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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k May 22. 2019

스물여섯 그 남자의 아름다움

지극인 개인적인 미적 취향


  그녀의 작업실에 가는 동안 스메그 컬러의 자동차가 지나갔고 키치풍의 목소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키치풍의 목소리라니. 굳이 설명을 더하지 않았는데 ‘알 것 같아’라고 말하는 그녀, 그리고 그녀의 작업실.


  여기랑 여기, 색 예쁘다. 라는 말에 그녀도 공감한다. 나에게 디자인에 대해 아이디어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음이 좋다는 말을 덧붙인다. 나도 좋았다.


  밤을 새운 탓에 좀비가 되어 서사 없이 아무 말이나 하기도 하면서 우리는 디자인 말고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굳이 비슷한 것을 찾으려고 공감하기보다 ‘그건 동의할 수 없는데’라는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서로 할 수 있어서 더 좋다. 그러고 보니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 집중한 것 같다. 그녀의 작업실은 스물여섯 살 즈음의 그 남자 같다. 대단히 수려하지 않지만 좋아했고 좋아하는 것들.




  스물여섯에 만난 손의 태도와 표정이 아름답던 그 사람은 매번 비슷한 자리에 앉아 예쁜 손으로 아름다움을 맘껏 드러내곤 했었다. 이러한 장면에 대해 같은 공간에 있던 다른 이들은 전혀 공감하지 못하였으니 나는 외려 그 부분이 더 마음에 들었다. 남들은 알아보지 못하고 나만 알아보는 특별함. 그건 마치 나 혼자만 발견한 비밀 공간 내지는 보물을 찾은듯한 기쁨과 같았다. 혹자는 이것을 특정 부분에 집착하는 페티시가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으나 깊은 인상의 시작을 ‘부분’으로 시작했던 것이지 그 부분만을 좋아한 것이 아니며 그 ‘부분’은 대상에 따라 다름을 굳이 밝혀둔다. 나탈리 포트만의 볼에 있는 점이나 줄리아 로버츠의 큰 입, 나탈리아 보디아노바의 각진 얼굴 등에 특별히 아름다움을 느끼고 매료된다고 해야 할까.

  

  그때 스물여섯의 나는 예쁜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불안한 감정들은 부유하고 있었고 그 불안한 감정들은 예쁜 부분들에서 위안을 찾고 싶었던 것 같다. 아름다운 태도와 표정의 손을 가진 이 말고도 또 예쁜 것이 있던 그런 시절이었다.

  작업실의 부분 부분처럼 예쁜 부분이 이곳저곳에 있는 사람이었다. 탄탄한 팔뚝이 그러했고 고르지 못한 치아와 옷을 입을 줄 아는 스타일이 그러했다. 거기에 그 사람만의 향이 더해졌다. 가까운 곁을 내어주는 이들 대부분이 무향에 가까운 편이고 냄새에 매우 까다로운 나는 그 사람의 향에는 관대했다. 땀이 흐르는 계절에도 그 사람의 살 냄새가 좋았다.

  

  그리고 그 부분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시절의 나는 자신감이 넘치는 편이었으나 그에 상응하는 만큼의 어둡고 의기소침한 부분들이 공존했다. 그는 마이너 한 나의 부분을 예쁘다고 생각해주는 것 같았다. 그러니깐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필터를 가진 이를 만난 것 같았다. 사실 그가 왜 나를 좋아했었는지 어떤 이유에서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정복되지 않음과 저돌적일 만큼 솔직했던 면을 좋아했던 것도 같지만. 늘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내 쪽이었으므로.

  하나 기억나는 것은 그 사람이 찍는 사진을 무척이나 좋아했는데 부분의 아름다움을 아는 그런 사진이어서 비슷한 사람이구나라고 묘한 동질감을 느꼈었다  

  



  미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를 가진 내가 상대의 동의를 얻지 않고 조금 일방적이기는 하나 나 혼자 '근사하다'던가 '고급스러운 취향을 가진 이' 좋아하는 성정의 사람들'로 생각하는 타인들 리스트가 있다. 그들에 대한 마음은 외부적인 미적 요소에 더해 그 사람만의 분위기 즉 뉘앙스에 대한 존경의 그것인데 그건 일종의 혼자 짝사랑 같기도 하다. 그 대상들 중에는 만났던 이도 있고 만나 본 적 없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도 나는 그저 내 취향의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혼자 일방적으로 자주 만나지 않았어도 만난 적이 없더라도 친밀함을 느끼고 있다(앞에서 일방적으로라고 표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계속 쓰고 보니 이건 뭐 왠지 덕후 내지는 빠순이 같은 느낌이지만.

  나는 스물여섯 즈음의 그 남자를 리스트 상단 쪽에 위치해놓고 싶다. 그리고 어떤 방식이 든 간에 그의 청중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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