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야?
브레드는 언제나처럼 언덕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목자님이 맡겨주신 작은 어린양 한 마리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언덕은 고요했고 온통 푸른 새싹으로 뒤덮여 맨발로 밟고 있으면 까슬까슬하면서도 폭신한 흙과 풀의 느낌이 발가락 사이사이로 스며들었다. 브레드는 짧은 고수머리이며 옅은 갈색머리는 빛에 비치면 더 부드러운 갈색으로 보인다.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얼굴에 붉게 달아오른 볼이 오동통하지만 체구는 마른 편이었다. 아이는 이제 막 15살 정도나 돼 보였다. 저고리처럼 생긴 상아색의 긴 상의는 좌우로 잘 포개어 가죽 허리띠로 둘러맸고, 부드러운 면바지는 머리보다 훨씬 연한 갈색에 무릎 위로는 적당히 부풀어 있고 아래부터는 스타킹처럼 쫙 달라붙는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어린아이들이 입는 호박 속바지와는 다르다. 꼭 군인이 입는 바지 같다. 신발은 검은색의 단화를 신는데 발이 아주 편해 보였다 그 속 안의 발가락은 계속 꼼지락꼼지락 하고 있었다. 브레드는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새끼양이 우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메이에 에~~
"메리! 다 먹었니?"
메이에에에~~
"그래 그럼 돌아가자~ 조금 배가 고파. 오늘은 머루와 산딸기를 많이 주웠으니까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을 거 같아."
메이에 에~~
메리라는 양은 조그맣고 하얗게 생겼다. 어딘지 영리하게 생겼는데 눈이 똘똘한 것이 브레드가 뭐라고 한마디 할 때마다 연신 대답을 하듯 울었다. 메리는 작은 새끼줄로 된 목걸이를 하고 있었고, 브레드는 그 새끼줄을 붙들고 천천히 메리의 속도를 맞추어 걷고 있었다. 언덕을 내려가는 브레드의 손에는 작은 주머니가 매달려있었는데 제법 무거 워 보이고 얼룩덜룩한 것이 그 안에 산딸기와 머루가 있는 듯했다.
언덕을 한참 걸어내려 오니 숲 속에 작은 집에 보였다. 깊은 숲은 아니었고 상수리나무와 소나무가 섞여있는 작은 숲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보이는 곳이었다. 그 집 옆에는 작은 개울도 있었다.
브레드는 도착하자마자 개울가에 머루와 산딸기를 흔들어 씻고 작은 나뭇잎도 씻어 그 위에 딴 과일들을 올려놓았다. 개울 옆에 있는 작은 돌 위에 과일 놓여있는 나뭇잎을 내려두고 작은 나뭇가지에 양을 메어놓고는 과일을 가지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다녀왔어요."
브레드는 큰소리로 인사했지만 집안은 조용했다.
집안에는 작은 식탁이 있고 나무로 된 작은 식탁에는 작은 의자가 두 개 있었다. 하지만 신발은 방금 브레드가 벗은 것 한 짝이 다였다. 문 앞의 작은 신방장 어디에도 다른 사람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거실에 있는 나무 식탁과 그 옆에 있는 커다란 창문 그리고 달랑 매달려있는 식탁 바로 위의 전구에서는 희미한 빛이 흘러나오고 있다. 방금 브레드가 들어오면서 불을 켰기 때문이다. 식탁 뒤쪽으로는 큰 책장이 있었는데 책장에는 낡고 다채로운 색의 책들이 꽂혀 빽빽이 칸을 채우고 있었다. 책장을 지나 꺾인 공간으는 침실처럼 보이는 곳이 보인다. 브레드는 식탁에 과일을 내려놓고 가방을 벗어 의자에 걸어두었다.
식탁을 마주 본 곳에 있는 주방에서 대충 손을 닦고, 싱크대 옆의 조그만 나무 상자를 여니 그 안은 약간 서늘한데 나무 안에는 두껍게 황토흙이 덧발라져 있고, 식료품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아마 냉장고 같은 기능을 하는 것 같다. 브레드는 작은 호밀빵을 꺼내어 상자를 닫고 벽에 걸려있던 빵칼로 슥슥 몇 조각 잘라내었다.
