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정말 좋았던! 아일랜드 브레이 여행기
주말을 맞아 대체 어디를 가야하나 고민이 많았다. 아일랜드에서 더블린 다음으로 인기가 많은 여행지인 골웨이(Galway)는 자가용이나 가이드 투어 버스가 없다면 관광하기 불편할 것이라는 현지인의 조언이 있었기에, 아쉽지만 패스! 아일랜드 위쪽에 있는 벨파스트(Belfast)는 영국령의 북아일랜드에 위치한 해안도시여서 흥미로웠지만, 타이타닉 박물관과 왕좌의 게임에 관심이 1도 없었기에 또 패스... 호스(Howth)는 더블린과 매우 가까운 항구도시였지만, 주말이 아닌 주중에도 갈 수 있을 것 같아 망설여졌다.
그렇게 고민하다가 찾은 곳은 바로 더블린 근교의 해안가, 브레이(Bray). 더블린 시티 센터에서 Dart(아일랜드의 지상 열차)를 타고 40분 정도만 가면 바로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다. 브레이 여행에 대한 블로그 후기도 별로 없었지만, 어떤 분이 '브레이에서의 하루가 아일랜드에서 보낸 하루 중 가장 좋았다'고 평한 것에 꽂혀서, 정말 즉흥적으로 주말 여행지를 바로 브레이로 결정했다.
Dart는 기차와 지하철의 중간 같았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타는 사람도 별로 없고, 탈 자리를 정할 때 열차의 방향과 바다의 방향을 조금만 생각한다면, 열차가 해안도로를 따라 가기에 Dart 안에서도 바다 구경을 할 수 있었다. 더블린 밖으로 나가는 것은 처음이라 너무 두근거리고 설렜다! 소소하게 신기했던 것은 Dart를 탈 때 자동적으로 문이 열리는 것이 아니라 문 안팎에서 타고 내리는 사람이 문을 여는 버튼을 눌러야 열린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안도로를 계속 달리며 도착한 브레이. 집에서 8시 정도에 나왔기에, 엄청나게 이른 시간에 도착한 편이었다. 9시 반 정도의 브레이는 매우 한적하고 조용했다. 왜 인지 모르겠지만(나중에 알게 되었다) 하이킹 운동화, 운동복을 신은 사람들이 많았고, 바다를 옆에 두고 뛰는 사람도 많았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 사실 좀 출출했다. 도착하자마자 피쉬 앤 칩스를 먹고 싶었는데, 연 가게가 하나도 없었다. 대신 카페에 들어가서 따뜻한 라떼를 하나 샀다. 바닷가라 그런지 바람이 더 차가운 것 같았다...그렇지만 뭐, 아무렴 어때! 이럴 때 따뜻한 라떼는 생명수다. 그리고 여기 사람들은 서로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카페 안의 사람들이 브레이에 놀러온 관광객이 아니라, 그냥 마을 사람들끼리 인사하고 안부주고 받는 느낌이었기 때문...!
브레이 볼거리에 대해서 찾아볼 때, 브레이스 헤드(Bray's Head)라는 굉장히 유명한 명소가 있었다. 영화 <원스> 촬영지이기도 하고, 거대한 십자가가 있고, 위에서 브레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기에 유명한 곳인 것 같았다. 그래서 너무나 당연하게 브레이스 헤드를 가려고 했지만... 정하는 길을... 또 잘못 들어섰다...^^ 후...
