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술희 Jun 27. 2023

6월의 편지

안녕하세요, 친구 여러분. 수지입니다 ^0^


장마가 시작된 6월의 화요일입니다.

일기예보에서 거센 비가 내릴 거라고 하더니 다행히 연차 날에 비는 온데간데없고 비는 제 마음에만 주룩 내리고 있습니다. 왜 비가 주룩 내리냐고요? (잠시 뒤에..)


6월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한 달이겠지만 저와 같이 '벌써 6월?'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 많으시겠죠. 상반기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기니까요. 2023년을 돌아보며 나와했던 약속들을 잘 지키고 있는지, 무엇을 이뤄냈는지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으니까요.


6월엔 '실패'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감사하게도 이뤄낸 것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잘 해낸 것보다 못 해낸 것들에 더 집중하게 되고 아쉬움만 더 커지는 법이라서 저도 '실패'를 유심히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저는 어떤 실패들을 했을까요?


5월의 편지 그 이후


https://brunch.co.kr/@suuuuuuzy/48


6월은 다른 이들에게 열심히 질문하며 지냈습니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를 살다 보니 스스로도 안녕한지 잘 묻기 어렵지만 옆 사람 안녕한지를 묻다 보면 결국 자신의 안녕도 생각해 보기 마련이더라고요. 그래서 자주 물어보았습니다. 한 주간 평안했는지, 건강은 괜찮은지, 주말엔 무슨 일을 했는지.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에게, 주말을 지나 월요일에 만난 동료에게, 일주일 만에 교회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말이죠. 아주 사소해 보이지만 이런 질문이 쌓이고 쌓여서 하나의 모먼트로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요.  그리고 저의 안녕은 6월 정산에서..


6월 정산


6월의 배움 : 내가 나를 잃어버리는 것 = 인내

'실패'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까
 : 일을 잘못하여 뜻한 대로 되지 아니하거나 그르침.

이라고 소개되더라고요. 6월에 경험한 곳곳의 실패는 뜻한 대로 되지 않거나 그르친 사건들이었습니다. 실패를 '일'로 구분 지었을 때는 분노와 의심이 생기기도 했고요. '관계'로 구분 지었을 때는 상심-괘씸-서운의 삼단계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전적 정의의 앞단,  '일을 잘못하여'를 들여다보면 결국 일을 잘못한 건 저였던 거죠. 비단 일을 잘못한 저 자신을 스스로 탓하기 위한 말은 아닙니다. 정직하게 직면하고 피드백해서 다시 나아가기 위함입니다.
결론적으로는 제가 제 자신에게 매우 몰두했기 때문에 (제 감정이 앞섰다거나, 제 미래가 너무 염려되었다거나, 제 입맛에 맞게만 생각했다거나) 경험한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요즘엔 내가 나를 잃어버리는 것에 대해 배우고 있습니다. 진짜 겸손한 사람들은 자기를 생각하지 않는데요. 자기만 생각하지 않고 남을 위하기만 하는 그런 개념이기보다는, 아예 자신에 대해 생각을 잘하지 않는 거죠. 저의 자아를 죽이고 시선을 다른 쪽으로 분산시키는 여름을 보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내의 시간으로요.
작년에 이직이 힘들어 매일이 기다리고 기다릴 때는 그냥 참고 버티는 것이었는데 올해의 이 시기에는 인내를 좀 더 지혜롭게, 기쁘게 할 수 있도록 배우고 있다는 확신을 합니다. (대신 작년을 보내면서 앞으로 인생을 살 날에서 더 큰 풍파가 오더라도 이 시절을 생각하면 이길 수 있겠다는 안심을 했었죠. 올해는 평생을 인내하면서 살아야 할 텐데 그 훈련을 하는 30대 초반, 싱글의 시기다!라는 안심을..) 내년의 저는 올해의 저를 그리며 또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까요?


6월에 여름을 나는 법 1 : 제철 음식을 먹기

여름을 나는 나만의 비법이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자문자답 죄송 =_=)
저는 여름에만 나는, 특히 6월에만 나는 제철 음식을 꼭 챙겨 먹습니다. 지난달 편지에도 썼겠지만 초당옥수수와 콩국수 그리고 하나 더 추가된 신비 복숭아.
1. 초당 옥수수와 여름.