창가를 빗겨 난 그늘진 곳에는 다양한 잼들이 늘어져있었고 브레드는 그중 땅콩잼처럼 보이는 것을 꺼내 잼을 듬뿍 발랐다. 식료품 상자를 다시 열어 치즈와 사과도 꺼냈다. 계란을 바라보며 프라이를 먹을까 고민하는듯하던 브레드는 귀찮은 듯 상자를 닫고 사과만 얇게 썰어 빵 위에 얹고 치즈도 얇게 썰어 얹었다. 아침에 목자님께 받아온 우유는 상위에 있었기에 만든 샌드위치를 들고 우유를 따라 마시며 훌륭한 점심이라고 생각했다. 브레드는 이 모든 것을 혼자 해냈고 익숙해 보였다. 겨우 15살밖에 안 된 아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다. 브레드는 혼자 살고 있다. 이 작은 소년은 보호자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를 15살까지 키워주고, 집을 만들어주고 지내는 법을 알려준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을 브레드는 목자님이라고 불렀다.
왜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을까? 사실 브레드는 자신이 고아라는 사실도 몰랐고 언제나 아빠라고 부르던 사람이 자신을 생판 모르는 남인 지도 몰랐다. 그의 이름을 지어준 것도 목자였기에 그는 그가 아버지인 줄로만 알았는데, 어느 날 아버지와 애나라는 한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알게 되었다.
주인공의 주변인들 그리고 혼자 살게 된 이유.
애나는 작은 인어 계집애이다. 영악하고 성깔이 고약하지만 하는 짓이 귀엽고 때때로 이유 없이 다정해서 미워할 수 없는 아이다. 그들의 대화는 이러했다.
"목자님. 목자님. 브레드는 다시 인간들에게로 돌아가는 건가요? 이제 영영 먹을 수 없어요?"
"애나 사람은 먹는 것이 아니란다. 지금 친하게 지내고 있지 않니? 아직도 그렇게 이야기하다니 내가 다 서운하구나"
"칫. 알겠어요. 먹기에는..... 너무 말이 많다고 해두죠. 아무튼 인간 마을에 가지 않아도 되는 거면.. 마을에서 같이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심심해 보이니까.. 할 일도 정해주고요..."
"그래. 안 그래도 이제 배운 것을 실천에 옮기는 게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단다. 브레드에게 진실을 이야기해야 한다고도 생각했고 말이다"
"진실? 뭐... 뭐요? 제가! 제가 먹으려고 했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건 아니시죠?"
"아니. 애나야 그 아이가 인간이라는 것을 말해야 한다는 이야기란다."
모든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아버지랑... 아니 목자님이랑 애나가 딱히 은밀하게 이야기하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목자님은 지금 내가 지내는 숲 속의 꼭대기에 살고 계신다. 딱히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지만 그곳은 좀 더 구름이 많다. 아마도 높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될수도 있겠지만 딱히 그건 아닌 것 같다.
브레드가 그리 힘들게 올라다니지않는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곳까지 가려면 밧줄을 타고 올라가야 한다. 하늘에 가까운 곳에 살아서인지 목자님은 등에는 큰 날개가 있고, 머리는 흰색이다. 생김새는 여느 인간 남자들보다는 훨씬 아름다웠지만 남자다운 모습이고, 건장한 몸을 가지신 분이다. 얼굴은 거무잡잡하고 튼튼해 보이는 팔은 무거워 보이는 나무 지팡이를 가볍게 휘두를 수 있어 보였다. 목자님의 수염도 흰색인데 항상 잘 다음 어져 있다. 수염 때문에 나이가 많이 들어 보이고 엄격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목자님의 얼굴은 언제나 웃는 얼굴이기에 전혀 무섭지 않고 항상 다정한 느낌이었다.
브레드는 그런 아버지, 아니 목자님을 좋아했고 언젠가 저도 큰 날개가 어깨에서 자라나고 목자님처럼 멋지게 하얀 머리가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기다려고 브레드의 어깨는 맨질맨질하기만 했다.
