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헬씨걸 May 27. 2023

5월의 편지

안녕하세요, 친구 여러분. 수지입니다.


오늘의 인트로는 이렇게 시작하려고 합니다.



저에게 주어진 감사할 일들 중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좋은 동료들을 얻은 것입니다. 커리어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다녔던 회사에서는 모두 좋은 동료들을 만났기 때문인데요. 그중에 제게 가장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분은 현재 시점 기준, 바로 이 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바로 이 대화의 주인공이시죠. 이 분에 대한 부연설명을 아주 약간 늘어놓자면 직장에서 만났던 사수 중엔 가장 지혜로운 분입니다.


이 분이 지혜롭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제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을 아주 심플하게 정리해 주고 현실을 다루는 능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동료들을 섬세하게 잘 챙기기 때문인데요. 제 눈엔 모르는 게 하나도 없을 것 같은 분도 잘 모르는 게 있다니요. "인생!" 정답입니다.


아마 인생은 그 누구도 모르지 않을까요. 한 치 앞을 내다보는 것도 어려우니까요.


4월의 편지 그 이후


https://brunch.co.kr/@suuuuuuzy/47


4월의 편지 마지막에는 5월엔 평범하지만 특별한 시간을 보내리라 다짐을 했습니다. 편안한 사람들과 편한 시간을 보내면서요.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이라고. 5월에도 변화무쌍한 일들이 많아 또 적응을 해야만 했습니다. 현재로서는 적어도 6월까지는 이런 상황을 자주 맞닥뜨리게 될 것 같네요. 휴우. 변화 자체에도 적응해야 하는데 잦은 변화에도 적응해야 한다니 숨 돌릴 틈이 틈이 없긴 합니다. 그렇지만 처음의 다짐처럼 편안한 사람들과 더없는 시간도 많이 보냈습니다. 그리고 5월의 편지에서는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 풀어내려고 합니다.  


5월 정산


5월의 기쁨 : 대니와 지은

5월의 첫날에는 가장 사랑하는 동생이자 친구인 지은의 이사 간 집에 갔습니다. 지은이는 대학시절 저와 함께 살았기 때문에 저의 20대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 중 한명일뿐더러 가장 솔직해질 수 있는 친구이기도 합니다. 그런 지은이가 사랑하는 대니와의 첫 만남이기도 한지라 약속 며칠 전부터 긴장이 되었었죠. 물론 기대가 더 컸지만! (4월의 어느 날, 코엑스에서 하는 리빙페어에 갔던 날, 지은의 취향을 생각하며 눈에 띈 물건들을 몇 개 사두고 가져갈 생각에.)

우리의 첫 만남은 당연히 어색했습니다. 저도 한 낯가림을 하는데 그도 한 낯가림했기 때문에. 하지만 "프로 아이스브레이커"의 기질이 어디 가나요. 이것저것 질문을 하며 분위기를 풀어나가자 모두의 표정도 차츰 변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지은을 바라보는 대니와 편안한 얼굴의 지은이 "언니, 나 너무 좋아"라고 말하던 순간이었습니다. 마치 싸이월드 감성처럼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더라고요. 한쪽에는 산등성이 한쪽에는 고등학교가 펼쳐진 거실에 앉아 바람이 솔솔 부는데 작은 케이크를 앞에 두고 수줍게 말하던 한 마디가 제 마음을 너무 기쁘게 했거든요. 게다가 대니와 대화를 하면 할수록 친구의 행복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안심이 되었어요. 참 감사한 일이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지은이가 제게 남긴 메시지는 그 어떤 말보다 위로가 되었습니다. 저의 진짜 마음이 드러난 얼굴을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일테니까요.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도 여전히 남는 기쁜 날이었습니다.



5월의 소확행 : 점심 산책

날이 좋은 5월은 20분만 주어져도 늘 밖으로 나가고 싶어요. 그래서 점심시간은 더 부지런히 나가고 있습니다. 도시락을 싸 오는 이유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고 할 정도로요. (도시락은 먹고 바로 나갈 수 있으니까요)

