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스러운 곳에서의 하룻밤
차로 달리며 바라보는 풍경이 좋아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한 7번국도는 강릉에서 시부모님께서 살고 계시는 부산으로 향하는 길이기도 하다. 규정속도를 지켜 달리고 잠시 휴식하는 시간만 계산해도 강릉-부산은 족히 5시간 정도 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타 지역으로 이동 또한 자제해야 하는 분위기여서 자주 찾아 뵙지 못함이 죄송한 마음이다.
이번엔 아버님의 여든번째 생신을 축하해 드리러 떠난 여정이었다. 아버님은 오래전 부터 지병을 앓고 계셨는데 요즘은 하루가 다르게 기력이 쇠하셔서 늘 걱정되고 안타깝다. 어쩌면 마지막 생신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맘 한켠이 아렸다.
강릉에서 7번 국도를 2시간 30분여 달리다 보면 마주하는 이디야 포항화진점 카페는 급한 용무도 해결하고 카페인도 충전하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바다가 정말 장관이다. 모래사장이 아닌 자갈로 되어 있는 해변이 강릉의 바다와 또 다른 분위기를 지녔다. 아름다운 해변과 따뜻한 커피 한 모금은 앞으로 달려갈 여정에 힘을 실어주기에 우리가 꼭 들르는 휴게소 같은 곳이다. (고속도로가 아닌 탓에 말끔한 휴게소가 없기도 하지만)
부산을 가기 위해 늘 지나야 하는 곳 중에 한 곳이 바로 경주다. 둘째 아이가 한국사 학습만화를 보기 시작하면서 '첨성대'를 직접 보고 싶다고 여러차례 이야기 했었다. 그래서 그 소망을 이루어 주기 위해 강릉으로 돌아오는 길에 경주에 잠시 들르기로 약속을 했다.
어쩌다 보니 경주에 오후 늦게 도착하게 된 바람에 아예 숙소를 하루 잡고 경주의 낮과 밤을 모두 즐기고 가기로 했다.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잠시 쉬었다가 첨성대 야경을 보러 가기로 했는데... 언제나 여행할 때 호텔에서의 시간을 제일 좋아하는 둘째는 호텔 안으로 들어가니 나가기가 싫어졌다고 했다. 아차차. 아예 야경을 다 보고 호텔 체크인을 했어야 했다. 뒤늦은 후회가 몰려왔다.
야경보다 호텔에서의 휴식을 원하는 아이들 덕분(?)에 부부끼리 오븟한 밤 데이트를 즐기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밤의 경주는 처음이었는데 코로나 여파 때문인지 더 조용하고 한산하게 느껴졌다. 방문한 날이 평일인 이유도 한 몫 했겠지만은.
편안한 숙소에서 꿀잠을 자고 잠시 아침 산책길에 나섰다. 경포호수처럼 이곳 또한 시민들이 아끼고 사랑하는 산책로이자 운동코스인 듯 이른 아침부터 조깅하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경포호수도 좀처럼 얼지 않지만 올 겨울은 기습한파로 호수 곳곳이 얼어 있었는데 보문호 또한 그랬다. 그래도 이 날 아침은 봄 기운이 완연해서 천천히 걷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머지않아 또 다시 오게 될 것 같아 아쉬움이 적었던 외출이었다.
일상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어야 일상이 더 잘 들여다 보임을 다시금 느꼈던 시간이여서 소중했던 2박 3일.
그렇게 우린 다시, 강릉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