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미국 증시에 장기 투자하는 방식을 가져가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방식의 투자가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투자의 미덕은 '복리 효과'이며 미국 증시를 장기간 끌고 가는 방식의 투자는 '확률'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 증시에 장기 투자한다고 하면서 S&P500이나 나스닥종합지수, 나스닥 100이 아닌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필자 주변에 종종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미국 증시에 대한 장기 투자와는 거리가 멀다.
미국 증시가 장기적으로 계속해서 우상향 한다는 근거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1) 오늘날 글로벌한 기술 혁신의 대부분이 구조적으로 미국에서 발생하며 2) 미국 증시가 다양한 기술 혁신 업종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온다. 오늘날 이 두 가지 근거는 사실상 필연에 가까운 매우 강력한 구조를 갖고 있기에 미국 증시 전반의 펀더멘털은 장기적으로 계속해서 우상향 할 수밖에 없으며, 미국 증시도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계속해서 우상향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기술 혁신의 대부분이 구조적으로 미국에서 발생하는 것은 맞지만, 반도체 업종이 언제까지나 기술 혁신의 범주에 들어가는 업종이라는 보장은 없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탄생한 1993년 이후에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반도체 업종은 '기술 혁신'의 중심이었다. 그리고 이에 따라 30개의 반도체 기업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장기적으로 S&P500에 비해 나은 성과를 보여왔으며, 특히 2010년대 이후에는 S&P500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2014년부터 2024년까지 S&P500의 연평균 상승률 10.7%,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연평균 상승률 19.3%) 그러나 과거는 미래를 담보하지 않는다. '기술 혁신'의 범주에 들어있던 '기술 업종'은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기술 혁신의 범주에서 밀려난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 번째 이유는 기술 진보에 대한 효용이 체감한다는 것이다. 기술이 진보하는 것은 멈출 수 없는 흐름이라고 하더라도, 기술의 진보에 대해 시장에서 체감하는 '효용'이 떨어지는 구간은 반드시 온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사회적으로 해당 기술은 더 이상 '혁신'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자동차, 철강, 통신 업종은 한때는 기술 혁신의 중심에 있던 업종이었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흘렀고 기술은 여전히 진보하지만(새로운 자동차가 계속 나오고, 통신도 4G에서 5G 6G로 점점 진보한다) 기술의 진보에 대해 사회적으로 체감하는 효용은 낮아진 상태이다. 결과적으로 오늘날 자동차, 철강, 통신은 '기술 업종'으로 분류되지만 '기술 혁신'으로 분류하기는 어려워졌다.
'기술 혁신'의 범주에 들어있던 '기술 업종'이 세월이 흐르면서 '기술 혁신'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두 번째 이유는 시장이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포화된다는 점이다. '기술 혁신'은 새로운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고 결과적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 그리고 '새로운 시장'이라는 것은 이제 막 생겨난 시장이기에 보통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새로운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보급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나면 '기술 혁신'이 만들어낸 시장은 '포화'된다. 결과적으로 더 이상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지 않으며, 글로벌 경기가 우상향 하는 기간에도 해당 산업 전반의 펀더멘털은 오르락내리락하게 된다. 스마트폰을 예로 들어보자. 스마트폰 기술이 창출한 새로운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해 왔지만 오늘날 스마트폰 산업은 여전히 성장하기는 해도 시장이 상당히 '포화'되었다. 이처럼 세월이 흐르면서 기술 혁신이 만들어냈던 새로운 시장은 '포화'되기에 '기술 혁신 업종'은 더 이상 '기술 혁신'의 범주에 속하지 않게 되고 '경기 민감 업종'으로 넘어가게 된다. (한때 혁신의 중심이었던 자동차 업종은 오늘날 대표적인 경기 민감 업종이 되었다.)
반도체 업종은 지난 몇십 년의 세월 동안 '기술 혁신'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반도체 업종도 언젠가는 '기술 혁신'의 범주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반도체 업종이 '기술 혁신'의 범주에서 밀려나면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는 더 이상 '기술 혁신'이 상승의 동력이 되는 미국 증시에 대한 투자를 대변한다고 하기가 어려워진다. 미국 증시에 장기 투자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에 대해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