저의 점심시간은 12시부터 한 시간 남짓. 20분에서 25분 사이에 설거지를 마치고 나오면 테헤란로에는 점심식사를 하러 가는 직장인들로 가득 찹니다. 에어팟을 귀에 꽂고 요즘 꽂힌 노래를 듣기 시작하면 인파는 점차 멀어지고 한적한 길로 들어섭니다. 그렇게 15분 정도를 걷다 보면 봉은사 옆 작은 공원에 도착합니다. 지금 근무하고 있는 지점에서는 늘 다니던 봉은사 명상길까지는 시간이 모자라서 여기저기 코스를 짜다 발견한 장소이죠. 나만 아는 장소에서 노래 몇 곡을 들으며 잠시 숨을 고르면 이보다 완벽한 리프레시가 없어요. 도시락을 싸기 귀찮은 날에는 샌드위치 하나, 커피 한잔을 사서 책 한 권 쓱 읽다 보면 저만의 피크닉이 되기도 하고요. 마침 오늘도 누군가의 마음이 담긴 샌드위치와 커피를 사들고 피크닉을 즐겼는데요. 이런 점심을 제게 선물해 주신 분 덕분에 가뿐하게 오후 시간을 보냈답니다.


5월의 감사 : 반려휴먼 상생일지

반려휴먼과 살림을 합친 지는 일 년이 막 지났습니다. 같이 살게 되었다고 소식을 전한 지가 벌써 일 년이 넘었다니 시간이 참 빠르죠. 그동안 우리 남매에게는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자기 삶을 챙기기도 바쁜 현실 남매였던 지원이와 저는 사뭇 달라진 모습으로 상생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꼭 한 번은 반려휴먼과 삶을 나눕니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어떻게 지내왔는지를 나열하다 보면 자연스레 시간이 훌쩍 지나 함께 새벽을 맞습니다. 우리는 이때 같이 걷고 주저앉아 웃다가 울어요. 한참 걱정을 하다가도 동시에 안심시키고요. 동생과 제가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요? (원래도 사이는 좋았지만 우애가 무르익고 있다는 소리) 이런 류의 대화가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을 감각할 때마다 매번 놀라곤 합니다. 얼마 전에도 밤 산책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결국엔 눈물을 훔치고 보고 싶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서로에게 우리가 안전하다고도 말해주었습니다. 매일같이 감동이네요.



5월의 문장 : 수지님은 뻔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매월 그 달의 문장을 꼽을 때마다 저에 대한 표현 중 마음을 울린 언어를 선택합니다. 그 말을 던진 사람은 가볍게 던진 말일지 몰라도 제 해석에서 진심이 느껴졌다면 그걸로 꼽는 거죠. (상당히 F적인 발상) 그래서 선택한 5월의 문장이 "수지님은 뻔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입니다. 사실 이 말은 지난 4월에 들었던 "평범하지만 특별해"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너무 튀는 건 싫은데 남들과는 다른 저만의 특별한 무언가는 꼭 지닌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그런 심리를 제대로 파악한 말이 '뻔한 사람은 아닌 거 같다'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하는 모든 활동들은 아마 이런 저의 심리를 표현하는 수단일 테죠. 저의 동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삶의 방식은 어떠한지, 가치관이나 세계관이 어디에 뿌리 박혀 있는지를 끊임없이 말하고 싶거든요. 매월 쓰고 있는 이 편지가 이걸 읽고 있는 당신에게 제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들을 질문으로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한다면 저의 목표는 이룬 셈입니다.



5월의 장소 : 세실 앤 세드릭

5월에 소개해드릴 장소는 5월에 방문한 곳은 아니고요. 4월의 편지를 이미 발행한 뒤에 다녀온 곳이라서 조금 늦게 소개해드리게 되었습니다. 바로 신당동의 세실 앤 세드릭입니다. 힙당동이라고 불리는 신당동 투어를 결심하게 된 이유죠. 이곳은 제가 사랑하는 나영언니의 노필터 TV의 '그냥 걸었어-신당동편'을 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핀을 해두고 나서는 여기에 함께 가고 싶은 지영에게 곧바로 연락을 했습니다.

지금은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친구이지만 동료이던 시절 점심시간 산책을 하면서 우정을 쌓은 지영과 저는 낯선 곳을 걷는 일엔 크게 망설임이 없는 편인지라 종일 신당동 이리저리를 휩쓸었죠. 그리고 고대하던 세실 앤 세드릭에 도착을 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졌습니다.
라이프스타일 x가드닝 편집숍인 이곳은 유럽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것 같습니다. 인테리어업을 하셨다던 사장님의 오랜 세월과 감각이 묻어난 제품들과 공간 디자인은 감탄의 연속입니다. 눈에 담기에도 바쁜데 사진도 찍어야겠고 정신없이 구경을 하다 보면 가장 주의해야 할 일이 뭔지 아세요? 바로 지갑 사수! 그런데 모처럼 마음먹고 나온 날, 이렇게 멋진 곳에 들러 빈 손으로 오면 왠지 아쉽잖아요. 그래서 지영과 저는 가장 맘에 드는 컵을 각자 골라 서로에게 선물을 해주었습니다. 둘 다 각자의 것 하나씩은 가지고 싶은데 살까 말까 한참 고민하고 있길래 기분 좋게 돌아가자고 제가 지영에게 제안을 했죠. 결과는? 아주 대만족. 말해 뭐해요~ 너무 예쁩니다!

