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지난밤, 바야바와 토마토 사이에 있는 시인(이하 바토시)과 활어를 씹고 소주를 마시며 낭만을 이야기했다. 얼큰하게 취한 바토시는 한대수 노래를 흥얼거리다 말고, 우리가 진정한 이 시대의 마지막 낭만꾼, 로맨티스트가 아니겠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요즘 사람들은 낭만이 없어! 빌어먹을 가성비! 가성비! 가성비! 효율! 효율! 효율! 가성비를 따지는 일이 얼마나 가성비가 낮은 일인지를 모르고, 효율을 따지는 일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를 모른다며 성토했다.
나 역시 불콰한 얼굴로 바토시의 이야기를 듣다가 사실 나는 YS를 더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곧 지방 의원이 되어 정치를 하겠노라 출마 선언을 했다. 의원으로서 반드시 해낼 소명은 의회해산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눈빛을 빛낸 바토시는 갑자기 청문회를 시작했다. 질문과 답변의 공세가 오갔고 마침내 나는 바토시에게 인정을 받았다. 그는 자신을 유비에 비유했고, 나는 조조가 되겠다고 엄포했다. 하지만 사실 바토시는 장각이 어울리며 나는 허공 정도만 되어도 성공한 삶이라 생각한다.
의회해산과 군주제, 무정부주의, 그 뒤에 내린 결론은 우리는 사실 빨갱이가 아니라 깜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숙연해졌고, 다시 이야기는 낭만으로 돌아왔다. 무전으로 전국일주를 한 이야기, 육로로 국경을 넘나들던 여행 이야기, 인도의 카스트 제도와 빈부격차, 한국의 민족해방. 끓어오르는 분위기를 참다못한 우리는 최백호 아저씨의 ‘낭만에 대하여’를 합창했고, 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지에 대해 잠시 고민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낭만을 죽였다!’, ‘낭만을 없애 버렸다!’, ‘세상 모든 통신수단이 없어져야 세계는 아름다워질 것이다!’를 외치자, 창밖으로 아침해가 떠올랐다.
치킨을 아무리 먹어도 새벽은 온다. 그리고 고양이는 귀엽고 사랑스럽지. 닭이 울 무렵 만취한 우리는 고양이를 끌어안고 바닥에 등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