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힘님 잘 지내시나요?
진짜 요번 봄이 좀 추웠다고 합니다. 기온이 계속 낮아 밤새 얼어버린 열매 과일들이 많이 죽었다는 뉴스를 봤어요. 한창 감기에 민감할 때라 아이들도 감기에 걸려 어린이집에도 못가고 있데요. 힘님도 알러지가 있으시군요~ 저도 비염이 심해 킁킁거리면서 걸어다니고 있습니다.
5월은 딱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인데 말입니다. 생각해보니 지금같이 특별한 상황이 아닐 때는 페스티벌도 다니고 조금 멀리 나가기도 했던 것 같아요. 이걸 5월 중순이 다 넘어가는 지금 깨닫게 되다니 집 생활이 금방 익숙해졌나 봐요~ 그래도 말입니다. 힘님이 보내주신 바질 씨앗 덕분에 제가 “식물”이라는 것을 키워봅니다. 처음 씨앗에 투명한 막이 생기는 것을 보고 ‘참 올챙이 알 같네~’하다가 이 아이들이 조그만 잎사귀가 나오고 씨앗이 건강한 것을 보내주셨는지 마구마구 자라기 시작했어요. 혼자는 감당이 안될 것 같아 화분에 흙을 담아 현재 네 분에게 입양을 보냈습니다. 요가원에도 하나 갖다 놨는데 몇몇 분들이 오며 가며 “많이 컸네~” “새로운 잎이 나왔어~“ 하며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면 이게 참 요가 오는 소소한 행복입니다. 그래서 힘님이 이것을 주셨나 싶고. 곰탕에 소금 한 꼬집 들어간 것 같은 즐거운 요가+식물 생활이 되고 있습니다.
힘님! 많은 일을 벌여 놓으셨다고요? 씩씩한 모습의 힘님과 잘 어울리는데 진행이 안되면 좀 답답하시겠습니다~ 재밌을 것 같은데 어떤 일인지 궁금하네요. 얼마 전 요가 선생님이 어떻게 지내냐고 하셔서 너무 정신없고 바쁘다 고 했더니 그럴 때가 좋은 거라고. 그때 많이 성장한다고 하셨던 게 생각이 나네요. 뒤돌아보니 “맞네~”싶었지요. 저도 평범한 몇 달을 보내다 보니 좀 늘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항상 늘어질 순 없으니 뭔가 또 할 수 있는 선에서 바빠지려고 하겠죠?
발란스 balance
: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아니하고 고른 상태
(출처: 우리말샘)
인 요가에서 배운 인 엔 양(yin&yang)의 조화가 떠오릅니다.
요가에는 인요가와 양요가가 있는데요. 먼저 양요 가는 역동적인(발산하는) 요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가는 편한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잖아요~ 근데 요가. 알고 보면 대놓고 움직임이 많고 땀 많이 나죠. 이렇게 끝없이 이어지는 빈야사, 하타, 아쉬탕가 요가가 양요가라고 합니다.
인요가는 정말 신세계입니다. 힘님 혹시 인요가를 경험해보셨나요? 저의 요가 스승님은 인요가를 깊이 공부를 해오신 터라 그 덕에 꽤 인요가 수업을 들어볼 행운을 얻게 되었지요. 양요가는 밖으로 밖으로 발산하는 반면 인 요가는 안으로 안으로 몸의 깊숙이 일명 속근육이라고 하는 부분에 집중을 합니다. 오히려 힘을 빼서 내 몸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오랜 시간 한 동작을 진행합니다. 3분.. 5분.. 이렇게 긴 시간을 지내고 감았던 눈을 뜨면 세상이 맑아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인엔양(yin&yang)은 톰과제리 같아요.
요가 디피카를 인용해봅니다.
요가 수행이 한정된 시간 내에 좋은 결과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의 졸업장이나 학위와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구루와 시즈야 (쉽게 말하면 선생과 제자)에 대해 설명하는데요.
구루(선생)이라는 말은 구 gu : “어둠”을, 루 ru : “밝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시즈야(제자)는 사랑, 절제, 겸허의 마음이 필요한데 사랑은 용기를 낳고, 절제는 풍요를 낳고, 겸허는 힘을 낳는데요. 사랑이 없는 용기는 잔인함일 뿐이며, 절제가 없는 풍요로움은 방종과 부패를 낳고, 겸허가 없는 권력은 오만이나 독재를 부른다고 합니다.
모든 건 역시 발란스 인가 봅니다. 맛있는 햄버거를 매일 먹다 보면 뜐뜐해지는 것같이 인간은 대가를 꼭 치르게 되어있고, 비껴가거나 꼼수를 쓸 수가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요즘입니다. 그 와중에 여름이 너무 바싹 다가오니 또 겨울 풍경을 보고 앉았는 양배쓰입니다.
힘님 얼마 전 서핑을 다녀오셨던데 발란스 잘 잡고 신나게 파도를 타셨나요? 저도 서핑을 즐겁게 했던 기억이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고 아~ 얼마나 좋을까~ 했습니다. 하루종일 서핑을 하고 쌔까매진 얼굴로 마시는 맥주는 또 얼마나 맛있게요 크..... 서로 니가 더 탔녜 내가 거 탔녜 하면서 말이죠. 또 술타령이네요. 서핑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저번화의 크림소스 없는 크림 파스타를 해보았는데요~ 제대로 해 먹고 싶었지만 아무리 찾아도 집에 치즈가 없어서 그냥 계란 노른자와 바질만 이용해서 해 먹어 봤는데도 맛있었어요! 따끈하고 부드러운 것이 전날 성질을 내면서 먹었던 짜디짠 라면이 생각나면서 인스턴트 대신 이렇게 간단하게 먹는 게 더 낫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새로운 발견이었습니다.
이쪽은 아직 재난문자가 종종 옵니다. 무서워라.
전주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힘님 건강 조심하시고
따끈한 레시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양배쓰 보냅니다
바나나 포즈
-인요가 수업에서 소개되는 자세인데요.
간단하면서도 옆구리가 시원해집니다
(자기전에 양 쪽 골고루 해주세요)
[요요교환일기]는 오힘님과 양배쓰가
한 주 간격으로 주고받는 교환일기입니다
오힘님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