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먼 곳으로, 이렇게 길게 운전해 본 게 언제였던지...
이렇게 오래 누군가와 이야기한 게 언제였던지...
이렇게 오래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은 게 언제였던지...
이렇게 낯선 곳에 몸을 뉘여본 지가 언제였던지...
급작스레 닥친 오랜만의 낯섦 4중주로 긴장된 몸뚱이를
맥주 두어 잔과 몽롱한 글의 도움을 받아 낯선 방, 낯선 이불 속으로 넣어본다.
이리저리 뒤척이며 책장을 넘기다 간신히 까무룩 잠이 들 무렵
누군가의 우렁찬 오줌발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야외 화장실 옆에 방을 배정받은 운명이려니 받아들이려 해도
누군가의 힘(?)은 세기도 하고 길기도 하다.
드디어 끝인가 하면 다시 세지고, 또다시 약해지고, 또다시 세어졌다.
인간은 분명 아닐 거라 혼자 결론 내렸지만 차마 문을 열고 확인해 볼 용기는 없었다.
그래도 양을 세는 대신, 오줌발을 센 덕분에 어느샌가 잠이 들었다.
이른 아침 눈을 뜨자마자 문을 열고 나가 보았다.
범인은 낙숫물이었다.
천장의 빗물이 모여 흘러 내려오는 곳에 받쳐 놓은 절구통 위로 떨어지는 물소리였다.
그래서 빗물의 양에 따라 그 소리도 세어졌다 약해졌다 했던 것이었다. 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야 마음이 편했다.
밤새 도깨비가 내 방문 앞에서 오줌 누고 간 거면 조금 무서우니까.
그리고 이런 옛날 집에는 진짜 도깨비가 살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