'초 달다'는 뜻에서 '초당'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초당 옥수수. 제주도에서 재배되어 요즘엔 전국 팔도로 하루 이틀 만에 배송받아먹을 수 있지요. 강원도에서 나는 찰 옥수수와는 다르게 아삭아삭한 식감과 단 맛이 일품으로 생으로 먹기도 합니다. 물론 저는 전자레인지 파. 매년 이맘때쯤엔 항상 시키는 제주도 농장에서 20자루를 시켜서 제가 먹을 만큼은 냉동실에 얼려두고 나머지는 소포장하여 사랑하는 이들에게 나누어주곤 합니다. (그러니 저에게 초당옥수수 받은 분들은...ㅎ)
초당옥수수는 일반 옥수수에 비해 칼로리가 반 밖에 안되기 때문에 속도 편할 뿐 아니라 적은 양으로도 포만감을 채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반 옥수수보다 더 선호하기도 하고요. 찔 때에도 다른 첨가물을 넣을 필요가 전혀 없어서 더 건강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옥수수들을 잘 보관해 두었다가 샐러드 도시락에 토핑으로 넣거나, 단호박 에그슬럿을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요. 이 중 제일은 역시 그 자체로 먹을 때의 맛이죠!
벌써 옥수수를 시켜 먹은 지 4년째인데요. 여름이 좋아지기 시작한 시점과 비슷해요. 소분과 나눔이 마무리되면 '아~ 여름 시작이다!'와 같은 느낌이 든달까요. 그러니 저의 여름은 이제 시작!
2. 콩국수와 여름.

덥고 습한 날씨에 찾게 되는 찬 음식. 냉면, 소바, 냉우동... 등등... 이 중에 저의 원픽은 콩국수입니다. 호불호가 명확한 음식이지만 저에게는 극호!!!!!!!! 정말 정말 사랑해요. 사실 면 자체를 좋아하지 않아서 라면은 물론이고 제 돈 주고 면요리를 즐기는 편은 아닌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콩국수는 꼭 먹어야 여름 같거든요.
얼마 전엔 저의 콩국수 메이트인 태환과 여의도 진주집에 다녀왔습니다. 서울에 2대 콩국수 집이라 하면 여의도 진주집과 시청역 진주회관인데 저는 진주집이 조금 더 좋아요. 태환과는 이미 진주회관은 함께 방문했던 지라 이번엔 진주집에서 모였습니다. (그런데 진주와 콩국수는 무슨 연관일까요?) 워낙에 유명 맛집이라 평일 퇴근 시간에도 꽤 긴 웨이팅이 있었지만 그럼 어때요. 이렇게 담백하고 맛있는걸요. 고물가 시대에 물가 반영으로 무려 14,000원으로 오르는 바람에 한 그릇 다 못 먹는 저도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박박 긁어먹었더라죠. 초여름의 여의도를 12,000보를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제대로 여름을 보냈습니다.




3. 신비 복숭아와 여름.

여름에 꼭 한번씩은 "딱복이야 물복이야?" 듣지 않나요? 저는 0.1초의 고민 없이 딱복 만세를 외칩니다! 저의 여름 먹거리 지분의 상당한 영역을 차지하는 복숭아. 집안에서도 소문난 복숭아 킬러라죠. 그런 저의 순애보를 깨뜨리는 새로운 녀석이 등장했으니.. 바로 요놈! 신비 복숭아. 왜 이렇게 맛있을까요?

신비 복숭아는 겉은 천도 속은 백도라고 신비해서 신비 복숭아라는 이름이 붙여졌대요. 6월 중순~7월 초가 제철인 신비 복숭아는 딱 지금이 제일 맛있습니다! 작고 달고 과육이 풍부해서 그릭요구르트 같은데 토핑으로 올려먹기도 좋고요. 식감은 천도와 백도의 중간인데 엄청 물컹하지도 않아서 순정 딱복파인 저도 여름엔 신비 복숭아는 만원 어치씩은 꼭 사 먹습니다. 청주에 갔을 때 엄마가 손에 들려준 이 복숭아를 얼마나 소중히 품에 안고 서울에 돌아왔는지 몰라요. 점심 도시락에 싸갈 생각을 하니 장마도 거뜬히 지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6월의 도전 : 밀가루를 끊었습니다.

