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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la Oct 05. 2023

제가 팀장이요?

너무 어린 나이에 팀장이 되어 얻은 것과 잃은 것 1

조직에서 너무 일찍 중간 관리자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게 바로 저였습니다. 


일찍 승진을 하면 단점이 많지만 장점도 있습니다.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도 있겠죠. 제가 어린 나이에 팀장이 되어 얻은 것과 잃은 것에 대해 솔직하게 써보려고 합니다.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 이런 저런 고민을 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참고가 될 수 있도록 기록으로 남겨보려고 합니다. 


사실 이 기록은 저 개인을 위한 것입니다. 복잡한 심정의 파도를 넘고 넘어 드디어 잔잔한 물결이 발가락을 간지럽히는 따뜻한 해변가에 도착한 심정이랄까요? 글쓰기는 과거를 회고하면서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고, 힘들었던 기억에 확실하게 마침표를 찍어줍니다. 



 




중견회사에 공채로 입사했는데, 그 중 가장 어린 신입사원이었습니다. 졸업식 전에 입사했으니 그럴 수밖에요. 그렇게 막내로 1-2년 정도 실무를 익혔습니다. 갑자기 팀장님이 퇴사했습니다. 

회사는 새로운 팀장을 뽑지 않고, 저를 파트장으로 임명하였습니다. 갑자기 저보다 1-2살 더 많은 입사 동기들을 관리(?) 하는 파트장이 된 것이죠.   


특출나게 일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데 아무튼 파트장이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함께 임사한 동료들의 눈빛입니다. 아무래도 똑같이 회사에 들어와서 갑자기 몇살 어린 애한테 관리(?)를 받게 된다는 사실이 기분이 나쁠 수 있었겠죠? 딱히 일을 잘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죠. 겨우 1-2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파트장님이라니? 


사실 당시에 저도 이해가 되지는 않았고 원하지 않는다고 말씀 드리긴 했으나, 회사에서는 연봉을 약간 올려주면서 너 아니면 할 사람이 없다, 너만 믿는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당시 저는 돈이 궁한 24살이었고, 회사의 제안을 수락합니다. 그리고 회사 임원들이 주재하는 각종 회의에 들어가게 됩니다. 회사에서 일어나는 각종 이슈와 안건들을 듣고, 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와 현재 업무 상황 등에 대한 보고를 올렸습니다.   


지금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왜 팀에서 가장 나이가 어렸던 제가 파트장이 되었었는지 이해가 됩니다. 

첫째, 저는 특출나게 실무를 잘하는 직원은 아니었지만, 상황 파악을 빠르게 하고 문제 해결을 하려고 하는 적극성이 있었습니다. 관리직은 사실 실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빠르게 이해를 잘하는 것으로 족합니다. 


둘째, 회사는 절대 회사에 해가 되는 결정을 내리지 않습니다. 아 여기서 회사는 이윤 추구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임원진이 상황 파악과 분별력이 뛰어난 집단을 말하는 겁니다. 잘못된 결정을 연속으로 내려서 회사가 파산에 이르는 곳도 많죠. 아무튼, 회사는 직원 개개인의 능력을 잘 파악하여 급여 대비 최대한의 효율을 끄집어내고자 합니다. 따라서 제가 파트장이 된 것은 당시에 저도, 주변 사람들도 당시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회사입장에서는 가장 효율적인 결정이었습니다. 적은 급여로 팀장의 최소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그 이상의 역할을 해낸다면 좋고, 아니어도 기본만 해주면 상당히 가성비있는 직원인 것이죠. 






따라서 만약 여러분이 갑자기 어린 나이에 파트장이나 팀장으로 승진을 했다면, "회사가 나를 적은 비용으로 많은 일을 시킬 수 있는 직원으로 파악했구나"하고 이해하면 됩니다. 회사는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가성비 있게 사용하는 대신, 나는 남들보다 더 빨리 회사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관리자의 시선에서 배울 수 있게 됩니다. 


반대로, 나보다 어린 친구가 관리직이 되었다면, " 아, 저 친구는 가성비 있는 직원이구나. 고생 좀 하겠네."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나보다 일도 못하는데 왜 관리직이 된거야? 이 회사 진짜 이상하네"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본인의 성장에 걸림돌이 됩니다. 제대로된 회사는 절대 회사에 손해되는 결정을 내리지 않습니다. 특히 인사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는요. 실무를 잘하는 것과 관리직이 되는 것은 상관관계가 그렇게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있을 때 가만히 있지 못하고 보고하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가성비 있는 어린 팀장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파트장으로 일하면서 동료 직원들로 인해 겪은 심리적 힘듬과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그 다음 회사에서도 팀장이 되어 팀원 0명에서 7명짜리 팀 빌딩을 하고, 5개 팀을 관리하는 실장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여러가지 득실이 있었던 흠치 않은 경험들을 앞으로 쭉 풀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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