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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전토끼 Apr 26. 2024

최선을 다하지 않는 이유

꾸준함은 적절한 균형으로부터 나온다 



인생을 살면서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말은 여러 번 했던 것 같다.

학창 시절 반장선거에 나가서 유세를 할 때부터 성인이 되어 면접을 보면서 면접관들한테까지 

참 다양한 상황, 사람들, 장소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말을 서슴없이 했던 기억이 난다. 



'최선'이라는 뜻은 국어사전에 다음과 같이 정의되어 있다.


온 정성과 힘




온 정성과 힘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가 바로 "최선을 다한다"라는 말이다.

습관적인 미사여구처럼 했던 이 말은,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생각보다 큰 무게감이 있는 말임을 깨닫는다.



온 정성과 힘을 쏟아붓는다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함과 동시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 일에만 매진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에는 "최선을 다한다"라는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최선의 사전적 의미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최선'이라는 무게감을 알아버린 나는 더더욱 최선을 다하지 않기로 했다






대학입시, 취업, 결혼을 거쳐 퇴사 후의 제2의 인생까지 짧은 사이클을 지나와보니 '최선'을 다한다면 꾸준히 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소수의 예외적인 사람들은 평생 동안 파워에너지를 가지고 일생 동안 한 분야에서 불꽃을 태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람들조차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 이외에 다른 인간관계(가족, 친구)나 인생의 중요한 부분(건강, 휴식, 사교 등)들을 놓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20대 때는 '가늘고 길게'라는 말이 제일 싫었다.  

"인생은 짧고 굵게 살아야지, 모양도 빠지고 비겁하게 저게 뭐냐"라며 속으로 비아냥거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30대 후반을 지나가고 있는 이 즈음에서 돌아보니, 

오히려 느리지만 천천히 가는 것, 긴 호흡을 가지고 꾸준히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가는 중이다.




그리고 글쓰기나 독서를 하면서 좋아하는 일에 매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내게 제일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해 나가면서 자신의 삶을 풍성하게 가꾸어 나가는 것 역시 인생의 비옥한 토양을 다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하고 있는 일이나 혹은 인간관계, 취미... 등등

그게 뭐든 최선을 다하지 않으려고 한다. 




더 할 수도 있지만 조금은 힘을 빼고, 그 힘을 비축해 두려고 한다.

그 비축한 힘으로 일 이외에 새로운 것을 배워보기도 하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보기도 하고,

사소하지만 어제와는 다른 일상을 만들어보는 원동력으로 쓰려고 한다. 




'느리지만 꾸준히(Slow and Steady)'를 인생의 모토(moto)로 삼아서 노년까지 풍성하고 즐거운 인생으로 꾸려나가보려 한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최선을 다하지 않고, 인생의 모든 면을 주기적으로 성찰하면서 살아나가는 것'이 있다. 




100세 시대에 요즘 대세는 느리지만 꾸준히 가서 목표를 달성하는 거북이가 아닐까  © nbabrams, 출처 Unsplash










헤더 이미지 © estudiobloom,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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