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자 Oct 03. 2021

함께 마신 커피와 이야기


2021.8.19 문래에서 이직요정 봄과


문래 백야


회사를 옮겼다. 두 번째 이직, 3번째 직장이다. 4년 동안 3개의 회사를 경험할 줄은 몰랐다. 두 번째 회사를 들어가면서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는 것과 경력직으로 입사하는 것은 그 결이 너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첫 이직을 연습하고 두 번째 이직은 그래도 조금, 그 마음가짐을 다잡는 데 있어서 수월한 듯하다.


이직이 확정되고 가장 먼저 약속을 잡은 사람은 봄이었다. 첫 회사에서 가장 오랜 시간 동료로, 이후에도 동갑내기 친구로 인연을 이어왔고, 또 세 번째 회사에서 다시 동료가 될 친구였다. 봄은 올해 초 내가 보내준 지금 회사의 공고를 보고는 조용히 지원해서 일사천리로 합격하더니, 나의 이직이 수월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장난 삼아서 나도 데려가라고 몇 번 이야기했는데, 내가 이렇게나 빨리 다시 동료가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모든 게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입사 후 메일함에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 한 프로젝트의 외주사 담당자가 또 다른 X-동료였던 것. '세상 참 좁다'라는 말이 여태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이 말의 위력 때문인지 어른 비슷한 것이 된 이후부터 '인연'이라는 말로 미래를 기약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중에는 들어보면 악연이 된 사람도 있고, 이렇게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된 경우도 있다. 다분히 의도적으로 관계를 이어가려는 사람들에게 맞장구를 쳐주는 편은 아니었으나, 가끔은 소위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인가 자문한 적도 있었다. 그래도 결국 일이나 노는 거나 계속 함께하고 싶은 사람과의 인연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각자의 분량대로.


입사 후에도 부담 없이 찾게 되는 편하고 좋은 사람. 참 꾸준히 연락하고 특별한 날은 잊지 않고 마음을 전해왔던 봄과 새로운 시작을 준비했다.


2021.09.04 샤로수길에서 나와 정반대의 그녀와


카페이름 모르는데, 라떼는 노맛이라고 한다.


INFJ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고한다. 여전히 낯을 가리는 편이긴 하지만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는 것이 예전만큼 힘들지는 않다. 그리고 싫은 것은 더더욱 아니다. 생각보다 새로운 환경에 던져지는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걸 즐기는 사람이 되어왔다는걸 느낀다. 물론 체력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건 또 다른 이야기다.


교회 소그룹 리더를 시작하면서 먼저 다가갈 수 있는 카드가 생겼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에게 내가 아무리 연락하고 접근해도 되는, 명분이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새롭게 알아가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내가 모르는 세계가 열리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언니를 처음 소개받으면서는 화려한 외모에 약간은 쎄보이는 인상 때문에 친해지지 못할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대화 10분 만에 그녀의 허당미, 반전 매력에 빠져버렸다. 살아온 삶의 모습도, 생각회로도 나와는 전혀 반대인, 그래서 더 재미있는 사람. 나는 그래서 언니의 통통 튀는 생각이 부러운데, 언니는 나의 차분함이 부럽다고 한다. 나는 계획 없이 한번 살아보고 싶은데, 충동적으로 몰입하는 성격인 언니는 가끔 뒤돌아보면 자기가 어디쯤에 와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찐P와 찐J가 만나 각기 성격마다 고충이 있다는 것에 위로를 주고받았다.




2021.09.08 집 근처에서 꽤 편해진 왕언니와


망원, 얼웨이즈 어거스트

작가적 자아를 내뿜던 인스타 비밀계정에 찾아와 슬며시 좋아요를 누르고 갔던 그녀와의 독대. 지금 생각해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 토해낸 새벽 2시의 감성들을 보고 가지 않았을까 싶다. 보라고 쓴 글도 아니고 보지 말라고 쓴 글도 아니지만, 되도록 지인들은 보지 않았으면 했던 것이 진심이거늘. 아무튼 그래서 다시 이렇게 익명의 공간으로 도망쳤다.


나는 언니의 글을 참 좋아한다. 언니는 내가 이렇다 하게 '글!'이라고 생각하고 쓴 것들이 아닌 끄적임들을 참 좋아해준다. 비슷한 감성의 지점이 있어서인지, 별로 드러내고 싶지 않은 감성의 영역들이 언니에게 비추어지는 건 크게 부담스럽지가 않다. 그래서 언니의 인스타그램 방문은 은근히 설레는 일이었다.


좋아하는 소설을 이야기하고 책 이야기를 하는 게 어디서나 자연스럽지는 않다. 가끔은 허세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이제 좀 그 재미를 알아가는데, 대단한 다독가처럼 비추어지는 게 부끄러울 때가 있어서다. 그렇지만 또 좋아하는 책 이야기를 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기에, 언니와 읽기의 즐거움을 나누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작가의 이전글 처음으로 혼자, 남원 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