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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tree Feb 25. 2022

좋아해요, 여행

나의 첫 정 홍콩을 그리워하며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이었나, 친한 언니와 당시 매일같이 들르던 단골 카페에 앉아있었다. 누군가 아파트 단지 같다고 할 만큼 조촐했던 우리 학교 앞은 방학이 되고 기숙사의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나면 대학가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더욱 조용해졌다. 조용한 학교 앞 카페에 앉아 '우리도 이번 방학엔 새로운 걸 해보자!'며 귀여운 작당모의를 했다. 그렇게 해외여행을 도전하게 되었고, 우리 인생 첫 해외였다. 


왜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목적지는 홍콩으로 정했다. 중국에서 살다 온 사장님의 추천이 있었던 것 같다. 내 손으로 비행기 예매도 해본 적 없던 꼬꼬마 시절이라 언니의 어머님의 지인 중 여행사를 하시는 분:)께서 비행기표를 끊어주셨다. 무작정 서점에 가서 빨간색 표지의 홍콩 여행 책을 하나 사고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정독을 했다. 그 이후로는 어떻게 계획을 짰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3박 4일 내내 발바닥에 불나도록 돌아다녔고, 아침부터 밤까지 우리의 일정이 꽉꽉 차있었다는 것만 기억날 뿐.



머무는 4일 내내 밤마다 보았던 야경, 끈적이는 바람도 좋았던 2층 버스, 디저트 전문점보다 맛있었던 호텔 근처 식당 한편에서 파는 에그타르트, 해가 질 무렵 불그스름해지는 거리도 다 너무 좋았다. 마지막 날 저녁에 야경이 보이는 2층 스타벅스에 앉아서 커피와 디저트를 먹었다. 순간 이 좋은걸 왜 이제야 알았나 싶었다. 그리고 언젠가 꼭 아빠, 엄마, 동생과 함께 다시 와야지! 다짐했다. 그리고 그 다짐을 이루기 전에 아빠는 영영 먼 곳으로 떠나버렸다. 동생이 대학을 졸업할 때쯤 홍콩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하고 하늘길은 닫혔다. 그리고 머지않아 코로나가 모든 하늘을 닫아버렸다.


지하철 역에 내리자마자 코를 찌르는 취두부 냄새에 바로 건너편 열차를 타고 다시 돌아오기도 했다. 갑자기 쏟아부어대는 소나기 덕분에 우비를 사입기도 했다. 숨이 턱 막히는 끈적한 공기가 피부에 닿아 불쾌한 순간도 있었다. 짝퉁 시계를 파는 아저씨들이 따라와 곤란하기도 했다. 편의점 앞에 앉아 담배를 피우면서 요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길에 등이 서늘한 적도 있었다. 국물을 떠먹다가 뭔지 모를 향신료를 씹어서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혀가 맵기도 했다. 


내내 여행이 그리웠다. 낯선 곳을 마주하여 느끼는 긴장된 설렘이 그리웠다. 첫정이 무섭다더니, 나는 유난히 홍콩이 애틋했다. 그때의 그 바람이 그리워서, 그 맛이 그리워서. 그때 그 어떤 것들, 혹은 그때의 내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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