들여다볼 수 도록, 정부와 언론은 청년농업인들 수익이 아닌 다양한 철학을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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