가만히 듣던 브레드는 결국 궁금함을 못 참고 입을 열어버렸다.
"아버지? 인간이 뭐예요?"
거실에서 이야기하던 애나와 아버지는 아니 목자님은 브레드의 목소리에 놀라서 뒤를 돌어보았고, 어차피 할 이야기였다는 듯 조용히 브레드를 불러 천천히 진실을 이야기해주었다.
"브레드.... 브레드 너에게서는 날개가 나오지 않을 거야. 넌 사람의 아이이기 때문이지. 여기는 신족이 사는 마을이란다. 모두가 다양한 특징을 가지고 살고 있지. 애나에게는 물고기의 꼬리가 있고, 네가 아직은 모르지만 이곳에 살고 있는 어떤 이는 나비 날개를 가지고 있고, 어떤 사람은 물소의 뿔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단다. 그러나 너는 사람의 아이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네몸에서 자라나는 것은 없겠지만 지혜로운 머리와 사랑스러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지. 브레드. 너는 나와 같지 않지만 나는 너를 사랑한단다. 내가 너를 태어나게 하지 않았지만 너를 자라게 하는 동안 너로 인해 정말 많은 기쁨을 가졌단다. 그래서 네가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너라는 사람이 어떤 모습인지를 받아들였으면 좋겠어. 난 널 항상 돌볼 거고 네가 천천히 받아들이고 너라는 사람의 모습을 찾기까지 기다려줄 거야. "
"아버지의 아이가 아니에요? 그럼 난 뭐예요? 인간이라는 게 뭐예요?"
"나도 아직.. 인간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 못한단다. 하나님이 너를 내손에 맡기 신 이유가 있겠지..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하나님을 떠나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란다. 하나님의 형상을 가지고 하나님의 나라에서 살고 있는 우리를 천사라고 한단다. 그리고 우리는 신족이라고 불리지. 하지만 하나님을 떠난 사람들을 인간이라고 부르고 그들이 사는 곳을 바깥세상이라고 부른단다. 그리고 브레드 너는 애나가 바깥세상에서 데리고 온 아니란다."
"하나님을 떠났어요? 그런데 절 어떻게 여기로 데리고 들어왔어요? 바깥세상이라는 곳은 언제든지 갈 수 있어요? 그들도 여기 오면 되잖아요. 그럼 제 진짜 엄마 아빠는 어디 있어요?"
"음.... 우리는 바깥세상을 함부로 나가면 안 돼 그들이 우리를 보면 무서워하거나 공격하려고 하기 때문이지. 잡혀서 구경거리가 될 수도 있어, 그들은 하나님을 떠났기 때문에 신족의 중요함과 소중함을 모르거든.
우리는 바깥 세계의 사람들이 뿌리는 어두운 마음을 정화시키는 일을 하고 있는데, 그 일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늘 하는 기도란다. 기도를 통해 그 일을 하고 있지. 그래서 기도할 수 없는 사람은 이곳으로 올 수가 없고, 바깥세상 사람들은 기도를 할 줄 모르기에 이곳으로 올 수도 오는 길을 찾을 수도 없단다. 그리고 브레드 너는 애나가 바깥세상에 나가면 안 되는 규율을 깨트리고 바깥세상에 나갔다가 강가에 혼자 울고 있던 너를 애나가 발견하고는 이리로 데리고 온 거란다. 아마도 엄마 아빠게 너에게 없는 것 같더구나. 너를 데려온 이후로 세상 하늘을 돌면서 아이를 잃어버린 사람이 없는가 둘러보았는데 아이를 찾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그래서 내가 직접 널 키우기로 했단다."
"그럼 아버지는 아버지가 아니네요? 난 누구예요? 어디로 가야 해요? 무엇을 해야 하나요?"
".............. 난 널 키웠고 너의 아버지란다. 그러나.. 이제 내가 불편하다면 목자라고 불러도 좋다... 그러나 브레드 내가 너의 아버지였다는 것은 잊지 말아주렴. 그리고 난 네가 이곳에 있었기 때문에 신족이라고 생각한단다. 너를 통해 바깥세상과 연결될 수 있는 연결고리가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해. 아마 하나님이 뭔가 계획하시는 게 있겠지. 그것을 위해 네가 인간에 대해 알아봐 주고 너의 의미를 생각해주었으면 한단다. 그리고 너는 여전히 신족이라는 것을 기억하렴."
