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키 Dec 27. 2020

'평일도 인생이니까'를 읽고

주 7일 직장인에게 생긴, 작지만 큰 변화

출처: unsplash

이 책을 장바구니에 넣었던 때가 희미하지만 선명하게 기억난다. 회사 일에 지쳐 인스타그램을 보고 있었고, 인친의 포스팅에 올라온 책 제목에 자석처럼 이끌려 망설임 없이 장바구니에 넣었다. 책에 흥미를 붙이면서 책 쇼핑을 하는 게 하나의 즐거움이 되었긴 했지만 이 책에 대한 이끌림은 다른 책 보다 컸다. 왜냐하면 나는 얼마 전만 해도, 나중을 위해 주말과 평일 저녁을 포기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평일에 힘껏 달려도 주말에도 일을 하기 일쑤인 나였다. 나에 대한 목표치가 높았고, 무엇보다 이번 주말만 참으면 나중에는 더 행복해질 거야 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쉬고 싶은 머리와 몸을 이끌고 책상 앞에 앉았다. 그 바보 같은 생각은 나에게 먹혀들어갔고 그리하여 일을 시작하고 근 1~2년 간은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을 했다. 아빠는 내가 아직 고3 같다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인정하기 싫지만, 고3처럼 일을 했다. 그냥 계속 일을 했다. 하지만 주말까지 다른 사람보다 일을 많이 했다는 참 부질없는 뿌듯함도 잠시 몸에서는 이제 좀 쉬라는 이상 신호가 왔다. 심장이 두근거렸고, 허리와 목의 통증은 나날이 심해졌다. 거기에 끝나지 못한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나는 주말에도 가족들과 편히 이야기하지 못했다. 일적으로도 사람과의 관계 측면에서도 힘든 나날들이 계속되었다. 


그러다가 생각의 전환이 생긴 계기가 있었다. 일을 한 지 3년이 넘었던 때였다. 그 날 주말도 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주말을 포기하면 정말 나중에는 내가 바라는 주말을 살 수 있을까?'


답은 'NO'였다. 3년 동안 나를 주말에 책상 앞에 앉게 한 생각이었지만, 스스로 답을 내리기에는 그리 많은 생각이 필요치 않았다. 일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나중을 위해 주말에도 일을 했지만 3년이 지났음에도 나는 여전히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깨달음에는 일이 능숙해졌음에도 여전히 일은 많고 나보다 경력이 많은 사람도 일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것도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느꼈다. 일이라는 것은 짧게 하고 마는 행위가 아님을, 그리고 어쩌면 평생 해야 하는 이 일과의 공존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20대 중반을 더 후회 없이 보낼 수 있는 방법임을 말이다.


이런 생각이 들 때쯤 이 책을 접했다. 그리고 내가 먼저 소중히 해야 할 나의 시간은 평일은 고사하고 우선 주말이었다. 글쓰기와 책 읽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그것들을 할 시간을 주고 싶어 졌다. 일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머리를 팽팽 돌리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에게 그런 시간을 직접 부여하는 데까지는 이 책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인생의 큰 그림을 그리느라 현재를 희생하고 싶지도 않다. 삶의 거창한 목표 같은 걸 세워 버리면, 목표는 과대평가하고 매일의 일상은 과소평가하게 때문이다.


인생에 무언가 더 중요한 것이 있고, 지금 내 삶이 미진한 거라고 여기고 싶지 않다. 지금보다 더 나아져야 그게 진정한 나라고 여기고 싶지 않다. 보이지도 않는 하나의 빅 픽처보다 매일 눈 앞에 보이는 스몰 픽처를 100개, 1,000개 그리며 살고 싶다. 오늘은 큰 그림의 일부가 아니라, 그냥 오늘이니까


-평일도 인생이니까, 김신지, 25p


그때부터였다. 금요일 한 주간의 업무를 정리하며 주말에는 일을 최대한 하지 않으려 하고, 퇴근 시간 내일의 업무를 리스트업 할 때는 마음이 급해도 조금 천천히 가도록 노력했던 때가 말이다. 홀가분하게 노트북을 회사에 두고, 대신 집에 와서 전원을 켠 전기장판 위에 앉아 tv를 보고 앉아서 졸기도 하며 오늘 느낄 수 있는 그 게으름을 한껏 만끽했다. 


그래서 이 책의 작가님한테 정말 말하고 싶은 게 있었다. 이런 좋은 책을 써주셔서 감사하다고, 책 덕분에 나의 현재는 조금 더 행복해졌다고 말이다. 실제로 이 책은 모서리가 접힌 부분이 가득하고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 가장 많이 필사를 했으며, 그리고 인스타그램 스토리에도 가장 많이 올렸다. 아 참, 그리고 주변에도 내 최애 책이라고 소개하였고, 정말로 내 최애 책에 등극하였다.


20대는 대개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때이다. 모든 것이 처음이고, 낯설고, 자신만만하게 들어온 대학과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멘탈이 강한 누군가는 초반의 실수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만 그런 사람은 극히 소수이다. 그래서 나 자신을 몰아세우고 나중을 위해 현재를 혹사시키기 마련이다. 그런 시간이 의미가 없거나 필요하지 않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의 나는 그런 시간들을 통해 많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더 멀리 가기 위해 신발끈을 고쳐 묶기도 하고 중간중간 물을 마셔줄 필요가 있다. 이 책은 나에게 그 달리기 속에 그렇게 잠깐 쉴 수 있게 용기를 준 존재였다. 그리고 나중에 나의 후배가 혹은 나의 자녀가 힘들어한다면 이 책을 고이 보관했다가 주고 싶다. 나중을 위해 빅 픽처를 그리는 삶 대신 스몰 픽처 100개를 그리며 오늘의 행복을 찾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말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