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를 말로 싹틔운 입방정..
우리 엄마가 들으면 진짜 싫어할 말. "나 올해 감기 한번도 안걸린 것 같아!" 이런 이야기를 한번 씩 할 때마다 엄마는 곧장 말이 땅에 떨어지지 않게 하려는 듯 말 꼬리를 자르며, "떼끼, 그런 얘기 하는거 아니야!" 라고 언성을 높이곤 하셨다. 그 말이 땅에 심기면 감기에 걸릴 것처럼. 이건 무슨 미신이냐 싶지만 가끔 때와 맞지 않는 독한 감기를 잃을 때쯤, 최근 그딴 말을 입에 올렸다는게 어렴풋이 떠오르곤 했었고, '역시 엄마말은 잘 들어야해'생각하곤 했다.
사흘을 코로나로 시름시름 앓고, 조금은 살만해진 지금. 일주일 전 쯤인가 확신에 찬 말투로 이렇게 한 세번정도 외쳤던 것이 떠올랐다.
"나 아무래도 슈퍼 항체자인가봐, 코로나 안걸릴 것 같아!"
이번엔 엄마 말씀을 잘 듣지 않은 입방정의 결과는 너무 강력했다. 저 말을 하면서도 우리엄마가 이 말 들으면 진짜로 싫어할테지만, 이번엔 정말 아닐거라는 왠지모를 자신감이 있었다. 그렇게 슈퍼 항체 어찌고 저찌고를 떠들고 다닌 약 이틀 후부터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고, 침대와 물아일체가 되어 엄마의 말씀을 떠올렸다. '그래..그런 소리는 하는게 아닌게야...' 세상에 엄마말 틀린거 하나 없구나.
나는 이 인과관계가 어이없으면서도 꽤 흥미로워서 엄마에게 곧장 이야기할까 싶기도 했지만 혼날 것이 분명하여 아무소리 하지 않았다.
'엄마말 틀린거 하나 없다'는 싸이언스인가. 앞으로는 엄마의 미신에 대항해볼 심산으로 장난으로 내뱉었던 말들도 이제는 뇌 속에만 고이 간직 하는 것으로 결심했다. 입이 근질근질 거려도 싹도 틔우지 못하게 꽁꽁 감추고 말리라. 엄마 말씀을 뼈에 새길만큼, 코로나는 그렇게나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