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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노 Jan 18. 2019

‘스토리펀딩’의 폐업과
크라우드소싱 저널리즘

‘크라우드소싱 저널리즘 – 뉴스 후원의 가능성과 한계’를 읽고


기반 기사: http://news1.kr/articles/?3511302



0.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이 십시일반(十匙一飯) 힘을 모은다’. 


크라우드펀딩과 소싱을 처음 접했을 때 든 생각이다. 크라우드소싱 저널리즘은 뉴스 제작 과정에 있어 일반 대중의 참여를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것이다. 크라우드펀딩은 말 그대로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행위를 의미한다. 저널리즘 영역에 '계'와 '두레'가 있다면 이는 단연 크라우드소싱과 펀딩을 활용한 저널리즘이다.


‘사회 문제의 해결’이라는 언론의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민들이 힘을 합치는 그림은 이상적이다. 하루에 수천 건 쏟아지는 뉴스 중에서 ‘시민이 문제 해결에 동참해 사회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그런 뉴스가 얼마나 될까 상상해봤다. 손에 꼽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그래서 시민들의 후원을 받아 뉴스를 만들고, 문제를 해결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은 언론의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열에 아홉은 가장 이상적인 저널리즘의 모델로 꼽을 것이다.






1. 


독립 언론 또는 펀딩 저널리즘 콘텐츠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친숙한, 카카오의 스토리펀딩 서비스가 문을 닫는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카카오는 다음을 인수한 뒤, 스토리펀딩뿐만 아니라 ‘같이가치’‘카카오메이커스’, 이 글이 올라가는 ‘브런치’와 같은 크라우드 기반 콘텐츠 서비스를 출시했다. 특히 ‘같이가치’와 같은 서비스와 성격이 거의 똑같다시피 한 스토리펀딩에 힘이 빠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더 이상 스토리펀딩의 사업적 가치가 없다고 카카오가 판단을 내렸거나 더 나은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해당 콘텐츠는 스토리펀딩의 최고 모금액인 5억 6천여만원을 기록했다.



2. 


여러 펀딩, 혹은 크라우드소싱이라고 불리는 수단을 활용한 콘텐츠 플랫폼 중에서도 다음의 스토리펀딩은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브랜드였다. 많은 독립 언론이나 프리랜서 언론인들이 콘텐츠를 유통하는 가장 활발한 창구이기도 했다. 펀딩이나 소싱이라는 콘텐츠는 애초에 불특정 다수에게 퍼지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 스토리펀딩과 같은 거대한 포털이 제공하는 ‘펀딩 플랫폼’은 이들에게 펀딩 콘텐츠의 불확실성을 희석하는 좋은 파트너였다. 스토리펀딩에서 진행한 지금까지의 콘텐츠 중에서 최고 펀딩액을 기록한 콘텐츠 또한 저널리즘 콘텐츠였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하나도 거룩하지 않은 파산 변호사’, 최승호 PD의 ‘국가권력의 심장부를 겨냥하다’와 같은 굵직한 탐사보도는 스토리펀딩이란 플랫폼 브랜드와 함께 사회를 흔들어놨다. 스토리텔링은 비단 저런 독립 언론의 전유물도 아니었다. 기성 언론사도 스토리텔링을 통해 언론사가 스스로 시도해보기 어려운 펀딩 서비스를 시도할 수 있었고, 실제로 재미를 본 사례도 있었다.






3.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지난 연말에 ‘크라우드소싱 저널리즘 – 뉴스 후원의 가능성과 한계’라는 연구 책자를 발간했다. 공교롭게도 스토리펀딩의 서비스 종료 예정이 공지된 시점과 맞물렸다. 연구 책자에는 크라우드소싱과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풍부한 정보들이 있었다. 국내에서 진행된 크라우드소싱 저널리즘의 유일무이한 연구 보고서라고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크라우드펀딩 저널리즘에 관한 국내 예시의 대부분은 스토리펀딩 서비스의 부산물이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연구에 따르면 스토리펀딩에서 실시된 저널리즘 영역의 프로젝트 총 283건 중 77건이 성공해 약 28%의 펀딩 성공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스토리펀딩과 비교할 만한 타 플랫폼이 없었기 때문에 28%의 펀딩 성공률이란 지표가 시사하는 바를 명확히 정의하기는 힘들 수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 정도면 훌륭한 성과가 아니었나 싶다. 수 천 개의 기사가 쏟아지는 오늘날, 펀딩 저널리즘 프로젝트 콘텐츠의 28%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성공했다. 부정할 수 없는 대단한 성과다.






카카오같이가치의 프로젝트는 저널리즘 영역의 성격이 옅은 편이다.


4. 


앞으로 비슷한 서비스가 새롭게 등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스토리펀딩의 성격과 가장 비슷한 카카오의 '같이가치' 서비스는 언론인이 주도하는 저널리즘 펀딩보다는 NGO 혹은 복지와 관련한 펀딩 프로젝트가 주를 이루는 모습이다. 크라우드펀딩 저널리즘의 마중물 역할을 하던 플랫폼은 이것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서비스였다. 스토리펀딩을 대체할 수 있는 서비스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 부분에 대한 발전과 연구의 지속 가능성도 모호해질 수 있다. 대형 플랫폼의 영향을 크게 받는 우리나라의 콘텐츠 시장에서 플랫폼을 끼지 않고 맨땅에서 크라우드소싱 콘텐츠를 성공시킬 가능성은 결코 크지 않다. 크라우드소싱 저널리즘의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프로젝트를 꾸준히 생산할 수 있는 창구인 새로운 플랫폼 마련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5. 


크라우드소싱 저널리즘을 시도한 언론인들은 입을 합쳐 말한다. 오늘날 언론의 신뢰와 저널리즘 가치를 회복하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말이다. 물론 시민이라는 불특정 다수라는 개입과 그들의 ‘돈’과 얽힌 문제가 발생하는 등,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동시에 언론의 악성 종양과 같은 광고 등의 자본주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은 뚜렷하다. 사회 문제를 기자가 단독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닌 시민의 집합인 ‘사회’가 직접 해결하는 언론의 궁극적인 가치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적절한 열성 독자층을 확보한다면 뉴스타파나 프로퍼블리카와 같은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로도 성장할 수도 있다. 연구와 분석이 많이 되지 않은 분야인 만큼,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


글 쓰다가 알았다. SBS가 운영하던 '나도펀딩'도 1월 31일을 기점으로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한다.

펀딩 서비스의 메리트가 떨어진다는 판단인가 보다. 플랫폼에 얽매이지 말고 이를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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