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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혜 Feb 19. 2018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결심하다

‘20대’라는 레이스가 있다면

   스물다섯. 이제 남은 건 대학교 마지막 학기와 졸업작품뿐이었다. 그 후에는 취준 생활을 하다가 어딘가에 취업을 하게 될 것이다. 직장을 얻으면 지금보다 안정적인 삶을 살게 된다. 더 이상의 알바몬 이력서 업데이트는 없을 것이다. 월급이 나오니 불안정한 수입에 대한 걱정도 (당분간 몇 년은) 사라진다. 나는 이 안정적인 20대 후반을 위해 20대 초반에 그렇게 도전했던 것이다. 더 이상 도전하지 않아도 괜찮은, 소속이 분명한 삶을 위하여.

‘20대’라는 레이스가 있다면
   20대는 10년이지만 1년, 1년이 모두 같은 길이가 아니었다. 평범하게 살아온 대한민국 20대 여성에게 있어서 미래를 결정하는 도전은 20대 초반에 몰려있는 느낌. 그래서 20대를 레이스로 치자면 스물다섯은 레이스 중반이 아니라 결승점 근처인 것이다. 취업이라는 결승점까지 어떻게, 얼마나 뛰어야 할지 이제는 예상할 수 있는 시점. 그동안 달린대로 달리면 곧 골인이고 결과가 나오는 그런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스물다섯'에 서 있는데 우연히 뒤를 돌아보았다. 문득, 내가 달려온 길이 너무 좁게만 느껴졌다. 좁은 길만 달리다가 벌써 레이스를 마친다는 생각에 아쉬움마저 들었다. 이대로 달리면 곧 직장을 갖고 안정적인 삶이 펼쳐질 텐데 말이다.



달려온 길이 좁게만 느껴진 이유
   생각해보면, 스무 살의 나에게 도전은 쉬웠다. 안 해본 것 투성이었기에, 대부분의 선택들은 곧 도전이 되었다. 처음 도전해보니까, 못 해도 괜찮은 일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조금 달랐다. 면접마다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 중요하게 물었다. 20대라는 레이스에서 결승점에 가까워지는 나이가 될수록 실패는 지양해야 했다. 그래서 도전해서 실패하지 않기 위해 비슷한 경험을 가진 분야에 지원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나는 안정적인 도전을 쫓는 사람이 되었다. 

   안정적인 도전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안정적인 도전을 하기에는 이 시기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25년을 산 내게 초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의 시절은 비슷하게 느껴진다. 그냥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기억될 뿐이다. 그럼 혹시 인생을 더 살았을 때 지금도 그렇게 기억되지 않을까. 내가 압박감에 눌려 결승점 근처라고 생각했던 스물다섯이, 레이스라고 생각했던 20대가 어쩌면 모두 청춘이라는 한 시절로 기억될 만큼 고만고만한 나이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안정적인 것보다 새로운 것이 좋은 스물다섯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남들이 보기에 취업을 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떠나니, 명백한 도피이기도 하다. 다만, 거창하게 이름 붙여서 ‘안주하려는 삶으로부터의 도피’라고 말하고 싶다. 도전을 두려워하는 나이가 되어버린 나를, 도전할 게 넘치는 새로운 세계로 던져놓으려고 한다. 그동안 편하게 도전하며 실패할 기회를 날린 것에 대한 반성과, 안주하느라 돌아보지 않았던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우선,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선택함으로써 스물다섯이라면 이래야 한다는 압박에서 한 걸음 벗어났다. 아무런 가이드라인이 없는 이 1년을 어떻게 보낼지 계획하면서, 주체적인 나를 발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하게 깨달은 건 애초에 20대라는 레이스는 없다는 것이다. 삶이라는, 끝이 정해져 있지 않은 아주 긴 레이스만 있을 뿐이라는 생각. 워킹홀리데이라는 1년의 시간이 이를 증명해 보일 것이다. 더 넓은 세상에 서서 치열하게 도전하는 스물다섯이 되기를 바라 본다.




저는 한 달 뒤인 2018년 3월 20일에 캐나다 밴쿠버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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