갑자기 밀가루를 왜 끊었냐고요? 구체적으로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몸의 부종이 덜 하지 않을까 테스트해 보기 위함입니다.
빵 자체를 많이 먹는 편은 아니지만 빵은 엄청 좋아합니다. 기본적으로 탄수화물 좋아하는 편이라 빵도 당연히 좋아하는데요. 밀가루 자체가 소화에 큰 도움이 안 되어서 글루텐 프리나 그나마 나은 통밀빵으로 빵의 욕구를 참아냈다면 이제는 특별한 이유가 아니면 안 먹는 쪽으로 노선을 변경했습니다. 저는 몸이 잘 붓는 스타일이라 저녁이 되면 하체가 많이 부어있고, pms 기간에는 특히 붓기가 심해서 몸에 독소가 쌓이고 있다는 것을 금방 감각하거든요. 그럼 확실히 일상에서 피로도가 많이 높아지고요. 그래서 밀가루를 일단 빼보면 비포 애프터가 확실히 다르지 않을까 하는 차원의 도전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다를지는 경험 후에 공유하겠습니다.

둘째는 제철 음식과 자연식을 즐기기 위해서입니다.
여름 나기 1편에서도 말했지만 여름엔 먹을 게 너무 많아요. 다들 더워서 입맛이 떨어진다는데 저는 입맛을 돋우는 먹거리 때문에 고민이네요. 그런 만큼 가공 식품은 최대한 멀리하고 식재료가 내는 맛 그대로를 느껴보면서 라이프 스타일을 더 다져나가고 싶습니다. 평생의 건강을 책임지는 건 결국 내가 무엇을 먹으며 살아왔는지에 달렸으니까 헬씨라이프를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보기로요. 하루하루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더 감사할 수 있도록이요.


6월의 만남 : 웃기고 즐거운 게 전부다!

6월에도 많은 분들은 만났습니다. 그중에 제일 참신했던 만남은요...? (두구두구) 바로 사랑하는 예지와 성주를 만난 일입니다. 예지와 성주는 이미 오래전부터 친했지만 이렇게 셋이 만나본 건 처음인데요. (아, 이 둘은 커플이고, 제가 가장 사랑하는 커플..) 참신했던 이유는 최근의 만남 중에서는 가장 넋 놓고 웃었고 그게 큰 위로가 되었고 더 깊어졌기 때문이죠. 이 커플을 보면 '어떻게 이렇게 만났지?' 싶을 정도로 웃김 1과 웃김 2가 만났다 싶어요. 각 잡고 웃기는 게 아닌데 그냥 웃긴 거 아시죠. 이 둘이 딱 그래요. 한참을 지켜보면 사랑스러움이 흘러넘친답니다. 그래서 쉴 새 없이 웃고 또 웃다가 남들에게 못하는 이야기도 했다가 남들에게 못해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요. 처음부터 끝까지 대접을 받고 온 듯한 기쁨과 감사가 있었습니다.
각자 사연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이야기 속에 살고 있잖아요. 힘든 일이던, 지루한 일이던 각자가 지닌 이야기가 천차만별. 그런데 이럴 때 웃기고 즐거운 순간들 마저 없다면 그 시간들을 어떻게 흘려보낼까 싶어요. 그러니까 단순한 게 최고. 웃기고 즐거운 게 최고다!

(아, 저는 이 날 냉우동이라는 걸 처음 먹어봤어요. 저희가 갔던 이곳 블루리본이 여러 개나 달려있던 걸요. 동네 상권이라 그런지 토요일 점심에 동네 주민들이 나와 먹을 정도로 로컬 맛집이더라고요. 목동에 갈 일이 있다면 추천!)


