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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혜 Jan 29. 2020

새벽 3시, 퇴근하며 생각한 것들

애증의 스타트업 생존기

푹 쉬고 기분 좋게 출근했다가 고민 잔뜩 들고 새벽 3시에 퇴근했다. 오늘 팀원들과 이야기나눈 것들,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고민을 적어놓고 싶어서 아주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남긴다.


1. 실력이란 무엇인가
적어도 일터에서 마감을 분리해놓고 실력 혹은 퀄리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시간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얼만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가 모든 업무 실력에 기본값으로 포함된다. 업무에 걸리는 예상 시간을 측정하고 다른 사람들과 이에 대해 커뮤니케이션할 때에는 보수적인 관점을 갖자. ‘할 수 있어, 가능해’ 안 되는 걸 되게 만드는 마인드도 중요하지만 협업에 있어서, 마감에 있어서는 최악의 상황을 한 번 더 고민한 뒤에 이야기할 것.


2. 첫 번째 포스트모템을 진행했다

지난 번에 있었던 이슈를 짚고 넘어가기 위해 관련 팀원들과 포스트모템을 했다.

Summary / Impact / Timelines / Root causes / Action items 이렇게 간략하게 나눠 이야기를 나눈 뒤 내용을 정리했다. 이슈에 대해 여기에 구체적인 내용을 적기는 어렵지만 Root causes는 해당 프로젝트의 참여자 간에 (1) 퀄리티에 대한 기준과 (2) 작업 프로세스가 서로 합의되지 않았던 것으로 결론지었다. 근본 원인을 정리하니 향후 실천방안 또한 자연스럽게 도출되었고, 다음에 비슷한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조금 더 체계적으로 움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가로, 다른 팀원이 조금 더 근본적인 부분을 짚어줬는데, 우리 팀의 경우 개별 작업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공동 작업에 있어서 조금 약한 것 같다는 것이었다. ‘팀의 최적화’를 이번 분기의 목표로 잡은 나에게 아주 중요한 메세지라고 생각하여 다시 한 번 기록...!


3. 프로를 만드는 환경

익스트림 오너십을 갖고 일하는 프로들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요즘 우리팀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업무가 피드백이다. 우리가 제작하는 콘텐츠 퀄리티를 책임지고, 우리가 가져야 할 안목과 기준을 높인다는 생각으로 꽤 오랜 시간 피드백에 임한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 피드백이 디테일하고 길어질수록 팀원들에게 불필요한 완충재 역할을 하게 되는 건 아닌지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내 경우, 콘텐츠를 만듦에 있어서 내 뒷단에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 완결성에 대한 고민을 덜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극한의 상황=대표의 피드백 없이 영상의 10만 명이 보는 채널에 업로드하는 것에 이르렀을 때 스스로 엄청난 주인의식을 갖게 되었던 것 같다.

여전히 고군분투중인 나도 완벽한 프로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프로답게 일하는 환경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앞서 말한 것 같은 극한의 상황에 처하게 하는 것만이 답일지...물론 프로를 채용하는 게 가장 명쾌한 답이겠지만, 어떤 환경에 놓여있느냐가 개인이 프로 또는 아마추어처럼 일하는 데에 상당 부분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일하는 환경을 어떻게 셋팅하고 이를 시스템화하여 다수에게 적용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4. 짚고 넘어가는 법

3번과 이어지는 고민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콘텐츠에 대한 피드백을 하다 보면 작업물이 아닌 일하는 방식이 눈에 들어올 때가 있다. 개개인이 일하는 방식을 최대한 존중하지만 우리는 팀으로 일하고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신뢰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벗어나는 경우라면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를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인데... 팀 차원에서 전체적으로 공유를 하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한편으로는 이게 자칫하면 개인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는 않을까,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직은 적응중인 팀원과 조금 더 친밀함을 쌓고 이를 기반으로 한 신뢰에 기대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순간에 감정은 상하게 하거나 내가 욕을 먹더라도 팀 차원에서 이야기를 하는 게 좋은 것일까? 한편으로는 어쩌면 내가 미움 받고 싶지 않아서 이런 고민을 하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든다...무튼 이러한 의사소통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미래지향적인 피드백인 걸로 일단 오늘의 생각을 마무리.


혼자 새벽에 사무실에서 이런 고민을 하다가, 문득 이 고민 자체가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제대로 알려줄 사람 하나 없는 좌충우돌 스타트업 일상이지만, 이런 고민들이 나중에 좀 더 단단하고 밀도 있는 나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하며 오늘의 애증의 스타트업 생존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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