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키 Dec 27. 2020

다이어트는 하지만 술은 마시고 싶어

저만 그런 건 아니잖아요.

출처: unsplah  // 다이어트 음료이긴 한데 술 넣으면 모히또 같아서 첨부 ;)

학창 시절부터 나는 그리 존재감 있는 아이는 아니었다. 공부도 중간 정도로 했고, 성격은 모난 데 없지만 그리 재미있는 아이는 아니었다. 정해진 시기에 정해진 것을 해야 하는 줄 알고 그에 맞춰 열심히 공부를 한 보통의 학생이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술도  법적으로 마실 수 있는 때부터 마시기 시작했다.


술을 마시기 시작할 때 난 처음부터 잘 마시는 사람은 아니었다. (아니었다의 행진...ㅎ 암튼 술을 즐기게 될 줄 몰랐던 조용한 편에 속한 사람이었단 뜻입니다) 필름이 끊길 때까지 마시지도 않았고, 그맘때쯤 나온 과일 맥주가 맛있다며 2잔 정도 홀짝이는 게 전부였다. 그러다가 부모님을 보면서 알 수 없는 술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성인이 되어 술을 마실 수 있게 되니 자연스레 부모님과 술을 마시는 경우도 종종 생겼는데 예상외로 술을 잘 드시는 부모님을 보며 '나에게도 그런 피가 흐르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을 하고 난 뒤 평소보다 술을 더 많이 마셔봤다. 보통 먹던 양보다 많았지만 잘 들어갔고, 예상보다 쉽게 취하지 않았다. 그리고 가설에 대한 답을 내렸었다. '내가 술을 잘 마시는 편이구나'라고. 


내가 제일 애정 하는 술은 고량주다. 그중에서도 멜론향이 나는 연태 구냥을 애정 한다. 하지만 내가 이리도 좋아하는 술은, 내가 늘 하고 있는 다이어트와 완벽한 평행선을 달린다. 내가 다이어트를 하는 이유는 예쁘고 싶고, 원하는 옷을 맘껏 입고 잘 소화하기 위해서다. 심각한 비만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수능 직후 다이어트를 통해 찾은 선명한 턱선을 맛본 후 '이 맛에 다이어트하는구나'를 느꼈고, 이제 그때로 가는 것이 현재의 다이어트 목표다. 한편, 술은 그 목표로 가는 길을 꽉 막고 서는 존재다. 술 구성 성분 자체가 탄수화물이라는 점도 있지만, 같이 들어가 줘야 하는 기름지고, 맵고, 짜고, 단 안주로 인해 살이 안 찌는 게 더 이상한 조합이다. 이 두 가지를 같이 원하는 이유는 20대 중반, 아름답고 싶기 때문이고 20대 중반, 재밌게 놀고 싶기 때문에 술을 원하는 만큼 먹고 싶다.


이런 이유로 아마 많은 애주가들이 이런 고민을 한 번씩 해봤지 않나 싶다. 하지만 두 행위 모두 나에게 소소한 행복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이 평행선 또한 존재의 이유를 이해하고 같이 가져가 보려고 한다. (=술 끊을 생각은 없다는 말) 물론 바디 프로필이라던지 더 강한 목표가 생기면 술은 자제를 할 생각이 들겠지만 방어회엔 소주를 먹어줘야 '예의'고, 스테이크엔 레드와인을 먹어줘야 '예의'고, 나는 본디 예의 바르다는 말을 참 많이 듣고 산 사람이니까 말이다. (찡긋)

매거진의 이전글 할머니의 8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