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세상 모든 강아지가 행복해지길
28일 동안 유럽에 머물면서 기차를 꽤 많이 탔다. 낡은 기차도 있었고, 우리나라 KTX보다 더 좋은 기차도 있었다. 어떤 기차를 타든 가장 놀라웠던 점은 강아지가 그 공간에 있는 게 너무나도 자연스럽다는 것이었다. 하네스를 하고 네발로 당당하게 걸어서 기차에 타는 강아지라니. 대한민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마주 보는 4인석에 주인이 앉자 발 사이로 빙빙 돌아 자리를 잡고 휴식을 취하는 강아지를 보고 있자니 저 아이에게는 이 또한 일상이겠구나 싶어 더욱 놀라웠다.
카페나 식당에 데려가도 인형처럼 조용히 있는 우리 집 강아지를 어디든 데려가고 싶은 게 주인 마음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반려견 동반'이라는 문구가 있어도 테라스에 한해 허용되거나 한 달 전에는 됐어도 지금은 안된다며 거절당하기 일쑤다. 어떤 날은 카페 주인에게 허락을 맡고 들어가도 옆테이블 사람들의 눈초리와 '어딜 강아지가 카페에 들어오냐'며 들으라는 듯이 우릴 쳐다보며 쏘아대는 날카로운 말에 쫓겨나듯 그곳을 벗어나기도 한다.
찬바람 없는 따듯한 실내에서 여유로운 커피, 여행명소에서 맛볼 수 있는 그곳의 음식, 낭만 있는 기차여행. 우리나라에서는 반려견과 함께 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 추운 날씨에 덜덜 떨면서 반려견과 함께 카페테라스에 앉아 '이게 얘랑 같이 사는 우리 팔자네요~'하던 어떤 아주머니의 말에 고개 끄덕이며 집에 두고 온 우리 집 강아지를 생각하기도 했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의 반려견은 대부분의 장소에 함께할 수 있었고 소유물보다 가족으로 여겨지는 존재 같았다. 우리나라만큼 깔끔하고 정갈하게 미용된 상태의 강아지는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반려견 그 자체로의 존재를 존중해 주는 것 같아 오히려 더 보기 좋았다. 그곳에서는 귀엽다는 이유로 만져보겠다고 깜빡이 없이 훅 달려드는 무례한 사람들 또한 없었다.
주인 따라 들어간 카페에서 폴짝 옆자리에 뛰어올라 앉아서 한자리 차지한 강아지는 흙 묻은 발이라고 타박받지 않고 오히려 다정 가득한 눈빛을 받았다. 식당 앞에 산책하다 목마른 모든 강아지들을 위한 물그릇이 있는 그곳이 어떤 의미에서는 반려견들의 유토피아가 아닐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