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망치는 건 언제나 나 자신이다
막연히 부자를 꿈꾸기보다
왜 부자가 되고 싶고, 왜 여태 부자가 되지 못했는지 연재하고 있다.
왜 돈에 대해 실패했나?
돌아보면, 스스로 '부잣집 딸내미'라고 착각한 출발부터가 잘못됐었다.
90년생인 나는 98년 IMF의 타격도 없이 굳건한 중산층 집안에서 자랐다.
검색해 보니 중산층의 기준이 있는데 넘어가고,
쉽게 생각해서 부자는 아니고, 그렇다고 못 사는 건 아닌 딱 중간 같았다.
실제로도 그랬다.
외벌이에 아이 셋이 있는 5인 가구.
아빠는 혼자 벌지만 2주에 한 번은 국내로 여행을 가고,
1년 내내 갈 수 있는 놀이동산 연간회원권 같은 것들이 그 지표라면 지표였을까.
그래서 난 내가 부잣집 딸내미인 줄 알았다.
중학교 2학년 때 엄마, 아빠가 이혼하시기 전까지는.
얼마나 철이 없었냐면 중학교 1학년 생일 때 엄마가 사준 브랜드 옷이 있었다.
그걸 받고 화를 냈다.
우리 집 형편이 넉넉한데 두 배는 넘는 가격의 옷을 생일선물로 주지 않아서였다.
어쩌면 그때의 착각을 성인이 된 후에도 못 버렸던 게 내 발목을 잡은 게 아닐까?
그때의 착각부터 말해보자면,
부모님은 아이 셋을 키우는 살림에도 아껴가며 풍요로운 생활을 제공해 주셨다.
다만, 중학생이 되면서 사춘기가 온 딸이 알아주기는커녕 계속 반항만 했던 것이다.
더 정확히 나 자신에게 물어보자면,
부모님의 지원이나 경제적으로 걱정 없는 환경이 '당연하다'라고 생각했다.
당연한 권리라고 착각했다는 게 제일 맞다.
이후로 부모님이 이혼하고 나서도 제일 힘들었던 건
부끄럽지만 나의 경제적 지원은 당연한데 없어졌다는 생각이었다.
엄마 아빠 때문에 유학도 못 갔고, 대학원도 못 갔고, 취업 지원도 못 받고 등등..
얼마 전 시어머니가 보내주신 톡이 있었다.
좋은 글을 가끔 보내주시는데 글 말미에 나온 내용이었다.
'나 자신을 망치는 건 언제나 나 자신이다'
나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막연히 아빠의 경제력에 기대고 있었다.
외벌이었던 부모님이 이혼하신 뒤 경제력이 큰 건 아빠였다.
대학 때, 취업 때, 결혼 때 모두 아빠가 어떻게든 해주겠지라는 생각을 왜 했을까?
결국, 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시간이었다.
그저 아빠에게 투정 부리고 싶은 마음이라면 마음. 핑계라면 핑계. 사실이라면 사실.
아빠와 같이 꿈꿨던 전원주택 생활, 화목한 가족의 모습을 놓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늦었을 수도, 빠를 수도 있는 지금.
32살이 되어서야 돈에 대해 제대로 바라보려고 하는 건
스스로 대견하고 감사한 계기라고 생각한다.
지난 화에서 말했지만 나의 돈 목표나 가치관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90%라고 했다.
아이 낳는 삶을 선택해서일까?
돈이 필요해져서 돈에 대한 실패담을 쓰면서 시작하는 것 같다.
착각이든 내면아이가 붙잡는 시간이었든
돈에 대해 제대로 돌아보지 않았던 시간들은 지나갔다.
실패를 적어 내려 가는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