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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꺼 Jul 25. 2024

한여름의 궁남지

부여 여행_궁남지

궁남지의 연꽃


친한 지인들과 함께 1박 2일 동안 부여를 다녀왔다.


원래는 부여 연꽃축제 시기에 맞춰서 가려고 했지만, 숙소를 예약하지 못하는 바람에 일주일 밀리게 되었다. 부여 친구 말로는 어차피 연꽃은 여름 내내 피어있기 때문에 일주일 정도는 크게 차이가 없다고 했다.


이동은 시외버스를 이용하였다. 부여는 군 단위의 작은 도시이지만, 수도권의 다양한 지역에서 버스가 다니고 있었다. 덕분에 일행들이 서울, 인천, 수원, 고양, 안산 등 각지에서 버스를 타고 부여터미널에서 집결할 수 있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인천터미널을 이용했는데, 대략 2시간 반 정도 걸렸다. 충청도이기 때문에 오래 안 걸릴 줄 알았건만, 부여가 충남에서도 가장 남쪽에 위치해 있어서 생각보다는 오래 걸렸다.


궁남지의 메인 호수
청동오리 입수 1초 전



일행과 함께 처음으로 향한 곳은 궁남지이다. 궁남지는 백제 사비시절의 왕실 정원으로,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조성된 정원으로 알려져 있다. 궁남지는 백제 30대 국왕인 무왕(서동)과 선화공주의 설화인 서동요의 배경으로도 유명한데, 서동이 실제로 무왕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사실 따져보면 서동 설화의 진위여부도 불분명하고, 현재 궁남지가 역사 속의 궁남지인지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이 많다. 그렇지만 이런 분쟁은 고대사에선 빈번한 일이므로, 여행자 입장에선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어 보인다.


궁남지는 시내와 가까워 터미널에서 걸어서도 충분히 갈 수 있었다. 도보 여행으로는 최고의 입지라고 할 수 있다. 궁남지뿐만 아니라 부여의 많은 여행지가 시내에 모여있어 소도시 여행에 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여름의 궁남지
백제를 못잃는 부여


궁남지는 꽤나 큰 규모를 자랑했다. 가운데에 커다란 연못을 중심으로 작은 연못들이 가지를 쳐 나가듯이 퍼져 있었고 각 연못에는 연꽃이 가득했다. 연꽃뿐만 아니라 다른 수생식물도 많았는데, 구역별로 식물의 종류와 조경 상태가 달라서 흡사 수생식물원 같다는 느낌도 받았다.


다만 오기 전에 연꽃 가득한 분홍빛 호수를 기대했는데, 실제로는 초록빛 이파리가 대부분의 색감을 차지하고 있었다. 애초에 연꽃은 벚꽃처럼 한 개체에서 여러 꽃이 피는 식물이 아니니, 나의 기대가 허황된 것이었다. 내가 원하는 풍경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흐린 날씨 속에서 햇살 몇 줄기가 연꽃잎에 떨어져 호수를 비추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사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장마 직후의 습하고 무더운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던 것이다. 처음에는 연꽃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다가, 점점 더위에 지쳐 다들 말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궁남지에 간다고 했더니 이미 가보신 부모님께서 더위 걱정부터 하셨는데, 와보니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그나마 해가 구름에 가려서 망정이지 하늘까지 맑았으면 꽤나 고생을 했을 듯했다. (차라리 저녁에 보러 올 걸 후회도 살짝 되었다)


결국 패키지여행 온 사람들마냥 후딱 사진 몇 장을 찍고 바로 카페로 피신했다. 충분히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사진만큼은 마음에 든다.


수련
잠자리는 날아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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