"난..... 아버지라고 못하겠어요. 아버지. 아니 목자님. 전 이제 어디로 가나요? 여기 살아도 되는 건가요?
"........ 브레드.. 신족은 모두 13살에 독립을 하지 그때가 되면 세상으로 나가 모든 것을 경험하면서 배운단다. 하지만 너는 달라 아직도 더 많이 품 안에서 커야 했지. 이제 네가 15살이구나. 이제는 네가 혼자 살면서 경험을 통해 성장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단다. 걱정하지는 말렴. 너는 항상 내가 돌볼 수 있는 곳에 둘 것이란다. 네가 먹고 입는 것도 모두 걱정할 필요 없어. 내가 준비해주고 가르쳐 주마. 그게 당연하니까"
주인공의 현재
그렇게 나는 독립을 했고, 지금 혼자 살게 된 지 아직 반년이 안되었다. 아직도 어색해서 바깥에 나갔다 오면 다녀왔다고 말하곤 한다.
아버지.. 아니 목자님이 계신 것처럼 말이다.
모든 것은 아버지가 마련해주신다. 먹을 것도 입을 것도 모두 말이다. 내가 할 일은 공부를 하는 것이다. 나에 대해 사람에 대해 바깥세상에 대해 지식을 쌓고 내가 알게 된 것을 목자님께 보고하고 세상에 나가 경험을쌓을 준비를 하는 것이 나의 하루 일과이다. 그래서 매일매일 이곳에서 제일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물소처럼 생긴 하이머 씨에게 가서 공부를 하고 온다. 이제 밥을 다 먹었으니 하이머 씨에게 가야겠다.
하이머 씨는 개울을 따라서 쭉 걸어가다 보면 보이는 바위산 동굴에 살고 있다.
사건1
"하이머씨 안녕하세요?"
하이머씨는 오늘도 뭔가에 열중하고 있다. 가끔 하이머씨는 미친사람처럼 혼자 왔다갔다하면서 무언가를 몰두하고 혼자 칠판에 잔뜩 적어두고는 한다.
"율법의 체계를 바로잡아야해. 그 물고기를 거기 두면 안된다고! 개구리들이 질서없이 울게 되잖아. 안되지안되..."
"하이머씨? 개구리가 규칙적으로 울어야 하는건가요?"
"그럼 당연하지 그렇지않으면 시끄러워서 잠을 잘수가 없다고! 몇시인지도 모르게 그들이 울어댈꺼야. 오..이런 브레드가 왔구나. 언제왔니?"
"방금이요. 개구리가 규칙적으로 울려면 어떻게 해야하죠?"
"간단해 물고기들이 그들을 겁주지않으면 된단다. 개구리는 무서움을 많이 타거든..하지만 물고기를 설득할수가 없어 물속은 그들의 집이니까 말이야."
"음......개구리들이 있는 곳에 물길을 막아서 물고기들이 접근을 못하게 하면 되지않아요? 아니면 개구리들에게 새로운 거처를 마련해줄수도 있겠지요, 아니면 모두를 잘 가르치는건 어때요?"
"물고기들과 개구리를 가르치라고? 어떻게 그렇게 하겠니?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는것을...그래 그래 좋은생각이났다. 그들을 훈련시키는거야 정해진때 울수 있도록 말이다. 역시 난 머리가 좋아.너무 좋아!"
"예에....그러니까말이에요. 제말이 그말이었는데 말이죠..."
"그래 이제 해결되었으니 우리 수업을 해볼까? 브레드 오늘까지 해오라는 숙제를 해왔니? 하늘은 왜 높고 파란걸까? "
"그러니까. 그게.....아무리생각해도 잘 모르겠어요 하늘이어야 하기때문 아닐까요?
그러니까 이 수업과 내가 인간인것과는 무슨 관련이 있는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