6월의 객기 : 양갈래 머리와 오버롤 데님

연초에 부리던 객기를 6월에도 부려보았습니다. 안 해보던 거 해보기. 큰 맘을 먹고 오버롤 데님(멜빵 바지)를 구입했고요. 첫 게시를 하던 날에는 양갈래 머리를 땋았습니다. (저는 손재주가 없어서 직접 하진 못하고요. 어린이집 교사 출신의 전문가의 손길을 빌렸습니다.)
저는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이상하게 '청순' 에 그렇게 빠져있어요. 여자도 남자도 저만의 '청순'의 기준이 나름 있달까요. 그래서 롱 헤어 펌 한번 해보겠다고 20대 내내 안 기르던 머리도 기르고 있고요. 이번 23 SS 시즌엔 다양한 룩북에 등장하는 오버롤 데님이 그렇게 청순해보이지 뭐에요. 그래서 큰 맘을 먹고 소비를 했습니다.
도착한 옷을 입고 외출한 첫날에는 안 입어본 것을 입어본다는 혼자만의 긴장감으로 집을 나섰는데 곧 적응이 되니 한 술 더 떠보고 싶은 거 있죠. (브라탑만 입고 헬스장에 처음 등장하는 기분이나 무채색 인간이 핑크를 처음 입고 나갔을 때의 기분과 비슷한 긴장감..) 그래서 양갈래 머리까지 도전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의복이란 게 참 신기해요. 룩에 따라 애티튜드가 달라지게 해요. 그날 저의 객기에 '청순하다, 귀엽다'라고 칭찬해 준 분들 덕분이었을까요. 정말 그런 사람이 된 것 같았어요..ㅎ
출처 : 프렌즈

6월에 여름을 나는 법 2 : 블루베리 수확

저희 집은 매년 블루베리 농장에서 블루베리 나무 2-3그루를 분양받아 블루베리를 수확합니다. 여름에 그 나무에서 나는 블루베리는 모조리 저희 집 블루베리인 거죠. 한 번 갈 때 적게는 5kg~ 많게는 10kg 정도를 따니까 사 먹는 것을 생각하면 분양가 대비 가성비가 매우 훌륭합니다. 여름 내 총 3-4번을 가니까요. 여름 나기를 하는 저희 집만의 전통입니다.
본격 장마가 시작되기 전 마지막 토요일에는 첫 수확을 하러 갔습니다. 아침 6:30까지 방문을 하면 주인아저씨가 저희 집에 할당된 나무에 팻말을 꽂아주시고요. 여름 내 만나게 될 이 나무에 집중해서 한 시간 정도 수확을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금방 뜨거워지기 때문에 이 시간에 바짝 해야 해요.
올해 블루베리는 작년에 비하면 수확량 자체는 적지 맡 대신에 알이 크고 실하더라고요. 첫 수확으로만 5KG. 대박이죠? 일부 서울로 데려와 친구들과 함께 나누고 저희 집 냉장고에 잘 보관을 해두었습니다. 사실 이 날은 엄마와 함께 정읍으로 라벤더 축제를 가기로 한 날이었는데 블루베리 사장님의 갑작스러운 호출로 둘 중 하나를 선택했어야 했거든요. 라벤더 축제를 포기하고 블루베리를 선택한 것에 일말의 후회도 없었습니다. 수확하는 기쁨! 나누는 기쁨! 먹는 기쁨! 짱!


7월은


콩국수를 함께 먹은 태환이 여의도 공원으로 향하는 횡단보도 위에서 했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주말에 산책자로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요." 저는 이 친구의 여정을 보면 준비되는 삶, 비우는 삶, 자족하는 삶을 떠올리거든요. 이런 태환에게 실패의 경험에 대해 물은 날에는 짜릿한 실패를 한 적이 없는 게 실패의 경험일 수 있겠다고 하더라고요. 과한 도전을 안 했고, 도전했던 건 모두 성취했다고요. 저는 욕심이 많고 끊임없이 채우고 싶어 하는 타입이다 보니까요. 그래서 실패를 할 때마다 표창에 찔린 것 같이 아프기도 하고요.



대신에 안 좋은 일이 한 번에 생긴다는 건 좋은 일이 한 번에 온다고 생각해요. 자세히 뜯어보면 사실 안 좋을 것도 없지만요. 어찌 되었든 실패의 경험이 있다는 건 불확실성을 확실히 제거하고 새로운 경험을 준비하거나 맞이할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7월엔 또 어떻게 저는 또 준비되어 갈지, 어떤 일을 마주하게 될지 기대를 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완전한 여름은 이제 시작! 이번 달에 새로 시작한 일이 하나 있는데요. 그건 아직 너무 시작한 지 얼마 안돼서 아직은 미공개. 경과를 지켜보고 7월에 기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7월에 있을 여러 만남도 기대하고요! 많은 이야기로 다시 찾아올게요.


이번달 마지막은 샤이니의 신보로. 8집 앨범 대박인데요 ㅋ0ㅋ

샤이니 대체 어디까지 가능할까요? (멋..)


https://youtu.be/lrDeQ4sF0zo


23.06.27.

주인 없는 방에서.


작가의 이전글 5월의 편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