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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der Jung Feb 01. 2021

누사페니다 - 인도네시아 - 발리

그동안 다녔던 꽤(?) 많은 지역 중 어떤 나라들은 한 번 이상 가본 데가 있다. 대부분은 그 나라의 서로 다른 도시나 지역을 방문했던 것이었는데 유독 같은 지역을 여러 번 방문한 곳이 몇 군데 있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인도네시아의 발리이다.



처음에는 워낙 유명한 곳이니까 얼마나 좋길래 유명한가 하고 관광지를 보고 싶어 갔었다.

그때는 그저 다른 유명 휴양지와 다름없는 곳이라 느꼈었다.



두 번째는 다이빙을 배우려고 알아보다 지금은 윤식당의 첫 촬영지로 유명하지만 그때는 무명(?) 이었던 롬복의 길리섬으로 선택하고 간 김에 서핑까지 배우며 발리를 여행했다. 그리고 그때, 이 유명한 휴양지 발리가 조금만 더 들여다 보면 사람 많고 정신없는 것 싫어하는 내 취향에도 맞을 수 있을 곳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서핑, 다이빙, 요가, 휴양, 유흥(?) 등의 다양한 이유로 이곳을 찾는 걸 보면 그 많은 취향을 다 만족시켜주는 곳이 발리인 것 같다. 그중에는 나의 취향도 포함되어 있었다.



세 번째 네 번째는 가서 무언가를 특히 하지 않았다. 서핑을 몇 번 다시 시도하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특별히 하지 않고 보냈다. 도착 처음 며칠은 가장 유명한 꾸타해변 바로 앞에 숙소를 잡고 그 북적임을 즐기다가 한적한 곳으로 넘어갔다. 그곳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무언가를 듣고, 무언가를 읽고, 무언가를 끄적이고 무료하면 무작정 기다란 해변을 걸었다. 



다섯 번째로 발리를 찾은 것은 2019년 가을이었다.

여느 때처럼 꾸따해변 가까이에서 며칠을 지내고 남은 날들은 내 아지트 지역으로 가려고 계획했다. 보통은 매번 가는 숙소를 짧게 예약하고 도착한 다음에 가서 장기숙박으로 딜을 해서 저렴하게 머물렀는데 이번에는 예약사이트에서 모든 날짜를 예약할 수 없었다. 무언가 불안하지만 어차피 꾸따에 며칠 있으니 도착하면 직접 가서 예약을 해야지 생각했다.



그런데 도착해서 날씨에 분위기에 적응을 하고 다음날 택시를 타고 찾아간 그곳은 건물이 모두 사라져 있었다. 가운데 수영장을 중심으로 방갈로 형식의 독채 건물들이 있었는데 모두 사라져 있었다. 가운데 있던 커다란 나무 두 그루만 남아 있었다. 그제서야 왜 예약이 불가능했는지가 이해됐다. 아마도 나무로 만들어진 오래된 방갈로에 방도 많지 않아서 새롭게 건물을 지어 손님을 많이 받으려고 재건축을 하는듯했다.



갑자기 계획이 틀어져 버렸다. 계획이 없는 게 계획이긴 했지만 유일한 계획인 숙소가 사라져 버리니 큰 문제였다. 짧은 기간이 아닌데 숙소가 마음에 안 들면 모든 게 불편해지기 때문에 맘에 맞는 새로운 숙소를 찾아야 했다. 물론 어차피 인터넷으로 최대한 검색해서 후보지 몇 곳을 추리겠지만 그래도 괜히 마음이 급해졌다. 꾸따에서 며칠 더 있어도 되었지만 이렇게 된 김에 완전 새로운 곳을 한번 갔다 오자는 생각이 들었다.



'누사 페니다 (Nusa Penida) (현지어로 누사쁘니다)'



급하게 근교 여행지를 검색하다 사진 해변 사진 한 장에 꽂혔다. 마치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나온 그리스 자킨토스를 연상케하는 멋진 해변이 가까운 곳에 있다는 걸 알았다. 그전에도 발리에서 데이투어로 스노클링을 하러 가는 곳이라는 건 알았는데 왜 이 사진을 발견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사진을 본 이상 안 가볼 수 없었다.





사라진 숙소와 나무 두 그루









발리의 동쪽 사누르 항구에서 배를 타면 한 시간 남짓이면 누사페니다에 도착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발리에서 데이투어로 페니다와 름봉안(램봉안)섬을 묶어서 다녀온다. 투어 스케줄을 보면 이른 아침 출발해서 섬 투어도 하고 스노클링도 하고 오후 늦게 배를 타고 돌아온다. 그런데 너무 짧은 시간이다 보니 대부분 이동하는 데 시간을 많이 쓰게 된다는 후기들을 보았다. 평소 같았으면 편하게 투어를 선택했을텐데 이번에는 목표가 있었다. 사진을 보면 해변 위의 절벽 등선을 따라 사람이 갈 수 있는 길이 보였다. 그리고 진짜로 해변까지 내려가 볼 수 있다고 했다. 거의 절벽이어서 무척 힘들긴 하지만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긴 했지만...



저 밑에 꼭 내려가 보고 싶었다. 그래서 투어를 포기하고 직접 가보기로 했다. 항구 근처의 숙소를 하루 예약했다. 이른 아침 배를 타고 페니다에 도착해 호객꾼들의 뜨거운 눈총을 받으며 캐리어를 끌고 숙소로 향했다. 가는 동안 눈치로 분위기를 살피는데 기대도 하진 않았지만 대중교통이란 건 아예 없고 여기서 현지 투어를 찾든지 오토바이 기사를 고용하든지 직접 타든지 하는 방법뿐인 것 같았다.



