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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우 Oct 18. 2023

사람에 대하여 9

추석 연휴 첫날

시댁에 가지 않았다.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부산 기장군에 있는 임랑해수욕장에서

사하구에 있는 다대포해수욕장까지

부산 끝에서 끝으로 해수욕장을 따라 

걸어야겠다고


첫째는 명절이니 아빠와 할머니집에 가겠다고 했고

둘째는 나와 걷겠다고 했다.


출발지까지는 지하철을 타고

버스로 갈아타야 했는데


둘째가 지하철  좌석 끄트머리에 앉아 온몸을 쭉 빼고

문이 열려있는 옆 칸을 뚫어져라 보길래

바로 앉으라고 했더니

엄마, 지하철이 휘어지는 것 같아요.

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이 느닷없이 느껴져 피식 웃음이 나왔는데


둘째는 지하철을 처음 타 본다고 했다.


둘째가 언니 오빠들에게 맞으면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부모에게 왜 말을 못 했을까

어떤 부모여야 힘든 일이 있을 때 

부모에게 기댈 수 있을까를

여러 날 고민하였는데

그 고민이 무색하게

바로 알았다.


둘째가 나고 자란 제주도에는 지하철이 없었고

부산에 와서는 줄곧 신도시에만 살아서 근처에

지하철 역이 없었다.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었는데 

나는 몰랐던 사실이었거나 

처음 안 사실 같았다.


내가 아이에게 무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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