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물이냐 바스락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요즘 가장 눈여겨보며 호시탐탐 구매를 노리고 있는 아이템은 바로 ‘바람막이’. 등산은 안 하지만 등산복을 교복 위에 걸쳐 입던 학창 시절을 지나 운동은 안 하지만 운동복을 즐겨 입는 어른으로 성장한 것이다. 바람막이는 지금이 제철인데 망설이다 입을 시기를 놓칠 순 없다. 이젠 결정해야 할 타이밍!
그러나 끝내 궁극의 바람막이를
고르지 못한 이유,
흐물이냐 바스락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한국인이 사랑을 시작하는 방법이 <하여튼 웃겨>, <하여튼 희한해>, <하여튼 이상해>라고 했던가. 일상의 아웃도어? 하여튼 웃기고 희한하고 이상하다 생각하고 있던 찰나 사진 한 장을 보게 된다.
@bellahadid
내 마음 선정 <2023년에 봤지만, 2022 가장 설득력 있는 사진>으로 임명합니다. 하여튼 뒤에 붙는 수식어가 무의미해지는 건 한순간. 더 이상 아웃도어 브랜드의 소유물이 아닌 바람막이. 애슬레저 룩, 고프코어 룩 트렌드와 함께 바람을 차단하는 기능과 더불어 나에게도 스타일을 위한 패션 아이템이 되었다.
한번 눈에 들어온 아이템은 끝장을 봐야 하는 법. 손끝을 스쳐 지나간 다양한 바람막이 중에서도 유독 마음을 울린 두 스타일이 있었으니. ①얇고 가벼운 재질에 구겨서 던지면 휴지 조각처럼 바람에 나풀거릴 것 같은 흐물이와, ②빳빳, 탄탄하니 당장이라도 산 정상에 올라야 할 것 같은 바스락이었다.
(출처 : 엔조블루스)
최근 스포츠 매장에 방문해서 비슷한 질감의 아노락을 만져봤다. 자칫 날카로운 것에 찔리면 찢기진 않을까 걱정되면서도, 이 얇기에 살짝 비칠 듯 말 듯해야 오묘한 색이 담기는구나 싶은 것이… 화면만으론 색상과 촉감이 100% 와닿지 않아서, 시중에 비슷한 디자인이 많아도 딱 원하는 걸 찾기는 힘든 스타일이다.
흐물거리는 바람막이는 배색 없이 심플한 디자인이 매력이라 생각한다. 다만 소재 자체가 힘이 없다 보니 꼭 후드, 시보리, 스트링 등으로 핏을 잡아주는 장치가 있어야 할 것. 적당한 품의 사이즈를 선택해서 너무 박시한 핏을 피하는 것도 나에게 맞는 핏을 찾는 또 다른 방법. 지퍼의 너비나 무게도 핏에 영향을 주는 요소이니 꼭 실물을 확인하고 입어보고 사는 게 좋겠다.
(출처 : 코닥-코다크롬파크)
그야말로 스포츠의 향기가 진득한 고프코어 스타일의 정석. 특별한 날에 벨라 하디드였다가 집 앞에 나갈 땐 영남회장이 되는 이게 진정 휘뚜루마뚜루 아닐까. 옷감 자체가 질기고 마찰에 강해 제대로 하나 장만한다면 언제든 꺼내 입기 좋을듯하다. 열정 가득한 원색이나 활동적인 느낌의 배색으로 화려한 존재감을 드러낸다면 매력은 배가 될 것.
원단이 탄탄해서 후드는 탈부착이거나 취향에 따라 아예 없어도 괜찮을듯하다. 대신 밑단에 스트링은 꼭 있으면. 지퍼를 열고 살짝 걸쳤다가 지퍼를 잠가 입을 땐 스트링을 조여서 아노락처럼 입으면 하나의 옷으로 두 가지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을 테니. 고민 없이 툭 걸치기 좋은 아우터를 찾고 있다면, 박시한 바스락 바람막이를 추천한다.
아무리 휘뚜루마뚜루 걸치기 좋고 면이 탄탄한 건 오래 입는다지만 아웃도어의 가격대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평소 비슷한 스타일을 자주 입었더라면 망설임 없이 샀을지 모르겠지만, 아직 바람막이와 낯가리는 중이라 선뜻 구매가 망설여지기도. 특히나 포인트 컬러 아이템은 더더욱 부담스럽다. 그렇다면 지금이 바로 입문용 바람막이를 찾아야 할 때.
1. 체이스컬트 비침 있는 나일론 소재와 남녀공용으로 넉넉한 사이즈, 후드와 밑단에 스트링이 있어 다양한 핏 연출이 가능한 아이템.
2. 밀리언코르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의 담백한 크롭 윈드 브레이커. 얇고 가벼운 소재와 화이트 컬러로 일상에서 활용도가 높은 아이템.
3. 파르티멘토 우먼 바디 전후면과 팔에 테이핑 디자인 포인트로 스포티함과 캐주얼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아이템.
4. 모즈모즈 오버 핏으로 가볍게 걸쳐 입기 좋고 톤다운된 버건디 컬러로 포인트가 되는 아이템.
큰 일교차에 뭘 입어야 할지 고민되는 간절기, 자연스럽게 바람막이가 떠오르는 계절에 우리 모두 흐물과 바스락 중 기능과 취향 모두 만족스러운 최고의 바람막이를 만날 수 있길!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