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한 끼'가 책으로 나와요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철학 한 끼'를 연재하며,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위클리 매거진의 마지막 혜택을 누렸던 사람으로서 위클리 매거진의 작동 방식을 설명하자면 대충 이렇습니다.
1) 브런치북 상을 타거나, 구독자 수가 무지 많거나, 이미 책을 냈거나 해서 지원 자격을 만족시킨다.
2) 10화 분량의 원고를 작성해서 브런치에 보낸다.
3) 심사 결과가 합격이라면 요일을 배정받고 브런치에 다시 한번 사전 원고를 보내서 검사를 맡는다.
4) 내용과 분량면에서 통과되면 그때부터 매주 연재를 시작한다.
철학을 공부하면서 매끼 직접 차려먹는 생활의 결과물로 '음식을 통해 철학을 얘기하는 글'을 쓰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거예요.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상을 탄 이후 틈틈이 음식과 철학을 연결하여 쓴 글을 모아 위클리 매거진에 지원했고, 그 결과로 연재를 하게 되었을 때는 무척 신이 났지만, 4번째 단계에서 조금 덜컹거렸습니다. 왜냐구요? 제 글이 너무 길었기 때문이죠...
브런치에서 권장하는 분량은 회당 3000자 내외였습니다. 가독성을 고려해야 하고, 다음 메인에 노출될 때의 용량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였어요. 그런데 제가 보낸 원고들은 회당 평균 9000자에서 10000자를 넘는 글들이었답니다. 연재 매니저님께 열심히 졸라보기도 했지만, 결국 저도 온라인에서의 가독성을 일순위로 생각하고 기존의 원고를 과감히 줄이는 방향으로 결정을 했습니다.
10개의 글을 매번 3분의 1로 줄이는 건 사실 무척 아쉽고 불안한 과정이었어요. 단순히 글을 편집하는 게 번거로웠기 때문만은 아니에요. 가장 큰 걱정은 글의 내용이 너무 부실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권장 분량에 맞추기 위해 최대한 중요한 포인트만 한 두 개씩 짚고 넘어가면서, 철학 개념에 관한 자세한 배경 설명과 음식에 대해 털어놓은 열띤 감상은 다음을 기약하며 삭제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클리 매거진을 연재하면서 많은 독자분들을 새로 만나고, 또 다양한 출판사로부터 제의도 받는 등 감사한 일이 참 많았어요. 제 글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 그리고 그분들이 보내주시는 따뜻한 말씀은 정말 브런치에 글을 올리며 얻을 수 있는 것 중 가장 값진 선물일 거예요.
오늘은 '철학 한 끼'를 재미있게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제가 드릴 수 있는 선물을 보여드리려고 해요. '철학 한 끼'가 도서출판 넥서스를 만나서 <이렇게 맛있는 철학이라니>라는 단행본으로 곧 출간됩니다.
올해 11월 말이나 12월 초쯤에 출간이 예정되어 있습니다만 그간의 소식을 궁금해하시는 구독자분들이 계셔서 살짝 미리 출간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그동안 원고 마감 작업과 개인적인 공부 등으로 바빠서 브런치에 글이 뜸했는데, 이번 소식이 나름의 변명(ㅎ.ㅎ)과 반가운 인사가 될 수 있었기를 바랍니다.
혹시 기존의 '철학 한 끼' 연재를 읽으면서 어딘가 모르게 아쉽다는 생각이 들진 않으셨나요? 혹은 철학 이야기에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느끼셨을지도 몰라요. 단행본에서는 브런치에서 못다한 철학 개념 설명과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마음껏!!!!! 털어놓았습니다. 새로운 일화들과 음식과 요리에 관한 저의 tmi, 그리고 철학에 '관심만' 가지고 계신 분들을 위해 최대한 쉽고 상세한 설명으로 풀어놓은 철학 개념들이 담겨있어요. 제가 찍어 올렸던 음식 사진은 예쁜 일러스트로 바뀌어 실려있답니다.
본격적으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구체적인 출간일과 함께 한 번 더 소식 들고 올게요. 그동안 건강하게 지내시고, 많이 기대해주셔요! 감사합니다.
오수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