계산을 하면서 궁금증이 생긴 찰나, 사장님께 질문 하나를 했습니다. "세실과 세드릭은 무슨 사이인가요?" (세실과 세드릭이라는 두 명의 이름) 그리고 아주 흥미로운 대답을 들었습니다. 이 숍의 백그라운드가 모두 이해되는 스토리이고 완벽한 브랜딩이라고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저는 곧바로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질문을 한 사람이 있었나요?"
"처음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제가 처음이라 더 기분이 좋았는데요. 궁금하신 분들은 꼭 방문하시길 추천드립니다. 한 바퀴 돌고 나서 꼭 물어보세요.


5월의  맛 : 폴바셋 아이스크림은 왜 이렇게 맛있을까?

많은 분들이 귀에 딱지 않도록 들으셨겠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아이스크림이란 걸요. 우스갯소리로 제 이상형은 '아이스크림 사주는 남자'라고 할 정도로 아이스크림 하나에 마음이 그냥 스르르 녹아버리는 꽤나 단순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렇게나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요즘엔 한 달에 한번 정도 먹고 있습니다. 그냥 먹으면 되는데요 거 참. 계속 몸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절제하는 이유도 있고요. 원래 좋아하는 건 가끔 먹어야 더 맛있잖아요. 아무리 좋아해도 자주 먹으면 질리니까 더 소중한 기회를 노리는 거죠. 그중 제일은 아무래도 폴바셋 상하목장 우유 아이스크림. 요즘엔 말차 시즌이라 특히 더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말차 극호하는 편) 며칠 전에 회사에서 근무를 하다가 두통에 시달린 적이 있는데, 기프티콘으로 받은 아이스크림을 고이고이 보관하다가 이 날 사 먹었어요. 아니 그런데 진짜 말도 안 되게 맛있는 거 있죠?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두통은 싹 사라지고 곧바로 나았습니다. 진짜! 제가 아이스크림 먹을 구실을 찾아야 했던 걸까요? 아이스크림은 만병통치약인 게 분명해요. 믿거나 말거나~.



6월은


'6월은'이라는 소제목을 쓰는데 새삼 세월을 실감합니다. 벌써 반년이 지나는 건가요. 2023년. 으악.


최근에 알게 된 친구 하나가 이런 질문을 자주 하더군요. "~ 한가요?" "~어떤가요?"와 같은 상태나 마음을 묻는 표현이요. 예를 들면 이런 식인데요. "한 주를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그럼 대답을 하는 것과 동시에 자동으로 저의 한 주를 중간점검 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잘 지냈는지 반추해보고 남은 날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도 다짐을 하고요. 생각보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큰 관심이 없어서 이런 질문을 자주 하진 않거든요. 저도 매우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아주 제대로 배웠습니다. 그래서 학습한 걸 제대로 써먹어보는 6월을 보내려고요!


편지를 쓰는 이 시간 이후부터는 5월의 마지막 연휴가 시작됩니다. 저는 초여름으로 넘어가는 딱 이맘때 장미의 계절을 제대로 즐기면서 5월을 보냈는데요. 연휴가 지나면 5월이 끝난다니 조금 섭섭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6월엔 초당옥수수와 콩국수가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6월에는 어떤 이야기로 편지를 채우게 될지 살짝 예상되시죠? 허허.


편지의 마지막은 5월 어느 일요일 밤, 서울 시내를 드라이브할 때 수줍게 자신의 음악 취향을 고백하던 반전 매력의 소유자가 추천한 노래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이 언니가 자기는 시티팝 좋아한다고 이 노래를 부르는데 정말 사랑스럽다 못해 매력이 철철 흐르더군요.


모기 조심하세요!


https://youtu.be/T_lC2 O1 oIew


23.05.27

우리 집 책상에서.



 



작가의 이전글 4월의 편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