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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이 현금 보유를 늘려서 미국 증시가 위험하다?

by 유시모어

요새는 이렇게 말하는 전문가들이 많이 없었졌지만, 그래도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기에 필자는 이것에 대해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버핏이 현금 보유를 늘리는 것을 미국 증시의 하락 가능성이 높다는 신호로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버핏이 현금 보유를 늘리는 것을 버핏이 미국 증시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곤 한다. 그러나 버핏이 현금 보유를 늘리는 것은 미국 증시의 하락 가능성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먼저 필자는 이들이 버핏의 현금 보유를 이런 식으로 해석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 이것은 버핏에 대한 모욕이기 때문이다. 버핏은 주식시장의 타이밍을 맞추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않는다. 버핏은 시장을 미스터 마켓에 비유하며 시장에 끌려다니지 않고 시장이 어떤 가격을 제시하든 간에 본인이 생각한 '가치'에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 다음은 버핏이 직접 했던 말이다. 그는 시장을 예측하려 하지 않았다.


“I never try to ‘time’ stocks … I never have an opinion about the market.” (나는 절대 주식시장을 예측하려고 하지 않는다. 나는 시장 예측에 대한 견해조차도 가지려고 하지 않는다)


"when we own portions of outstanding businesses with outstanding managements, our favorite holding period is forever." (우리가 정말 좋은 기업들 일부를 보유할 때,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보유 기간은 '영원'이다. )


버핏의 이 두 가지 말만 보더라도 버핏의 현금 보유량을 '미국 증시 예측'과 연결 짓는 것은 그에 대한 모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군가를 인용할 것이라면 최소한 상대방이 어떤 말을 하고 있고,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지는 알고서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필자는 버핏의 현금 보유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 버핏이 운영하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현금 보유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현금 보유는 2022년부터 계속 증가했으며, 2023년 이후부터 2025년까지는 계속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오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버핏을 팔아먹는 비관론자들의 말처럼 '미국 증시'의 위험을 암시하는 것이었다면 미국 증시는 적어도 2025년부터는 대세하락장을 진행하고 있어야 했다. 그러나 미국 증시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상당히 강한 강세장을 진행 중이며, 2023년과 2024년에 오히려 연 수익률이 20%를 연속으로 넘는 매우 매우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바로 앞전의 과거 사례만 보더라도, 버핏의 현금 보유는 '미국 증시'의 향방과 전혀 관련 없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버핏의 현금 보유량/ 출처: companiesmarketcap.com



그렇다면, 버핏의 현금 보유는 왜 늘어나는 것일까? 바로 버핏이 종목을 매수하는 속도가 버핏이 보유한 현금이 증가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버핏은 종목을 매우 신중하게 고른다. 버핏은 10년 이상 가져갈 수 있는 종목에 신중하게 베팅한다. 게다가 버핏은 장기적인 기업의 확실한 가치(장기적인 기업의 가치를 매우 확실하게 만드는 작업만 해도 완벽에 가깝게 하려면 몇 년씩 걸릴 수가 있다)에 비해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비싸다면 아무리 해당 기업이 좋아 보여도 매수하지 않는다. 그런데 버핏이 매수를 신중하게 하는 동안 버핏이 보유한 종목을 비롯한 여러 가지 금융 자산에서는 현금이 흘러들어온다. 결과적으로 버핏이 종목을 매수해서 현금을 지출하는 속도보다 현금이 흘러들어오는 속도가 빠르기에 버핏의 현금 보유는 계속해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버핏의 현금 보유 증가의 가장 핵심적인 이유이다. (게다가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전체 포트폴리오의 일정 %를 현금으로 보유한다고 할 때, 포트폴리오의 규모가 오랜 기간 계속해서 커지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의 규모도 오랜 기간 계속해서 커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필자가 위에 제시한 버크셔의 현금 보유량의 흐름을 살펴보길 바란다. 2010년 이후 지금까지 장기적인 흐름 속에서 버핏이 보유한 현금은 꾸준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왔다.)




버핏이 현금 보유를 늘려서 미국 증시가 위험하다는 말은 틀렸다. 이것은 버핏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비관론을 입증하기 위해 그를 팔아먹는 아주 형편없는 생각이다. 따라서 독자 여러분들은 투자를 좀 잘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버핏의 현금 보유를 '신중해야 한다'는 근거로 사용하면, 그 사람을 버핏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의 말을 걸러들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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