사실 아직도 브레이스 헤드를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 나중에 듣고 보니 홈맘네 가족도 브레이를 갔었는데, 내가 갔던 길이 브레이스 헤드로 가는 길인줄 알고 똑같이 갔다가 다시 되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니까 헷갈리는 사람이 한 두명이 아닌 것이야. (그러니까 애초에 길 설명을 잘 해 놓았어야지 아일랜드야^^)
내가 간 곳은 Cliff Walk 라고, 엄청나게 긴(6km 정도 되는) 해안 도로 였다. 그런데 그냥 도로가 아니라, 절벽을 개조해서 만든 도로였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채 바다가 너무 예뻐서 신났고(그런데 사실 브레이스 헤드고 뭐고 하나도 생각 안 날 정도로 바로 옆에서 보이는 바다와 길이 너무 예뻤다) 그냥 뚤레뚤레 그 길을 걸어갔다. 그런데 아무리 걸어가도 길이 안 끝나서 그제서야 구글맵을 켜고 봤더니 브레이스 헤드의 방향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걷고 있었더라...
어쩐지 먼저 간 사람들이 역방향으로 '이건 너무 멀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되돌아 오더니만... 그 때 알아차려야 했었다. 그래서 장거리 보행에 맞춰서 사람들이 하이킹 운동화를 신고, 운동복을 입고 온 것이었다. Cliff Walk는 브레이에서 그레이스톤즈(Greystones)까지 연결되어있는 아주 긴 도로였다. 그래... 그레이스톤즈까지 걸어가는 사람들은 진정한 승자가 되겠지... 그렇지만 나는 살기 위해 여기서 방향을 돌렸다^^
한창 사진찍고, 구경하다가 이젠 정말 허기를 못 참겠어서 연 식당 아무데나 들어갔다. 여행은 역시 즉흥이다! 'Ocean'이라는 식당이었는데, 브런치, 점심, 그리고 저녁에는 펍으로 바꿔서 계속 여는 식당이었다. 분위기도 너무 좋았고, 무엇보다 음식이 맛있었다. 나는 'Irish Ocean' 이라는 메뉴를 먹었는데, 전형적인 아이리쉬 브런치 메뉴였다. 써니사이드된 달걀 후라이 2개, 베이컨, 버섯, 토마토, 해쉬브라운, 정체를 모를 고기 2개, 빵과 버터, 그리고 음료(차와 커피 중에 고를 수 있었다)가 세트였다.
본식이 나오기 전에, 차를 내주었는데, 너무 따뜻해서 감동, 그리고 맛있어서 또 감동. 그리고 밖에서 추위에 떨다가 차를 마시고 편안함을 느끼는 내 모습에 조금 놀랐다. 이제는 홈스테이에서도 '차 만들어 줄까?'라고 물어보지 않아도 내가 알아서 타 먹는다. (For my inner peace)
신기했던 것은 브레이에서 나 빼고 동양인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에게는 별로 유명하지 않은 관광지인가, 했다. 딱 봐도 같은 해안가라면 호스(Howth)가 더 유명해보이긴 한다. 그리고 내 추측인데, 서양인 중에서도 미국인이 정말 많았다. 미국인 특유의 느낌으로 대화하는, 딱 봐도 아일랜드 현지인이 아닌 관광객인 사람들이 많았다. 또 가족 단위로 많이 오거나, 더블린 근교 주민이 운동 삼아 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사람들이 브레이에 개를 정말 많이 데리고 오더라. 신나서 뛰어다니는 개들이 웃기니까 미소를 지었는데, 동시에 제발 나에게는 가까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왜냐면 너무 덩치들이 커서 무서웠다. 나는 아무것도 안 하는 고양이가 좋다. 그러고 보니 계속 고양이를 못 보다가 오늘 고양이를 2마리나 봤다. 비록 고양이들이 겁이 너무 많아서 아무것도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브레이에서 고양이를 보니 좋았다.
바다는 언제나 옳다. 바다는 어느 나라에나 있지만, 아일랜드 여행을 온다면, 그리고 숙소가 더블린 또는 더블린 근처에 있다면! 바다를 보러 브레이에 반나절 정도 투자해서 올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심지어 나도 아일랜드를 떠나기 전, 석양을 보러 한번 더 브레이에 갈까 생각할 정도로 좋았던 곳, 브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