원래는 도착해서 분위기 살피고 가는 방법을 강구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섬을 여행하고 마지막 배로 나가는 계획이었는데 언제나 그렇듯 막상 도착하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마침 숙소에 오토바이가 있길래 혹시나 하고 물어보니 저렴한 가격에 빌려준다고 했다. 내일 나가는 배까지 예약했는데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걱정 병에 오늘 그냥 일단 가보기로 했다.



시간이 짧으면 구경 욕심은 늘어난다는 법칙은 또 적용되어 클링킹 비치 말고 비슷한 느낌의 다른 곳도 함께 가보기로 했다. 문제는 두 곳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쪽 끝의 아투비치(Atuh)비치를 먼저 가서 빨리 보고 돌아오는 길에 클링킹비치에 들러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기로 계획을 세우고 시계방향 섬 투어를 시작했다.



지도상으로 볼 때는 멀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섬은 꽤 컸다. 감각으로 느끼는 거리와 실제의 거리의 괴리감이 너무 커서 중간중간 지도를 보느라 꽤 많은 시간을 지체하고 큰길 이외에는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더 오래 걸렸다.





배를 타고 내릴 때 완전 수동식(?)이다.









여기도 사진처럼 내려갈 수 있는 곳이었다. 목표가 이곳이 아니었고 클링킹비치까지 얼마나 걸리고 그곳에서 얼마나 시간을 쓸지 몰라서 여기서는 위에서만 보는 걸로 만족했다.



동쪽 끝을 보았으니 다시 악셀을 당겨 북서쪽으로 향했다. 클링킹 비치로 가는 길은 더 좋지 않아서 비포장도로를 꽤 달려야 했다. 중간중간 공사하는 곳도 있어서 한참을 기다리기도 하고 뒤로 돌아서 우회하기도 하며 드디어 클링킹 비치에 도착했다. 많은 관광객들이 사진 포인트에서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는 모습을 뒤로하고 나는 아래로 향했다. 처음에는 단지 계단이 많아서 힘든 거니까 이 정도는 참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큰 산등성이를 내려가서 드디어 해변 쪽으로 내려가는 길로 꺾어지고 나서는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여기서부터는 거의 암벽등반 수준이었다. 여기에 이런 길을 낸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하면서도 여길 다시 내가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밀려왔다. 이 의문은 해변에 가까워질수록 더 커졌는데 이미 힘도 다 빠져서 막상 돌아갈 수도 없을 것 같았다. 그나마 내려가는 게 힘이 덜 드니 일단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가파른 경사를 마지막으로 해변의 모래로 뛰어내리니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해변의 크기에 비해서는 많지 않았지만 상상 속의 거의(?) 무인 해변은 아니었다. 물론 다들 신체 건장한 서양 남녀들이었다. 그리고 해변의 사람보다 더 나를 놀라게 한건 (이걸 무어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산에 가면 막걸리나 음식을 파는 다람쥐 아줌마 같은 시스템이 있었다. 거기서 음료수를 팔고 있었다. 정말 경이로운 세상이었다.



처음 계획은 해변에서 한숨도 자고 일광욕도 하고 푹 쉬다 가려고 했는데 늦게 오기도 했고 내려오면서 보니 올라가는 게 만만치 않아 보였다. 결국 좁은 골짜기로 몰아치는 우렁찬 파도 소리가 리믹스 된 음악을 몇 곡 듣고 발길을 돌렸다.



슬픈 예감은 언제나 적중하듯이 올라가는 길은 험난했다. 중간에 몇 번을 한참씩 쉬며 올라갔다. 내가 어찌나 힘들어 보였는지 뒤에 올라오던 서양 아가씨가 걱정하며 손을 잡아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과감히 남자의 자존심으로 거절한... 건 아니고 그녀가 손을 잡아줘도 따라 올라갈 힘이 없었다. 그녀가 가고 나서도 한참을 더 쉬어 충전을 한 후에 다시 올라갔다.



정상에 도착하니 데이투어 여행객들은 다 빠져나가고 현지인들만 드문드문 있었다. 근처의 식당에서 코코넛 한 통으로 급하게 체력을 충전하고 출발했다. 돌아오는 길에 엔젤스 빌라봉이라는 또 다른 포인트에 잠시 들른 후 숙소로 돌아왔다.



사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이상한 일이 있었다. 늦은 시간이어서 길에는 사람도 없었고 잠깐 길을 잘못 들어 어느 마을로 들어갔다. 지도를 보기 위해 잠시 멈췄다. 그런데 마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마을 가운데에는 사당 같은 것들만 있고 사람은 한 명도 안 보이고 개들만 몇 마리 보였다.



순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떠올랐다. 마침 날이 저물어가고 있었고 빨리 여기를 빠져나가지 않으면 나도 개로 변할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원래는 다음날 아침에 다시 클링킹비치에 도전해 보려고 했는데 힘들기도 하고 센과 치히로도 생각나서 숙소 수영장에서 쉬다가 발리로 돌아왔다.







클링킹비치 여행 팁!!!


음식과 음료를 충분히 챙긴 후

오전에 도착해 천천히 내려와서

일광욕도 하고 해수욕도 하고

음식과 음료와 충분한 휴식으로

체력을 완전히 충전 후

오후에 올라간다.







다람쥐 아줌마(?) 시스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같았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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