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에서 반복되는 금융 사기
2024년부터 2025년까지 미국 지수와 관련된 커버드콜 ETF가 유행했었다. 이 상품은 미국 증시에 투자를 하는데, 월배당을 주고 배당금이 많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심지어 몇몇 사람들은 기발한 상품이라며 극찬을 했다. 그러나 필자는 단언한다. '지수 커버드콜 ETF'는 최악의 상품이다.
'지수 커버드콜 ETF'에 대해 생소한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서 간략하게 설명해보고자 한다. S&P500 커버드콜 ETF를 예로 들자면, 우선 ETF를 운용하는 운용사는 S&P500 지수에 맞춰 미국 주식시장에서 '현물'주식을 산다. 여기까지만 하면 일반 지수 ETF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S&P500 커버드콜 ETF는 여기서 한 가지를 더 한다. 바로 S&P500 지수에 대한 '콜옵션 매도'이다.
'콜옵션 매도'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콜옵션'에 대해 알아야 한다. '콜옵션'은 기초자산(주식, 지수, 통화 등등)을 특정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만약 S&P500을 6800에 살 수 있는 '콜옵션'을 샀는데, 추후 S&P500이 상승해서 7800이 된다면, S&P500 '콜옵션'을 보유한 투자자는 콜옵션을 행사해서 S&P500을 6800에 사고 시장에 7800에 내다 팔아서 1000 포인트만큼의 차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콜옵션'을 매수한 사람은 기초자산(주식, 지수, 통화)의 가격이 추후 상승하게 되면 일반적으로 이득을 보게 된다.
그런데, '콜옵션'을 사는 사람이 있다면 이러한 권리를 파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이를 '콜옵션' 매도자라고 한다. 콜옵션을 매도하는 사람은 '콜옵션' 매수자에게 유리한 권리를 파는 대가로 '옵션 프리미엄'을 받는다. 그리고 추후 기초자산의 가격이 상승해 '콜옵션'매수자가 권리를 행사하면 기초자산을 콜옵션 매수자에게 특정 가격으로 넘기면서 일반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만약 기초자산의 가격이 상승하지 않거나 하락하면 '콜옵션'매수자가 권리를 행사할 리가 없으므로 콜옵션 매도자는 '옵션 프리미엄'을 수취하고 이득을 보게 된다. 이처럼 '지수 커버드콜 ETF'는 지수라는 기초자산에 대한 콜옵션을 매도하기 때문에, 지수가 상승할 때 콜옵션 매도분에서 일반적으로 손실을 보게 되며, 지수가 상승하지 않을 때는 콜옵션 매도분에서 일반적으로 이득을 보게 된다.
'지수 커버드콜 ETF'가 1) 지수에 대한 현물 포지션을 구축함과 동시에 2) 지수와 관련된 콜옵션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운용되기에 '지수 커버드콜 ETF'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게 된다.
1) 우선 일반적인 지수 ETF에 비해 배당이 많으며, 월배당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지수 커버드콜 ETF'는 콜옵션을 매도하면서 '옵션 프리미엄'을 수취하고 이것의 대부분을 배당으로 뿌리기 때문이다.
2) 두 번째로 미국 증시가 하락하는 경우, 일반적인 지수 ETF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하락한다. '지수 커버드콜 ETF'가 콜옵션을 매도한 대가로 수취한 '옵션 프리미엄'의 일부는 배당되지 않고 재투자되기 때문이다.
3) 마지막으로 미국 증시가 상승하는 경우 일반적인 지수 ETF에 비해 뒤쳐지게 된다. 왜냐하면 지수라는 기초자산의 상승은 '옵션 프리미엄' 수취를 고려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콜옵션'매도자가 손해를 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지수 커버드콜 ETF'의 마지막 특징이 정말 최악이다. 왜냐하면 오늘날의 미국 증시는 구조적으로 횡보장이 없으며, 대부분의 기간 동안 상승장을 진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에 대해 <올 댓 아메리카>에서 계속 다뤄오고 있다.) '지수 커버드콜 ETF'는 '옵션 프리미엄'수취를 고려하더라도 미국 증시가 상승하는 경우 일반적인 '지수 ETF'에 비해 뒤쳐지게 되는데, 미국 증시는 횡보장이 없으며 대부분의 기간 동안 상승하게 되므로 '지수 커버드콜 ETF'는 사실상 일반적인 지수 ETF에 비해 대부분의 기간을 뒤쳐지게 된다. 그리고 '복리 효과'때문에 장기적으로 일반적인 지수 ETF와 '지수 커버드콜 ETF'의 성과는 어마무시하게 벌어지게 된다.
물론 '지수 커버드콜 ETF'에서 나오는 배당을 투자자가 계속 재투자하면 만회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볼 수도 있다. 그러나 달라질 것은 없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콜옵션 행사'로 발생하는 손실이 '옵션 프리미엄'보다 크게 되는데, 배당으로 받은 '옵션 프리미엄'을 다시 재투자한다고 해서 '콜옵션 행사'에서 발생한 손실로 인한 ETF 가격에 발생한 영향을 만회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수 커버드콜 ETF는 좋은 상품이 아니다. 배당을 많이 주고, 월배당을 주니까 겉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미국 증시의 특성을 고려하면 사실상 최악의 상품이다. 필자는 커버드콜 ETF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2008년 금융위기로부터 17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금융 장난질에 놀아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 (물론, 필자에게 '미국 증시가 하락장일 때 짧게 보유하는 목적으로 사용하면 되지 않냐'라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하락장의 시작과 끝을 명확히 알 수 있는 안목을 가진 투자자가 있을 리는 만무하며, 있더라도 왜 그런 사람이'커버드콜 ETF'를 하는지 필자는 의문이다)
* 본 콘텐츠는 필자의 미국 증시에 대한 견해를 공유하기 위한 교육적 정보 제공 목적의 글입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특정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행위를 권유하거나 자문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투자에는 위험이 수반되며, 투자 판단 및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