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온맘 은지 Oct 08. 2024

내 마음보다 네 마음이 더 크게 보여.

스치는 바람~ 스치는 생각 - 1

5개월 된 아가가 안아달라고 칭얼댔다.

한참 엄마품이 좋기도 할 때지.

바닥에서 얼른 안아 올리다가 허리가 빠지직-

윽-

이후부터 허리통증이 시작됐다.

근육통인가 싶어 타이레놀을 먹었으나,

평상시 두루두루 효과 봤던 타이레놀도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괜찮아지겠지...

윽... 너무 아프다...ㅜㅜ

바닥을 짚으며 아기를 통증과 함께 꾸역꾸역 안아 올렸다.

그러고 며칠을 버텼는데..

남편이, 시부모님이, 친정부모님이, 주변이웃이

괜찮냐고 물어보면

아파도, 참을만하다고 괜찮아져 간다고 하며 애써 참아왔는데..

허리 디스크가 터진 거였다.

MRI를 보시더니 통증 주사를 맞아도 아팠겠다고

의사 선생님이 걱정 반 공감 반 해 주시는데

참아왔던 내가 조금은 미련스럽고 안쓰러웠다.


출산을 하는 과정에 아기가 많이 껴서

골반을 엄청나게 흔들어대서...

그때부터 무리가 갔는지,

입원을 하는 동안 바늘판으로 허리를 냅다 치는 것 같은

신경통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잠재되어 있었던 것일까.


아니다, 어쩌면

장시간 서있던 강사시절 때부터

허리가 약해져 있었을지도 모른다.


수술과 시술의 선택의 기로.

우선 시술부터 받아보기로 했다.

시술받고 오늘 하루는 병원에 입원해 있어야 하는데..

그래서 누워 있는데..


아기가 마음에서 돌아다닌다.

보고 싶다.

몇 시간 안 봐도 이렇게 아련하니..

너 내 새끼가 맞구나.


다온이 너도

티는 안 내고 있지만 마음속에서

엄마를 찾고 그리워하겠지?

저번에 엄마가 잠시 병원 다녀오니

그 사이 참았던 그리움을

설움으로 터트렸잖아.


허리 아픔보다

너를 못 봐 마음이 더 아파.

모성애 하나가 또 생겨나나 봐.


영상통화로 네 얼굴 보니

내 마음보다

네 마음이 더 쓰여서

눈물이 나.


엄마들이 아기와 떨어지면

보고 싶어 눈물, 마음 쓸어내는 심정을

알겠다.


별 거 아닌 일이지만

또르륵... 뜨거운 경험이다.

아파서 서러운 건가.

널 못 봐 서러운 건가.

내일은 더 많이 웃어주고 힘껏 안아줄게.

.

.

.

오랜만에 혼자 있는 시간

편하면서도 불편한

역설적인 상황에서의 끄적임.

스치는 바람~ , 스치는 생각.

선선한 바람~ , 선선한 마음.

2. 자정이 넘었는데도 잠이 안 오네..

껌껌한 병실.

옆에 계신 할머니께서 화장실에 다녀오신 틈에

나도 일어나 화장실에 들르고 들어왔는데

얼굴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병실에서

할머니께서 내게 말을 건네신다.


" 뭐 땜에 입원했어유?"

"아~ 저 허리 디스크로 시술 받았어요"

" 얼마 주고 받았어유..? 으메 나보다 적게 들었네

난 강남에서 시술 받았는디 다시 아파유

맨날 밭 니께, 하지 말라하는데도 그게 되나~"

"에구...그죠..할머니 어떻게 입원하셨어요?"

"난 버스에서 넘어져서 어깨뼈가 다 으스러졌슈~

죽었으면 4일이면 끝나는 일인걸

자식들 고생시키고 이게 뭔가 몰라유~

집에는 나 혼자 사는디...

우리 아들집이 이 근처여~ 자식들 고생시키고

일찍 죽어야쓰는디.. 이젠 난 80이고 살 만큼 살았지~

이젠 노인들만 봐도 마음이 그려~"


한 병실에 할머니와 나랑 둘

어둠 속에 나눈 대화 중 일부다.

나는 아기생각에

할머니는 고생할 아들생각에

잠이 안 오는 밤이다.

내 마음보다 네 마음이 크게 보여

내가 나이 들어서도 그렇

할머니처럼

작가의 이전글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