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말고도 마실거리는 많다
미국에서 외국인 친구가 놀러 왔다. 4박 5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기회가 되면 전통차인 ‘쌍화차’를 먹여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막연히 전통찻집이 몰려있는 ‘인사동’에 가면 마실 수 있겠거니 했는데, 마침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 갔을 때 여러 전통 찻집이 눈에 띄었다. 헤이리에는 카페만 있는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은근히 선택지가 많았다. 다음 날 인사동에 갈 예정이었지만, 아끼다가 괜히 먹지도 못할까 봐 그냥 친구를 설득했다.
쌍화차는 전통 찻집의 대표 메뉴이다. 그래서 외국인 친구에게 전통적인 음료를 소개한다는 의미도 있었지만, 최근에 쌍화차가 ’할매니얼(할머니 + 밀레니얼)‘이라고 불리며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여 직접 마셔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할매니얼이란 단어가 억지 마케팅 용어 같아 그리 마음에 들진 않지만,)
정확히는 쌍화차에 생계란의 노른자를 올린 비주얼에 호기심이 생겼다. 지금껏 쌍화차를 한 번도 마셔보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노른자가 들어간 건 경험이 없었다. 과거에는 쌍화차를 식사 대용으로 먹기도 했는데, 이 때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노른자를 넣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미 식사를 하고 난 뒤라 더 이상의 영양분은 불필요했지만, 눈요기라도 할 겸 노른자를 추가했다.
그런데 이 노른자를 어떻게 먹어야 할까?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설명이 제각각이다. 어떤 곳에서는 차를 마시기 전에 먹는 것이라 하고, 다른 데에서는 차를 다 마시고 마무리로 먹으라고 한다. 심지어 노른자를 터트려 차에 섞어 마시라는 곳도 있었다. 결국은 먹는 법이 딱 정해져 있는 건 아닌 듯했다.
노른자가 들어간다고 해서 맛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는 건 아니었다. 터트리지 않았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달달하면서도 약재를 달인 맛이 딱 옛날에 먹어봤던 그 맛이었다. 내 입보다는 외국인 친구의 평가가 궁금했는데, 친구는 생각보다 괜찮다고 하였다. 한국의 대표적인 차라고 설명하니 나중에 대형마트에서 가루로 된 스틱 한 상자를 사서 돌아갔다.
기념품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최근 트렌드를 타고 고급화된 쌍화차 제품도 많이 판매하고 있다. 일전에 백화점의 푸드코트를 간 적이 있었는데, 전통차가 예쁘게 포장되어 선물하기 좋게 판매되고 있었다. 쌍화차뿐만 아니라 우리가 흔히 일컫는 전통차(감귤차, 우엉차 등)가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었다. 평소에 해외여행을 가면 커피나 차를 사 오는 걸 선호하는 편이라,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도 기념품으로 전통차가 괜찮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여행을 하다 보면 아메리카노 말고 마실만한 것 없나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다가도 별다른 선택지가 떠오르지 않아 결국 카페를 가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앞으로는 그럴 때마다 주변에 괜찮은 전통 찻집이 있는지를 찾아볼 것 같다.
참고로, 외국인 친구와 가기로 했던 인사동은 일정이 바뀌어 결국 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